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한복판...오송선하마루서 번개모임 어때요?"

쇳덩어리(경부선 철도) 막던 양반고을 청주의 서쪽동네 오송KTX, SRT 분기점 국토 정중앙...고가철도 밑에 버려진 공간회의실, 전시장, 계단형 다목적홀 설치담소하고, 협력하고, 웃는 공간으로 전국구 인기

일제강점기였던 1905년. 경부선을 깔던 일본 기술자들이 청주에 경부선 철도역을 내자고 하자, 고을 양반들이 손을 내저었다.

“쇳덩어리가 고을을 달리다니! 양반의 품격이 무너진다네.”

이 전설 같은 이야기는 지금도 청주 사람들 사이에 회자된다. 결국 청주는 철도에서 벗어난 도시가 되었고, 경부선은 조치원(현 세종시 일원)으로 우회했다.

기차는 달렸고, 청주는 조용했다. 하지만 그 대가도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청주는 "비켜간 도시"가 되었고, 철도는 곧 기회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늦게 열린 문, 청주 오송

그로부터 100년이 지나, 청주는 또다시 철도의 기회를 맞는다. 이번엔 고속열차였다. KTX, SRT. 전국을 가로지르는 속도의 문이, 청주 서쪽의 '오송'이라는 작은 동네에 열린 것이다. 오송역은 마치 “뒤늦은 보상” 같았다. 청주 시민들은 기차를 타기 위해 더 이상 대전이나 조치원으로 가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고속열차만 생긴다고 사람들이 머무르지는 않는다. 기차는 빠르되, 도시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야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채운 건, 다름 아닌 ‘선하(線下)’ 공간이었다.

오송선하마루.(충북도 제공)
오송선하마루.(충북도 제공)

이름도 예쁜 '오송선하마루'

오송선하마루. 이름도 예쁘다. 선하(線下), 즉 철도 아래. 버려진 공간이던 고가철도 밑에 생긴 이곳은, 회의실이 있고, 전시장이 있고, 계단형 다목적 홀이 있다. 사람이 머물고, 걷고, 말하고, 협력하고, 웃는 공간이다.

어떻게 이런 공간이 생겼을까? 유럽과 북미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가도로 아래’가 도시의 공공 거실로 바뀌는 일이 흔했다. 캐나다 토론토의 언더패스 파크, 핀란드 헬싱키의 폐철로 재생 공간 바나(Baana), 노르웨이의 철도 아래 클라이밍 짐과 예술 공간…. 그 흐름이 이곳, 충청북도 오송에도 도착한 것이다.

오송선하마루는 단순한 복합문화공간이 아니다. 그 안에는 도시의 반성과 재생, 그리고 “이제는 우리도 기회를 마주할 준비가 되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개관 한 달...예약 100건, 방문객 2천명 돌파

놀랍게도, 개관 한 달 만에 예약 100건, 방문객 2천 명을 돌파했다.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모은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경부선이 비켜간 청주, 그 틈바구니 속에서 조용히 기회를 기다리던 오송, 그리고 지금은 철로 아래에서 문화와 협력이 자라나는 선하마루.

이 이야기는 단지 한 지역의 도시재생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뒤늦게 도착한 기차가 남겨주는 위로이자, 철도 위가 아닌 철도 아래에서 피어나는 가능성에 대한 찬사다. 그 가능성은, 지금도 오송선하마루에서 누군가의 대화 속, 회의 속, 웃음 속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다.

오래전 쇳소리를 거부했던 마을에, 이제는 철로 아래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게 바로 오송선하마루의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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