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밟던 아이는왜 사람의 마음을어루만지게 되었을까충남 공주 의랑초교 등굣길은그의 돌봄철학 키워준 씨앗
[편집자주] 경기도 평택시에서 돌봄센터를 운영하는 유봉희 센터장의 삶을 생애기록 치유글로 연재한다. 시골에서 어린 조카들을 돌보던 그가 어떻게 유아교육과 돌봄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지내며 겪은 경험이 어떻게 아이들을 향한 깊은 공감과 사명감으로 이어졌는지를 따라간다. 유 센터장의 기억 속의 작은 장면들이 어떻게 삶의 방향을 만들고, 그 경험이 다시 누군가의 삶을 지켜주는 힘으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준다.

온 세상 들꽃으로 가득했던 봄날 등굣길
충청남도 공주시 의당면 용암리에서 태어난 유봉희 센터장은 어린 시절 등굣길을 떠올리면 두 개의 장면이 함께 떠오른다. 하나는 비에 젖어 질퍽거리던 흙길이고, 또 하나는 온 세상이 들꽃으로 가득했던 봄날의 길이다.
의랑초등학교로 향하는 등굣길은, 봄이 오면 그 길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겨우내 메말랐던 땅 위로 이름 모를 들꽃들이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길 전체가 꽃으로 덮였다. 노란 꽃과 하얀 꽃, 연보랏빛 작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길을 따라 이어졌다. 그는 그 길을 걸을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곤 했다.
꽃을 꺾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바람이 불면 꽃들이 한 방향으로 일렁였고, 햇살이 내려앉으면 꽃잎은 투명하게 빛났다. 그 속에 서 있으면 세상이 조용히 숨 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 시간을 온전히 느끼고 있었다.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
그는 가끔 쪼그려 앉아 작은 꽃 하나를 손끝으로 살짝 만져보았다. 부드러운 촉감과 따뜻한 햇살, 흙의 냄새가 함께 전해졌다. 그 순간에는 어떤 걱정도 떠오르지 않았고, 학교에 가야 한다는 생각조차 잠시 멀어졌다.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비가 오는 날이면 그 길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다. 들꽃은 고개를 숙이고, 길은 진흙으로 변해 발을 붙잡았다. 유봉희 센터장은 그 길을 천천히 걸으며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서두르면 더 미끄러졌고, 힘을 주면 더 깊이 빠졌다. 그 길은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추게 만들었고, 몸의 균형을 스스로 찾게 했다.
돌이켜보면 그는 그 두 개의 길에서 서로 다른 것을 배웠다. 들꽃이 가득한 길에서는 ‘멈추는 법’을 배웠고, 비에 젖은 흙길에서는 ‘천천히 가는 법’을 배웠다. 하나는 마음을 쉬게 하는 법이었고, 다른 하나는 삶을 견디는 법이었다.
비 오는 날엔 전혀 다른 모습의 등굣길
그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유봉희 센터장이 아이들을 만나는 사람이 되었을 때, 그 기억은 그대로 살아났다. 그는 불안한 아이를 만나면 먼저 멈추고 바라보았고, 힘들어하는 아이를 만나면 속도를 늦추어 함께 걸었다. 억지로 끌고 가지 않고 아이의 상태에 맞추어 기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돌봄이라는 것을 이미 몸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봉희 센터장은 이제 확신한다. 자신이 배운 가장 중요한 교육은 교실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랑초등학교 5학년 때 대전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들꽃이 가득했던 등굣길과 비에 젖은 흙길이 그의 감각을 키웠고, 그 감각이 지금의 돌봄 철학이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교실보다도 자연에서 진정한 교육 싻터
그래서 그는 오늘도 아이들 앞에 서면 마음속으로 그 길을 떠올린다. 그리고 조용히 다짐한다. 아이가 멈춰야 할 때는 함께 멈추고, 천천히 가야 할 때는 함께 걸어가겠다고.
그때 그 들꽃처럼, 그리고 그 흙길처럼, 아이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있도록 곁에 머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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