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20분 만드는 것만으로도 성적은 향상잔소리 대신 루틴을 세우는 가정이 공부를 살려학원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불안 없는 저녁’계획을 부모가 짜지 않을 때 집중력 살아나가난 이기는 힘은 꾸준히 반복되는 작은 성공 경험
“지금 형편이 어렵다고 아이의 미래까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수많은 연구와 교실 현장은, 공부를 잘하게 만드는 힘이 돈이 아니라 환경과 태도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증명해 왔다. 이 글은 서민 가정의 아이들도 충분히 앞서갈 수 있다는 근거와 방법을 분명하게 전하려 한다. 마지막 문장까지 읽어보시면 좋겠다.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김주환 교수의 강의를 참고했다.
학부모 상담 자리에서 “형편이 이러니, 우리 애는 공부로는 어렵겠죠?” 하는 말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교육 연구와 학교 현장은 다른 답을 내놓는다. 공부를 좌우하는 것은 돈의 많고 적음보다 아이가 놓인 환경과 공부 방식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특별한 머리를 타고난 경우보다, 공부하기 좋은 상태에 놓여 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서민 가정 아이들이 공부에서 더 힘들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스트레스다. 집안 형편이 어려우면 부모도 긴장한다. 말투가 날카로워지고, 한숨과 걱정이 잦아진다. 아이는 그 공기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이때 아이의 뇌는 배우는 모드가 아니라 버티는 모드로 작동한다. 가족 스트레스 모형에 따르면 경제적 압박은 부모의 불안과 분노를 키우고, 그 감정이 양육 태도를 통해 아이에게 전달되면서 학업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Conger et al., 1992). 다시 말해, 가난 그 자체보다 가난이 만든 집안의 긴장이 공부를 방해한다.
부모의 한숨, 걱정 많으면 공부 방해

만성 스트레스 땐 기억능력 낮아져
뇌과학 연구도 같은 결론을 보여준다. 어릴 때부터 만성 스트레스를 경험한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작업기억 능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Evans & Schamberg, 2009). 작업기억은 문제를 붙잡고 생각을 이어 가는 힘이다. 공부가 잘 안 되는 이유가 의지 부족이나 능력 부족이 아니라, 뇌가 오랫동안 긴장 상태에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서민 가정에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문제집의 양이나 학원의 개수가 아니다. 공부를 시키기 전에, 공부가 가능한 상태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이를 잘 설명하는 이론이 자기결정성이론이다. 이 이론은 사람이 스스로 공부하려는 힘을 가지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선택하고 있다는 느낌, 해보면 될 것 같다는 느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다(Ryan & Deci, 2000). 이 세 가지는 돈이 없어도 가정과 학교에서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공부 가능한 상태를 먼저 조성해야
첫 번째 방법은 공부를 시키는 시간이 아니라 조용한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집이 좁아도 상관없다. 하루 20분에서 30분만이라도 TV를 끄고, 부모도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아도 간섭하지 않는다. 이 시간이 반복되면 아이의 뇌는 이 시간은 안전하다고 인식한다. 뇌는 안전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생각하고 배우는 기능을 회복한다. 스트레스가 낮아질수록 집중력과 기억력이 살아난다는 연구 결과와도 맞닿아 있다(Evans & Schamberg, 2009).
두 번째 방법은 계획을 부모가 아니라 아이가 세우게 하는 것이다. 오늘 뭐 공부할지 묻되, 선택지는 두 개만 제시한다. 국어 아니면 수학, 이것 아니면 저것이다. 아이가 고른 뒤에는 바꾸라고 하지 않는다. 스스로 선택한 일에는 더 오래 집중하게 된다. 자율성이 생기면 내적 동기가 올라가고,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붙잡게 된다(Ryan & Deci, 2000).
자녀가 계획을 직접 세우게 해야
세 번째 방법은 성적 대신 행동을 칭찬하는 것이다. 몇 점을 맞았는지보다 오늘 얼마나 앉아 있었는지, 끝까지 문제를 붙잡았는지를 말해준다. 결과보다 과정을 짚어줄 때 아이는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다는 감각을 얻는다. 이 유능감이 쌓여야 아이는 다시 도전할 힘을 갖는다.
네 번째 방법은 틀렸을 때 혼내지 않고 함께 보는 태도다. 왜 이렇게 했느냐고 묻는 대신, 어디가 가장 헷갈렸는지를 묻는다. 같은 편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 아이의 뇌는 방어를 멈추고 생각을 시작한다. 관계성은 학습의 안전벨트다(Ryan & Deci, 2000).
성적 대신 행동을 칭찬하라
다섯 번째 방법은 집안 걱정을 아이 앞에서 줄이는 것이다. 생활비나 빚, 다툼 이야기는 정해진 시간에만 하고, 아이 앞에서는 가능한 한 자제한다. 부모의 불안은 아이의 집중력을 직접 깎아 먹는다. 집안 공기가 바뀌면 공부의 바닥이 올라간다는 것이 가족 스트레스 연구가 보여주는 핵심이다(Conger et al., 1992).
공부는 밀어붙여서 되는 일이 아니다. 안전하다고 느낄 때, 스스로 선택한다고 느낄 때, 그때 공부는 시작된다. 돈은 조건을 바꿀 수는 있지만, 공부의 힘 그 자체는 아니다. 서민 가정 아이도 충분히 공부로 길을 바꿀 수 있다.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돈이 아니라, 조금 다른 방식과 조금 더 믿어주는 어른이다.
자녀 앞에서 집안 걱정은 금물
오늘부터 하루 20분의 조용한 시간만 만들어도 충분하다. 공부는 그렇게, 아주 작은 변화에서 다시 살아난다.
(참고문헌)
1. Socioeconomic Status and Academic Achievement: A Meta-Analytic Review of Research Selcuk R. Sirin, 2005
2. The Widening Academic Achievement Gap Between the Rich and the Poor Sean F. Reardon, 2011
3. Childhood Poverty, Chronic Stress, and Adult Working Memory Gary W. Evans, Michelle A. Schamberg, 2009
4. A Family Process Model of Economic Hardship and Adjustment of Early Adolescent Boys Rand D. Conger, Katherine J. Conger, Glen H. Elder Jr., Frederick O. Lorenz, Ronald L. Simons, Les B. Whitbeck, 1992
5. Self-Determination Theory and the Facilitation of Intrinsic Motivation, Social Development, and Well-Being Richard M. Ryan, Edward L. Deci,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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