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 보호라는 명분 뒤에 숨은일부 법률사무소 합의금 산업의 실체저작권 보호 명분으로 벌어지는 '수금 비즈니스'
법이라는 칼날, 누구를 찌르고 있나
"어느 날 법률사무소에서 등기가 왔어요. 이미지 한 장 올렸다고 고발될 수 있다며, 66만 원에 합의하라고 하더군요. 그 사진이 저작권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저는 그냥 동네 소상공인인데요."
서울 구로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 씨(49, 가명)는 지난 4월, 블로그 홍보 게시물에 넣은 음식 사진 한 장 때문에 법률사무소로부터 형사고발 협박과 함께 합의금 요구서를 받았다. 김 씨가 사용한 이미지는 방송 화면을 캡처한 것이었고, 출처는 불분명했다. 하지만 사무실 이름으로 날아든 등기우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저작권 침해는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선처를 원할 시 합의금 660,000원을 7일 내 납부하십시오.”
‘저작권 보호’ 아닌 ‘합의금 비즈니스’
이 사무소는 창작자 본인이 아닌, 이미지 유통사의 법률대리인이었다. 이 법률사무소는 한 방송 콘텐츠 유통사의 위임을 받아 하루 수십 건의 침해 사례를 모니터링 프로그램으로 자동 수집한 뒤, 동일한 경고장을 대량 발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대개 법률에 취약한 일반인, 블로거, 소상공인, 유튜버였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고의가 아니었다”, “상업적 이익을 취한 것도 없다”고 말하지만, 법률사무소는 형사고발과 민사책임을 앞세워 협박에 가까운 문구로 ‘빠른 합의’를 유도했다.
시민의 무지를 노리는 합법적 협박장

저작권 침해? 하루 3,000건 자동감지
한 국내 이미지 유통 전문업체는 내부 자료에서 “일일 약 3,000건의 이미지 무단사용이 자동 탐지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이 정보를 제휴된 법률사무소에 전달하고, 소송 혹은 합의 과정을 대리하게 된다.
취재진이 확보한 내부 문건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도 적혀 있었다.
“일반 개인 또는 블로거의 경우 고발을 두려워하므로 빠르게 합의가 성사됩니다. 대응률과 회수율이 높습니다.”
“이건 사냥이에요. 고의성도, 상업성도 따지지 않고, 그냥 포털에 이미지 쓴 사람을 모니터링해 사냥하는 거죠.”
저작권 침해보다 더 무서운 ‘합의금 장사’
디지털 권리 보호 활동을 해온 한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사무소들은 정해진 금액의 합의금 요구서를 일괄 발송한다.
이 과정에서 진짜 창작자와의 대화나 협의는 없다. 피해자가 납부한 합의금 중 일부만 창작자에게 돌아가며 나머지는 법률사무소와 유통사가 수익으로 나눈다. 법의 보호를 받는 쪽은 창작자가 아니라 법률 대행인이다.
문제는 한국 저작권법에는 미국처럼 명확한 ‘Fair Use(공정 이용)’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뉴스 인용, 교육용 활용, 비평·풍자 목적의 비상업적 이미지 사용도 모두 침해로 간주될 수 있다.
공정 이용 원칙 없는 한국, 악용 부추긴다
국회는 지난 5년간 공정 이용 도입을 몇 차례 논의했지만, 실효성 있는 입법은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법의 사각지대를 활용한 ‘합의금 장사’가 제도처럼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무서워서 이제 블로그도 못 하겠어요”
피해자 중 다수는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법정까지 가고 싶지 않아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했어요.”
“합의하고 나니 억울한 마음만 남았어요. 아무도 이런 걸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정의를 위장한 수익 모델

“비례원칙 도입과 자동경고장 규제 필요”
대안은 없는가? 전문가들은 저작권 보호와 합의금 남용을 구분하는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비영리 목적 사용에 대한 경고장 사전 고지 의무화
▲소액 침해에 대해 행정조정 절차 도입
▲자동화 모니터링 시스템 기반의 대량 경고장 발송 금지 또는 감독 강화
▲공정 이용 예외 조항 명문화
법은 약자를 보호하는 도구여야 한다
지금 저작권법은 누군가에게는 보호막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칼이 된다.
그 칼을 쥐고 수익을 추구하는 변호사들이 있다면, 그들은 법의 이름을 사적 이익에 팔아넘긴 사람들이다.
‘이미지 한두 장’ 때문에 겁에 질려 합의금 송금을 하는 사람들이 계속 생겨나는 한, 우리는 이 현실을 고발하고, 바꿔야 한다. 그것이 진짜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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