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범죄자" 유인물이 동네에 뿌려진다면...

[박원경 변호사 특별기고(3)]경찰조사 받고 수사 전단계 대응지침

[편집자 주=“받지 않아도 될 혐의는 받지 말고 받지 않아도 될 처벌은 받지 말자.” 우수상담변호사로 유명한 법무법인 천명(02-3481-9872)의 박원경 대표변호사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박 변호사는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와 L&K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를 역임했으며 2011년부터 5년 연속 네이버 지식IN 우수상담 변호사로 선정되었습니다. 저서로는 ‘성범죄사건 시간별 시간별 대응전략’, ‘판사 검사 변호사가 말하는 법조인’이 있습니다.]

박원경 변호사
박원경 변호사

1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다면"

[사전 단계] 딱 두 가지만 기억하자!

▶ 이야기를 진행하기 전에 딱 두 가지만 기억하고 시작하자.

하나, 신고나 고소를 막아라.

둘, 불기소처분을 노려라.

▶ 아직 무슨 말인지 몰라도 좋다. 법정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당신은 이 두 가지를 목표로 삼고,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사건의 진행 과정

▶ 당신의 현재 위치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다음 진행도를 이해하고 있는 게 좋다. 사건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사건-> 신고나 고소 / 체포 -> 경찰 조사 -> 검찰 조사 -> 법정

▶사건이 벌어진다고 다 조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범으로 체포되거나 혹은 신고/고소가 들어가야 한다. 또한 신고/고소가 들어간다고 해서 다 사건이 되는 것은 아니고 경찰이 보기에 혐의가 어느 정도 보여야 한다.

▶신고/고소가 들어가고 혐의가 보이는 경우, 경찰에서 전화가 걸려오면서 조사가 시작된다. 또는 현행범으로 체포되면서 조사가 시작된다. 이때 형사는 피의자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며 그내용을 피의자신문조서'에 작성하게 된다.

▶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고, 어느 정도 혐의 여부에 대한 판단이 서면 경찰은 해당 사건을 검찰에게 보낸다(경찰의 손에서 사건이 끝나는 경우는 없다.). 이를 검찰 송치'라고 부른다. 검찰은 피의자조서나 증거 자료 등을 받고 더 조사할 게 있으면 한 번 더 불러서 조사하고 그렇지 않으면 법정에 세울 것인지, 아니면 재량권에 따라 여기서 사건을 끝낼지 결정한다.

▶ 검찰이 '이건 법정에 세워야겠는데' 하고 법원으로 보내는 것을 '기소'라고 한다. 기소되면 유죄나 무죄 가운데 하나를 받게 되는데 무죄 받을 확률은 15%도 안 된다.

▶ 따라서 사건을 ① 신고나 고소 전에 마무리하거나 ② 검찰 조사 단계에서 끝낼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혹은 ③ 법정까지 가더라도 처벌을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가는 것이 당신이 취해야 할 목표가 된다.

'나는 성범죄자'라고 적힌 유인물이 동네에 뿌려진다면

▶ 뒤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이것 한 가지만은 꼭 알기를 바란다. 보안처분이다. 최근 성범죄 사건과 관련, 예방 차원의 조치가 강화되었는데 그게 보안처분이다. 혹시 여성가족부에서 보낸 우편물을 받은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성범죄자가 동네로 이사 오면 그 지역 주민들에게 우편물이 날아온다. 성범죄자의 얼굴과 이름, 주소 등이 적혀 있으며, 그가 저지른 성범죄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이사 갈 때마다 동네 주민들에게 '이사 왔음', '이사 갔음' 하고 소식이 알려진다. 이게 보안처분 가운데 하나인 신상정보 고지명령이다. 자기 얼굴과 이름이 '성범죄자'라는 문구와 함께 동네에 뿌려진다고 상상해보자. 끔찍한 일 아닌가? 집밖으로 나설 때면 누군가 뒤에서 수군거리는 것 같아서 못 견딜지 모른다.

▶ 더욱이 내가 끔찍한 성범죄자도 아니고 아주 가벼운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낙인이 찍힌다면? 예컨대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인터넷 채팅을 통해 음란한 글이나 사진을 보냈다. 이건 통신매체이용음란에 해당된다. 사실 이 사건은 경미한 성범죄에 해당하는데 과거에는 보안처분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보안처분 대상이 된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 잘못된 대응책 때문에 평생 고통을 받고 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더욱 올바른 대응책이 필요하다. 참고로, 보안처분의 종류는 여러 가지이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게 신상정보 고지명령이나 전자발찌 같은 것이다. 또한 보안처분은 처벌과 별개다. 처벌은 처벌대로 받고, 보안처분은 보안처분대로 받게 되어 있다.

[사건의 시작 ①] 경찰에게 출석 요청이 오다.

▶ 만일 당신이 가해자이고,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다면 며칠 뒤 경찰로부터 출석을 요청하는 '전화'가 한 통 걸려올 것이다. 사건이 시작된 것이다(사건이 시작되는 방식은 이 외에도 피해자에게서 전화가 먼저 걸려오는 경우도 있다.).

전화가 걸려오면 보통의 경우, 다음과 같은 대화가 이루어진다.

형사 : (사무적인 말투로 잘 들리지도 않게) OO경찰서 OO과 OOO 형사인데, 아무개 씨 맞나요?

당신 : 네, 맞는데요. 무슨 일이시죠?

형사 : OOO 관련해서 조사받아야 합니다. XXX하신 적 있죠?(혹은 XXX 관련해서 피해자가 고소했습니다.) 이번 주 요일 OO시까지 으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당신 : 전 그런 적 없는데요.

형사 : 그래도 나와야 합니다.

▶ 대부분 이쯤에서 통화가 종료되지만 당신이 집요한 성격이라면 아래처럼 물어볼 것이다.

본인 : 전 그런 적 없는데 왜 나가야 합니까?

형사 : (길게 이야기 할 것 같으니까 불친절하게 말을 끊으면서) 나와서 얘기하세요.

본인 : 안 나가면 어떻게 되나요?

형사 : 집으로 출석요구서 보내고, 그래도 출석 안 하면 지명수배합니다.

▶ 이런 전화를 받으면 백에 구십구는 경찰서에 임의로 출석하여 조사를 받게 된다(이를 불구속 피의자조사'라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다음 예시처럼 걱정은 되면서도 괜찮겠지 하는 심정으로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는다.

▶ 이런 생각으로 경찰조사를 받는다고 해보자. 과연 혐의에서 벗어나거나 혹은 자신을 충분히 변호하여 법적 불이익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까?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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