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 다함께돌봄센터 14호점국가 돌봄정책 현장서 작동한 생활형 공동체 실험시설 돌봄에서 마을 돌봄으로 확장된 현장사례아이 중심 연결로 지역 관계망 복원한 하루저출생 시대 돌봄의 방향을 보여준 파티룸

작은 테이블이 공중으로 들려 올려지는 순간, 아이들 입에서 “와~!” 하는 탄성이 터졌다. 어른들 사이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동시에 번졌다. 마술사는 손끝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묵직해 보이던 가구는 깃털처럼 허공에 떠 있었다.
“진짜야?”
“아까는 안 들리던 게 왜 갑자기 들려?”
아이들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부모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날 저녁,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파티룸은 잠시 마술극장이 됐다.

성탄절 앞두고 열린 ‘이웃 초대 마술쇼’
이 장면은 지난 23일, 경기도 평택시 다함께돌봄센터 14호점에서 열린 성탄절 맞이 마술행사 현장이다. 행사는 센터 이용 아동만을 위한 내부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 초등학생과 학부모, 인근 주민까지 함께 초대한 ‘이웃 공동체 행사’로 기획됐다.
장소는 대광로제비앙모아엘가에듀센트럴 아파트 내 커뮤니티센터 파티룸. 입주자대표회의의 협조로 공간을 무료 대여받아 성사됐다. 이날 행사에는 아이와 어른을 포함해 약 100명이 참석했다. 행사를 기획한 취지는 분명했다.
“요즘은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서로 얼굴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아이들을 중심으로 이웃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웃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유봉희 센터장은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돌봄센터는 아이들의 ‘빈 시간’을 채워주는 공간이 됐다"면서 "그런데 이번 행사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함께 키우는 마을’을 실험한 자리였다"고 밝혔다.
유 센터장은 센터에 소속된 아이들뿐 아니라, 같은 동네의 다른 아이들도 같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초등학생과 학부모, 주민들에게 문을 열었다고 전했다.

마술쇼, 아이들만의 무대가 아니었다
이날 마술쇼는 약 1시간 동안 이어졌다. 단순히 보는 공연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형 마술이었다. 아이들이 무대 앞으로 나가 마술사와 함께 동작을 따라 하고 학부모 한 명도 즉석에서 무대에 올라 마술에 참여했다. 비둘기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아이들이 숨을 죽였다가 일제히 박수를 쳤다
“손에 아무것도 없잖아!”
“저기서 나올 줄 알았어?”
마술은 아이들의 눈을 반짝이게 했고, 어른들의 마음을 풀어줬다. 아이들은 마술을 봤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놀라는 얼굴을 보는 또 다른 공연을 본 셈이었다.
간식 꾸러미와 웃음, 그리고 자연스러운 대화
마술쇼가 끝난 뒤에는 작은 간식 꾸러미가 나눠졌다. 아이들은 간식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부모들은 “어디 사세요?”, “몇 학년이에요?” 하면서 인사를 건넸다. 행사는 누군가를 홍보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웃음이 먼저 나오고, 말이 그다음에 이어지는 자리였다.
“우리 집 애가 이렇게 집중하는 건 처음 봤어요.”
“다음엔 또 언제 하나요?”

“돌봄센터는 동네를 잇는 다리로 발전해야”
이 행사를 이끈 유봉희 다함께돌봄센터 14호점 센터장의 역할도 컸다. 행사 기획부터 주민 협조, 공간 섭외까지 실무를 조율하며 “센터는 아이만 돌보는 곳이 아니라, 동네를 잇는 다리여야 한다”는 철학을 실천했다. 유 센터장은 “아이들이 즐거우면 어른들도 따라 웃게 된다”며 “그 웃음이 이웃을 다시 만나게 하는 시작점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날 마술쇼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었다. 삭막한 도시에서 사람과 사람이 다시 연결되는 ‘매개체’였다. 마술이란 본래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이지만, 이날 평택 고덕에서 펼쳐진 마술은 오히려 사라졌다고 여겼던 공동체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였다.
"아이들의 웃음은 종소리처럼 공간을 울렸습니다. 부모들의 미소는 잠시 멈췄던 이웃 관계의 시계를 다시 움직였고요. 국가적으로 돌봄이 과제가 된 시대, 이번 행사는 ‘시설 중심 돌봄’에서 ‘마을 중심 돌봄’으로 나아가는 한 장면으로 평가될 겁니다."
유봉희 센터장은 "작은 파티룸에서 시작된 마술 한 장면이 이웃을 잇고, 세대를 잇고, 공동체를 다시 불러냈다"면서 "그날 열린 것은 마술쇼가 아니라, 사람 사는 동네의 풍경이었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돌봄을 개인과 가정의 부담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국가가 설계한 제도가 지역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 현장 사례다. 아이를 중심으로 이웃과 세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과정은, 저출생·고립 사회로 향하는 한국 사회에 관계 회복형 돌봄이 가장 강력한 사회 안전망임을 상기시킨다.
작은 파티룸에서 시작된 이 하루의 경험은, 국가 돌봄 정책의 성패가 예산 규모가 아니라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하는 힘에 달려 있음을 조용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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