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표소·화장실 찾아 헤매고 승차정보도 한눈에 안 들어와화장실 접근성, 운행정보, 승하차 동선 문제도 반복 제기시민이 두 차례 지적했다면 이제는 ‘불평’ 아닌 행정의 점검대상청주시의회, 직접 현장 찾아 이용자 관점에서 철저히 따져야[시민 김영동 씨 페이스북서 2차례 지적]

건물은 새것인데 정작 승객의 처지에서 보면
지인들의 부모님 부고나 자녀 결혼식, 각종 모임 일정이 있을 때면 청주를 찾는다. 서울과 청주를 오갈 때 청주고속버스터미널을 이용하면서 그동안 몇 번인가 고개를 갸웃거린 적이 있다. 건물은 새것인데 정작 버스를 타고 내리는 승객의 입장에서 보면 불편한 점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청주시민 김영동 씨가 지난달 15일에 이어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주고속버스터미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글을 올렸다. 평소 내가 느끼던 생각과 상당 부분 겹쳤다. 그래서 한 시민의 불평으로 흘려보낼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이 글을 쓴다.
청주고속버스터미널의 문제는 시설의 크기나 화려함이 아니라 이용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청주고속버스터미널은 2025년 6월 20일 현대화 사업을 마치고 새 건물에서 운영을 시작한 비교적 새 시설이다. 수십 년 된 낡은 터미널이라 시설 개선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2025년 6월 20일 현대화 사업을 마쳤다지만
그런데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설에서 매표소 안내, 대합실 좌석, 화장실 접근성, 운행정보, 승하차 동선 같은 기본적인 문제가 반복해서 제기되고 있다. 건물의 현대화가 이용자 서비스의 현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면 무엇을 위한 현대화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터미널의 수준은 건물의 높이가 아니라 처음 찾아온 사람이 얼마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버스터미널의 기능은 복잡하지 않다. 들어와서 표를 사고, 출발시간과 승차홈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화장실을 이용하고, 잠시 앉아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면 된다. 어린이도, 노인도, 장애인도, 외국인도 큰 어려움 없이 이 과정을 거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단순한 과정에서 사람들이 길을 묻고 헤맨다면 이용객의 눈썰미를 탓할 일이 아니라 시설의 안내체계를 먼저 의심해야 한다.
터미널 수준은 얼마나 쉽게 이용하느냐로 평가
무엇보다 매표소를 물어봐야 찾을 수 있는 터미널이라면 안내체계부터 즉시 손봐야 한다. 김 씨는 8월 8일 터미널에서 기다리던 중 외국인 남성에게 매표소 위치를 질문받았고, 이어 외국인 여성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고 적었다. 얼마 뒤에는 연세가 지긋한 여성 이용객까지 매표소 위치를 물었다고 한다. 짧은 시간 동안 서로 다른 이용객 세 사람이 같은 장소를 찾지 못했다면 우연이라고 넘길 일이 아니다. 특히 청주에 처음 온 외국인이나 노인이 쉽게 찾지 못했다면 안내표지의 위치와 크기, 가시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명확한 신호다.
공공교통시설의 안내는 이용객에게 ‘숨은그림찾기’를 시켜서는 안 된다. 터미널에 처음 들어선 사람도 몇 초 안에 매표소, 화장실, 승차홈의 방향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Tickets’, ‘Restroom’, ‘Bus Gates’ 같은 영문표기도 외국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닿는 곳에 크고 명확하게 배치해야 한다. 매표소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이나 배너 하나를 추가하는 데 거액의 예산이 드는 것도 아니다. 큰돈을 들여 새 건물을 지어놓고 몇 만원, 몇 십만원이면 개선할 수 있는 안내 문제를 방치한다면 그것은 예산 부족이 아니라 이용자를 바라보는 생각의 부족이라고 해야 한다.
공공교통시설 안내가 ‘숨은그림찾기’면 곤란
화장실 문제는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김 씨의 글에 따르면 대합실에서 화장실로 가려면 안쪽으로 들어가 방향을 여러 차례 틀어야 하고, 안내표지의 글씨도 작아 노인이나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화장실 칸막이 문도 안쪽으로 열리는 구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변기와 문 사이를 피해 여닫기가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문 개폐 방향은 안전과 건축 기준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하므로 단순히 방향만 바꾸면 된다고 단정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용객이 실제 불편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면 운영 측이 현장에서 확인하고 개선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당연하다.
교통시설의 편의성은 건강한 성인의 보폭이 아니라 가장 이동하기 어려운 사람의 보폭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 몇십 미터를 더 걷거나 안내판을 한두 번 더 찾아보는 것은 별일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지팡이를 짚은 노인,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어린아이를 데리고 이동하는 부모, 급하게 화장실을 찾는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문제다. 좋은 공공시설은 평균적인 사람에게 불편하지 않은 시설이 아니라 가장 불편한 사람도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그런 의미에서 터미널의 품격은 대리석의 가격이나 천장의 높이가 아니라 노인 한 사람이 화장실을 얼마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느냐에서 드러난다.
시력 좋지 않으면 화장실 찾기도 어려워
대합실 의자 문제도 이용자를 대하는 관점의 차이를 보여준다. 김 씨는 7월 15일 글에서 대합실 의자에 등받이가 없다고 지적했고, 8월 8일 다시 방문했을 때는 TV 앞 일부 의자에 등받이가 설치돼 있었다고 했다. 지적 이후 일부라도 개선됐다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필요성을 인정했다면 왜 일부에만 설치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속버스터미널은 사람들이 잠깐 스쳐 지나가는 통로가 아니라 버스 출발을 기다리는 장소다. 특히 고령 이용객에게 등받이가 있는 의자는 사치품이 아니라 기본적인 편의시설에 가깝다.
버스터미널에서 가장 잘 보여야 하는 것은 광고도 TV도 아닌 ‘버스 정보’다. 김 씨는 7월 글에서 대합실에서 버스 출발시간과 행선지별 승차홈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안내전광판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터미널을 찾은 사람이 가장 궁금한 것은 자신의 버스가 몇 시에 출발하고 어디에서 타는가 하는 것이다. 철도역이나 공항에 들어서면 출발·도착 정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유도 그것이다. 이용객이 버스 출발시간과 승차홈을 확인하기 위해 여기저기 둘러보거나 직원에게 물어야 한다면 안내 시스템을 이용자 관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
버스 출발시간, 승차홈 전광판도 불편
승차홈 출입문 운영도 관리 편의보다 이용객 동선이 우선돼야 한다. 김 씨는 여러 출입문 가운데 실제 이용할 수 있는 통로가 제한돼 있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터미널 운영 측에는 안전관리, 승객 통제, 차량 이동 등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무조건 모든 출입문을 개방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다만 관리하기 쉽다는 이유로 이용객에게 불필요하게 긴 동선을 강요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노약자와 장애인에게 몇십 미터의 우회는 건강한 사람과 전혀 다른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승차와 하차, 화장실, 매표소를 하나의 동선으로 놓고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승차홈 출입문 운영도 개선여부 점검 필요
결국 청주고속버스터미널은 책상 위 도면이 아니라 실제 이용자의 발걸음으로 다시 점검해야 한다. 관계자가 입구에서 처음 온 승객처럼 매표소를 찾아보고, 표를 산 뒤 대합실에 앉아 출발정보를 확인하고, 화장실을 다녀온 다음 승차홈까지 걸어가 보면 문제점이 금방 드러날 것이다.
가능하다면 휠체어를 직접 밀어보고, 지팡이를 짚은 노인의 속도로 걸어보고,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표지판을 바라봐야 한다. 행정과 시설 운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우리가 보기에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시설의 편리함을 판단할 사람은 시설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이다.
2025년 6월 시장이 직접 현장서 점검했다는데...
청주시도 이 문제에서 한발 물러서 있어서는 안 된다. 청주시는 새 터미널 개장을 앞둔 2025년 6월 시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시설 안전성과 운영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이제 시민이 제기한 불편을 놓고 당시 점검이 이용자 관점에서도 충분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건축물의 안전만 확인한 것인지, 매표소와 화장실의 접근성, 대합실 좌석, 출발정보 가시성, 장애인과 노약자의 이동 동선까지 실제 이용 상황을 가정해 점검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새 터미널의 문을 여는 것만 행정의 일이 아니라 문을 연 뒤 시민이 제대로 이용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도 행정의 책임이다.
청주시의회가 시민 불편 외면하면 곤란
특히 이제는 청주시의회가 나서서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청주고속버스터미널이 민간에서 운영되는 시설이라고 해서 지방의회가 시민 불편을 외면할 이유는 없다. 버스터미널은 불특정 다수 시민이 이용하는 도시의 핵심 교통시설이고, 청주시의 교통정책과 교통약자 이동권, 도시 이미지와도 직결돼 있다. 시민이 한 번도 아니고 두 차례에 걸쳐 구체적인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면 관련 상임위원회가 현장을 확인하고 청주시가 그동안 어떤 관리·점검을 해왔는지 살펴보는 것이 마땅하다.
청주시의회의 점검은 의전성 현장방문이 아니라 ‘승객 체험’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의원들이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시설을 한 바퀴 둘러보고 돌아오는 방식으로는 실제 불편을 알기 어렵다. 평범한 승객처럼 입구에서 매표소를 찾아보고, 무인발권기를 이용하고,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화장실을 다녀온 뒤 승차홈까지 직접 걸어봐야 한다. 장애인단체 관계자와 노인,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외국인 주민 등이 함께 참여한다면 더욱 현실적인 점검이 될 것이다. 그래야 ‘시설이 있다’는 행정의 설명과 ‘시설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시민의 체감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노인, 어린이, 외국인 등 ‘승객 체험’ 방식으로
청주시의회는 현장 확인에 그치지 말고 청주시와 운영 측의 책임과 개선계획까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개장 전 이용자 동선을 어떤 방식으로 검증했는지, 교통약자 편의시설은 어떤 기준으로 확인했는지, 개장 이후 접수된 이용자 불편은 무엇인지, 그동안 무엇을 개선했고 아직 고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 필요한 경우 관련 상임위원회 업무보고와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책임자를 몰아세우기 위한 감사가 아니라 시민의 불편을 찾아 고치는 감사라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이 문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작은 불편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다. 매표소 안내판, 화장실 표지판, 등받이 의자, 출발정보 전광판, 승차홈 출입문은 각각 떼어놓고 보면 사소해 보인다. 그러나 이용객에게 터미널은 이 모든 것이 합쳐진 하나의 경험이다. 매표소를 찾느라 헤매고, 화장실을 찾느라 다시 헤매고, 출발정보를 확인하기 어렵고, 승차홈까지 불필요하게 돌아가야 한다면 그 터미널에 대한 평가는 좋을 수 없다. 작은 불편이 여러 개 겹치면 그것은 더 이상 작은 문제가 아니다.
책임자 몰아세우기 위한 감사는 곤란
더구나 청주고속버스터미널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외지인이 청주와 처음 만나는 ‘도시의 현관’이다. 서울에서 온 사람도,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도 이곳에 내리는 순간 청주의 첫인상을 받는다. 특히 처음 방문한 외국인이 매표소를 찾지 못해 다른 승객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김 씨의 경험담은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현관을 아무리 화려하게 꾸며놓아도 초인종과 문손잡이를 찾지 못하게 해놓았다면 좋은 집이라고 하기 어렵다. 도시의 관문도 마찬가지다.
도시의 품격은 거대한 랜드마크보다 화살표 하나에서 드러날 때가 많다.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한 곳에 붙여놓은 안내표지 하나, 노인이 편하게 등을 기댈 수 있는 의자 하나,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화장실 표시 하나, 외국인도 이해할 수 있는 영문 안내 하나가 그 도시가 사람을 얼마나 세심하게 배려하는지를 보여준다. 큰 건물을 세우는 데는 막대한 돈과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안내판 하나를 고치고 의자 하나를 바꾸는 데는 그렇게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이런 문제가 오랫동안 개선되지 않는다면 예산 부족이라는 설명보다 이용자에 대한 관심 부족이라는 비판이 더 설득력을 얻게 된다.
도시의 품격은 랜드마크보다 화살표 하나에서 드러나
청주고속버스터미널 운영 측은 세 번째 시민의 지적이 나오기 전에 고칠 수 있는 것부터 당장 고쳐야 한다. 매표소와 화장실 안내표지를 눈에 잘 띄게 정비하고, 버스 출발시간과 승차홈 정보를 대합실 어디에서든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등받이 의자의 적정 수량도 다시 살피고, 승하차 동선과 출입문 운영이 노약자와 장애인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 큰 공사가 필요한 사안과 적은 비용으로 즉시 개선할 수 있는 사안을 나눠 후자부터 바로 시행하면 된다.
새 건물을 지었다고 저절로 ‘새 터미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설은 새것인데 운영방식과 이용자를 바라보는 생각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현대화라고 하기 어렵다. 현대화는 건물을 높이는 일이 아니라 시민의 불편을 낮추는 일이어야 한다. 청주의 관문을 일류로 만드는 것도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매표소를 쉽게 찾게 하고, 노인이 편하게 앉게 하고, 화장실을 헤매지 않게 하고, 버스 타는 곳을 한눈에 알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장에 가서 보고, 묻고, 따지고, 고치게 만들어라
시민은 이미 문제를 제기했다. 이제 답해야 할 차례는 운영 측과 청주시, 그리고 청주시의회다. 특히 청주시의회는 시민을 대신해 현장을 보고 물어야 한다. 왜 새로 지은 청주의 관문에서 외국인과 노인이 매표소를 물어야 하는지, 왜 이용객이 화장실과 승차홈을 찾아 불편을 겪어야 하는지, 고칠 수 있는 문제를 왜 바로 고치지 않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리고 답변을 듣는 데서 끝나지 말고 실제 개선됐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청주시의회가 존재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다. 시민의 불편이 작아 보인다고 지나치지 않고, 현장에 가서 보고, 묻고, 따지고, 결국 고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생활정치이고 지방의회의 역할이다.청주의 ‘일류’는 49층 건물의 꼭대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터미널 입구의 작은 안내판 하나에서 시작된다.




기사 댓글 0
욕설, 타인 비방, 광고 등의 댓글은 예고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