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 후배님, 보시오

2022년 2월 26일자 동아일보 칼럼'윤석열은 안철수를 보쌈이라도 해오라'를 읽고선배 언론인으로서 충격 받아 이 글을 쓰오엄정중립이 가장 큰 덕목인 언론에서이렇게 특정정당의 단일화를 주문해도 되는 건가요?

김기만 전 동아일보 기자
김기만 전 동아일보 기자

동아일보로는 한참 후배이지만, 내가 더 이상 동아일보 기자가 아니니 경어를 써주리다.

귀하가 쓴 2월 26일자 칼럼을 읽고, 선배 언론인으로서 충격을 받아 이 글을 쓰오.

<윤석열은 안철수를 보쌈이라도 해오라>라는 제목부터 도발적입니다.

엄정중립, 균형감각이 가장 큰 덕목(德目)인 언론에서, 이렇게 드러내 놓고 특정정당의 단일화를 주문하며, 그 방법으로 "보쌈이라도 해오라"고 구체적으로 교시(敎示)해도 괜찮은가요?

칼럼 내용을 보니 더 심각합니다. "안철수를 보쌈이라도 해서 정치개혁에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고 썼습니다.

어떤 정치개혁을 말하는 거죠? 국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정치개혁이 아니라, 특정 정당의 집권과 연계된 정치개혁을 응원하겠다는 말씀인가요?

만일 그런 생각이라면 즉시 신문사를 떠나서 정당으로 가 직접 뛰거나, 정치평론가의 길을 택하세요.

(그렇게 보쌈이라도 해와서) "우리나라 좋은 나라 만드는 압도적 정권교체에 함께 나아가기 바란다"라고도 썼군요.

이건 뭐죠? "동아일보가 한 정당의 기관지인가"라고 묻게 됩니다. 어떻게 '압도적 정권교체'가 '우리 나라 좋은 나라 만드는 것'과 등호(等號)가 되지요? 좋은 나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터. 이렇게 '압도적 정권교체'만이 그 길이라고 단정해 써도 되는지요?

김 대기자. '보쌈'이 어떤 연원인지나 알고 이 단어를 썼나요?

'팔자가 드센 딸을 위해 남자를 잡아와서 하룻밤 지내게 한 뒤 죽여버리는 엽기적 민속'에서 나온 말이라오. 설사 "정권교체가 지고선이고 단일화가 유일한 답"이라고 주장하고 싶어도, '보쌈'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교사(敎唆)하는 반민주적, 반지성적 폭언은 부끄럽지 않소?

동아일보 누리집(홈페이지) 화면 오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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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 논리는 갈수록 비약합니다. ''이제는 제발 정치인이 국민들 마음 편하게 해줄 때도 되지 않았나"라고 한탄합니다. '국민들 마음'은 어느 나라, 어떤 국민들인지요?

대한민국 국민 5천만 명을 아무런 동의도 없이 그렇게 참칭(讖稱)해도 되는 거요? 그 권한은 누구로부터 부여받았나요? 너무 독단적입니다. 일방통행식 해석입니다. 정치평론가라면 모를까 공명정대하고 불편부당해야 할 언론사의 대기자로서 걸어야 할 정도(正道)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어요.

김 후배는 논설위원, 논설주간 상무, 대기자 전무를 두루 거친 현역 최고위급 기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특정 정당을 노골적으로 편들고, 심지어 구체적인 방법까지 알려주는 글은 제 인내심의 임계점(臨界點)을 넘어섭니다. 동아일보의 사시(社是)의 하나인 '민주주의 주창'에도 맞지 않잖소?

김 기자의 단일화 훈수는 이번 만이 아니더군요. 지난 2월 10일 <안철수는 이재명과 단일화할 터인가>라는 제하(題下) 칼럼에서도 '윤석열-안철수 간 단일화만이 지고지선(至高至善)'인 것처럼 주장했어요.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 대저 특정 정당의 '특정 단일화'가 기자의 사명이라도 되나요?

26일자 칼럼에서는 심지어 "윤석열이든 안철수든 누가 대통령 돼도 상관 없다. 이재명만 아니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까지 썼더군요. '언어폭력'입니다. 누군가의 주장입니까, 아니면 '편향성향'에 빠진 김 기자의 간절한 소망입니까?

국민의힘 기관지라 해도 낯부끄러워 이렇게는 쓰지 못할 것 같소.

"28일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간다. 오늘 윤석열이 안철수에게 전화를 걸었으면 한다.직접 찾아가서 만나기 바란다".

뭐하는 거요. 그리 절박하면 국민의힘에 입당해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라고.

그러나 기자 명함 가지고는 절대 하면 안될 일이요. 수습기자도 아니고 메이저 신문의 논설주간, 전무까지 한 사람이 왜 그리 '막가파'처럼 굴려 하오? 이재명이 되면 '죽음의 세상', '야만의 시대'가 올 것 같아 두렵소?

하기야 김 후배는 인구에 회자(膾炙)되었던 칼럼 <빨갱이를 빨갱이라 부르지 못하는 나라>를 썼던 분이요. 선배의 충정 어린 고언이 귀에 들어오기나 하겠습니까.

김 후배와 내가 같이 회원인 '관훈클럽'의 창립선언문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진실과 의(義)를 내세우고, 거짓과 사악을 물리치며ᆢ".

언론계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전 동아일보 주필(KBS 사장) 고 박권상 선생도 평소 "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 모든 것이라는 신념"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특정 정당의 단일화를 강력히 주문하며 매우 구차스럽고 폭력적인 방법까지 제시하는 기자의 금도를 넘는 이 칼럼. 관훈클럽의 창립선언문 정신이나 박권상 선배님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해 보기를 선배로서 권합니다.

2022.02.27.

김기만 선배 씀

동아일보 누리집(홈페이지) 화면 오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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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만 전 동아일보 기자' 약력]

국립 군산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근무했음

독서신문, 이뉴스투데이에서 주필로 근무했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근무했음

Dankook University에서 초빙교수로 근무했음

키즈 KIDS TV에서 부회장으로 근무했음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근무했음

대한민국 국회 의장 공보수석

전 청와대 춘추관장

동아일보사에서 기자 (Repórter), 프랑스특파원으로 근무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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