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숙 생애기록②] 부모 없는 친구들이 작게 보이던 날, 그 어린이의 꿈은 '고아원 원장'이 되었다

초·중·고 장래희망 칸에늘 ‘고아원 원장’을 적었던 이유

[편집자 주] 물치유 전도사로 알려진 (주)물들임 정연숙 대표의 생애를 따라가는 연재 기록을 시작합니다.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한 어린이의 호기심이 어떻게 소명이 되었는지, 상처를 보던 시선이 어떻게 치유의 길로 발전했는지, 그리고 물을 통한 몸의 회복이 어떻게 마음의 회복과 연결되는지를 차근히 풀어봅니다. 독자에게도 잊고 있던 자신의 ‘마음의 씨앗’을 다시 떠올리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누군가 그 아이들 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집 옆에는 작은 고아원이 있었다. 담장은 낮았고, 운동장은 늘 조용했다. 아이들은 같은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녔지만 어딘가 모르게 위축되어 있었다. 학교 행사 때면 부모님이 와서 이름을 불러 주는 아이들 사이에서, 그 아이들은 늘 한 발 물러나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 어린 소녀가 있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장래희망을 적으라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대통령, 과학자, 선생님을 적었다. 그런데 그는 망설임 없이 ‘고아원 원장’이라고 썼다. 선생님이 웃으며 물었다. “왜 그런 꿈을 꾸니?”

그는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다만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부모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스스로 작아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누군가는 그 아이들 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그 아이들이 어깨를 펴고 살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않을까. 어린 마음은 그렇게 생각했다.

중학생, 여고생까지 장래희망이 비슷

그 꿈은 한 해로 끝나지 않았다.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장래희망 칸에는 비슷한 말이 적혔다. 고아원 원장, 요양원 원장, 돌봄센터 운영자. 이름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본질은 같았다. 상처받은 사람 곁에 서는 사람.

사실 그 여학생은 특별히 눈에 띄는 모범생도 아니었다. 공부를 유난히 잘하는 아이도 아니었고, 늘 앞줄에 앉아 칭찬을 받던 학생도 아니었다. 그래서 어른들은 그 꿈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다 보면 바뀌겠지.”

“설마 정말 그렇게 되겠어?”

"상처 받은 사람 곁에 서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것은 ‘직업’에서 출발한 꿈이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된 꿈이었기 때문이다. 외로워 보이는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 위축된 아이를 보면 괜히 말을 걸고 싶어지는 마음. 그런 마음이 반복되면서 그의 안에는 조용한 씨앗 하나가 자라고 있었다.

고아원에서 자라던 친구들 중 몇 명과는 지금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세월이 흘러 동창회에서 다시 만났을 때, 한 친구가 조용히 말했다. “나 사실 학교 다닐 때 너 좋아했어. 근데 말할 수가 없었어.”

그 말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었다. 위축된 시간을 보내던 누군가에게 그의 따뜻한 눈빛이 작은 위로가 되었음을 보여 주는 말이었다.

"환경 탓에 작아진 마음을 일으켜 주고 싶었다"

그는 나중에 깨달았다. 고아원 원장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그 아이들이 ‘불쌍해서’가 아니었다. 상처받은 사람이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도록 돕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환경 때문에 작아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워 주고 싶었던 것이다.

세월이 흐르며 그 꿈의 형태는 조금 달라졌다. 실제로 고아원을 운영하게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무너진 삶의 리듬을 다시 세우도록 돕고, 스스로를 믿게 만드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결국 같은 길이다. 사람을 돌보는 길,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길.

장래희망은 '어떤 마음으로 살 건지' 정하는 일

어린 시절의 장래희망은 단순한 직업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그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무엇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는지, 무엇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는지에 대한 조용한 고백이다. 그래서 어쩌면 진짜 장래희망이란 ‘어떤 직업을 가질까’를 정하는 일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살 것인가’를 먼저 정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직업은 바뀔 수 있지만 마음의 방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 방향이 결국 한 사람의 삶을 이끌어 간다.

정연숙 대표의 어린 시절 장래희망이 ‘고아원 원장’이었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것은 직업의 이름이 아니라, 한 사람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 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기사 댓글 0

0 / 400

욕설, 타인 비방, 광고 등의 댓글은 예고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생애기록치유

[정연숙 생애기록치유㉒] 목 수술을 했는데 이번에는 허리였다

발의 이상과 저림으로 시작된 몸의 신호, 갈수록 불편 · 팔과 손까지 저리고 다리에도 힘 빠지는 증상...병원 찾아 · 결국 목 수술 받아…회복 과정의 고통도 만만치 않아 · 수술 뒤에도 오른발 감각 이상과 왼팔·손 저림 등 불편 · 이번에는 허리 수술까지…“또 수술해야 하나” 막막

2026.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