일 마친 뒤 밤 12시까지 노트에 한 자 한 자 옮겨 적어“성경이든 불경이든 진리의 말을 마음에 담고 싶었다”거창한 결심보다 '평범한 일' 하루도 빠짐없이 실천그 모습 본 지인들도 책과 공책 마련해 필사 시작
[편집자 주] 물치유 전도사로 알려진 ㈜물들임 정연숙 대표의 생애를 따라가는 연재입니다.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한 사람의 경험과 선택, 상처와 회복을 기록하며 그것이 어떻게 오늘의 삶과 치유로 이어졌는지를 차근히 풀어봅니다.

정연숙 대표에게는 스스로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원칙이 하나 있다. 특별한 일을 한 번 해내는 것보다 평범한 일을 매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루 2만 보 걷기도 그 생각에서 시작됐다. 아침에도 걷고 저녁에도 걸으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실천했다.
그런 그가 최근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발이 아니라 손을 움직이는 일이다. 노트를 펴놓고 불교 경전인 법화경을 한 자 한 자 옮겨 쓰는 필사다.
“걷기를 매일 조금씩 하다 보니 1년 동안 꾸준히 실천했잖아요. 이것도 그렇게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필사는 하루 이틀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루 세 장씩만 써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사람에 따라서는 한 권을 마치는 데 오랜 세월이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오히려 그 긴 시간이 마음에 들었다. 빨리 끝내는 것보다 매일 책상 앞에 앉아 쓰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었기 때문이다.
일 끝나면 다시 공책 앞에 앉아
정 대표는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뒤에도 노트를 펼쳤다. 어떤 날에는 밤 12시까지 계속 썼다. 며칠 동안 집중해서 쓰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진도가 빨랐고, 볼펜도 예상보다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빨리 완성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그는 앞으로 노트 열 권 정도를 쓰는 장기적인 작업으로 생각하고 있다.
왜 굳이 이렇게까지 손으로 써야 할까. 정 대표의 대답은 단순했다. 눈으로 읽고 지나가는 것과 직접 손으로 옮겨 적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계속 기록해 보면서 그것을 내 마음속에 담고, 꾸준히 실천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 내 생각도 조금씩 변하고 마음도 차분해지고 힘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여기에는 종교적인 귀의와는 조금 다른 그의 생각이 담겨 있다. 정 대표는 자신을 특정 종교에 깊이 심취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성경이든 불경이든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전해져온 가르침 속에는 삶을 돌아보게 하는 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말을 단순히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써보겠다는 것이다.

"성경이나 불경을 마음에 담기 위해 필사"
글을 읽을 때 우리는 빠르게 다음 문장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손으로 옮겨 쓰려면 한 글자 앞에 잠시 머물러야 한다. 정 대표가 필사를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경이나 불경이나 진리의 말씀이잖아요. 저는 그걸 내 마음에 담기 위해서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에게 필사는 글씨를 베껴 쓰는 작업이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정리하는 또 하나의 실천이다. 앞서 생애기록을 통해 자신의 선택과 결과를 돌아봤다면, 이번에는 다른 이들이 남긴 삶의 문장을 손으로 옮겨 적으며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것을 하루 2만 보 걷기와도 같은 선상에 놓는다. 걷기도 처음에는 특별할 것이 없는 행동이었다. 한 걸음씩 내딛는 일을 매일 반복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 평범한 행동을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가면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힘을 확인했다.
한 글자 한 글자 쌓여 한 권의 공책으로
이번에는 그 한 걸음이 한 글자로 바뀌었다. 한 걸음이 쌓여 2만 보가 되듯, 한 글자 한 글자가 쌓여 한 권의 노트가 된다.
“말해놓아야 내가 지키게 돼요”
정 대표에게는 꾸준함을 유지하는 자신만의 방법도 있다. 무엇인가 시작하기로 했다면 혼자 마음속으로만 결심하지 않고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내가 뭔가를 한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 얘기하는 게 제가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했잖아요.”
하루 2만 보 걷기 때도 그랬다. 먼저 하겠다고 말한 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움직였다. 이번 필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이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렸다. 말을 꺼낸 순간부터 그것은 생각이 아니라 지켜야 할 약속이 된다.
그에게 도전의 상대는 다른 사람이 아니다. 어제의 자신이 세운 약속을 오늘의 자신이 지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흥미로운 변화도 생겼다. 정 대표가 노트를 펴놓고 쓰는 모습을 본 주변 환자들 가운데 직접 필사를 시작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책을 구하고 노트를 마련해 자신들도 무언가를 써보기 시작했다. 정 대표에게는 그것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하루 걸음수도 기록...2만보 넘어
“내가 그런 모습으로 해야 어느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고, 내가 멘토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누군가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하는 것보다 자신이 먼저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강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거창한 강연이 아니어도 한 사람이 매일 걷고, 매일 쓰고, 약속한 일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생활을 바꿀 수도 있다.
정연숙 대표가 법화경 필사를 시작했다고 해서 그의 삶이 하루아침에 달라진 것은 아니다. 그 역시 결과를 미리 단정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는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 한다.
평범한 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하면 사람은 과연 어떻게 달라지는가. 그 질문은 하루 2만 보를 시작했을 때와 같다. 걷기를 통해 몸과 의지를 시험했다면 이제는 필사를 통해 생각과 마음의 변화를 지켜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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