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봉희 생애기록②] 조카를 돌보던 소녀는 어떻게 유아교육 전문가가 되었나

부모 없는 시간,그 결핍이 그를 교사로 만들었고,아이를 안아본 사람만이 아는진짜 교육을 깨닫게 했다

[편집자주] 경기도 평택시에서 돌봄센터를 운영하는 유봉희 센터장의 삶을 생애기록 치유글로 연재한다. 시골에서 어린 조카들을 돌보던 그가 어떻게 유아교육과 돌봄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지내며 겪은 경험이 어떻게 아이들을 향한 깊은 공감과 사명감으로 이어졌는지를 따라간다. 유 센터장의 기억 속의 작은 장면들이 어떻게 삶의 방향을 만들고, 그 경험이 다시 누군가의 삶을 지켜주는 힘으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준다.

어린 조차 무릎에 눞혀 놓고...

해 질 무렵, 산 너머로 햇빛이 기울고 마을마다 저녁 준비를 하는 연기가 피어오르던 시간이었다. 그는 마루에 앉아 어린 조카를 무릎에 눕혀 놓고 있었다. 아이는 이유도 모른 채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어설픈 손으로 등을 토닥이며 “괜찮아”라고 조용히 말했다. 신기하게도 아이는 금세 울음을 멈추었고, 그의 품 안에서 점점 편안해졌다. 그는 그 평온이 깨질까 봐 숨까지 죽이며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조용한 순간이 그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장면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괜찮아" 등 토닥이면 금세 울음 멈춰

유봉희 센터장은 시골에서 자랐다. 형제들 사이 나이 차이가 커 자연스럽게 동생과 조카들을 돌보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고, 잘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지만, 아이가 울면 안아주고 보채면 업어주며, 심심해 하면 함께 놀아주는 일이 그의 일상이었다.

아이들은 그를 잘 따랐고, 그는 그 이유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분명했다. 그는 아이를 통제하거나 가르치려 하기보다, 먼저 아이의 상태를 느끼고 반응하고 있었다.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몸에 밴 감각이었다. 이미 그때 그는 ‘돌봄의 방식’을 배우고 있었다.

'돌봄의 방식' 자연스럽게 몸에 습득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을 때, 그는 부모님의 결정으로 도시(대전)로 보내졌다. 더 큰 세상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이유였고, 그는 대전의 작은 방에서 언니와 오빠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러나 그때 처음으로 ‘함께 있어도 혼자일 수 있다’는 감정을 깊이 경험했다. 밤이 되면 이유 없이 마음이 허전해졌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하는 불안이 그를 감쌌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마음속에서는 누군가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 감정을 말하지 못한 채 견뎌야 했던 시간은 그의 내면에 조용히 쌓여갔다.

"아이에겐 '괜찮아' 말해줄 사람 필요"

그 시절의 결핍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그의 안에 깊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식이나 훈육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이에게는 자신을 이해해 주고 “괜찮아”라고 말해줄 단 한 사람, 즉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어린 시절 느꼈던 불안과 공허함이,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그대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깨달음은 그를 다시 아이들 곁으로 이끌었다. 이번에는 우연이 아니라 그가 선택한 길이었다. 그는 유아교육을 공부했고, 아이들을 만나는 일을 시작했다. 아이들의 눈을 보면 그 아이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마음이 불안한 아이와 말은 잘 듣지만 긴장 속에 있는 아이를 구분할 수 있었다.

그 깨달음으로 유아교육 공부 그것은 지식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익힌 감각이었다. 특히 아이를 안아보면 그 아이의 상태는 더욱 분명하게 전해졌다. 긴장된 몸, 차가운 체온, 굳어 있는 자세는 말보다 더 정확하게 아이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서 유봉희 센터장은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아이의 하루를 받아주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아이들이 이곳에서는 안전하다고 느끼고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교육이었다.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행위가 아니라,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일이라는 확신이 점점 더 분명해졌다.

돌이켜보면 모든 시작은 그 시골 마루 위에서였다. 어린 조카를 품에 안고 조용히 등을 토닥이던 그 시간 속에서, 그는 이미 누군가의 마음을 지켜주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때의 그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지만, 그 경험은 그의 내면에 깊이 남아 결국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교육은 머리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

이제 그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아이를 안아본 사람은 교육을 좀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 교육은 머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 마음은 누군가를 온전히 품어본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 시절 조카를 돌보던 소녀, 유봉희 센터장은 그렇게 한 사람의 삶을 지키는 유아교육 전문가로 자라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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