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단계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문제의 참 원인을 파악하면 2단계로 넘어갑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탐색하거나 기존에 존재했던 대안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는 대안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단계입니다. 기존 의사결정이론에서는 대안의 탐색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대안으로 거대 기업이 당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가 워낙 복잡하기도 하고, 기존에 존재하는 대안은 다른 기업들이 이미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모방만으로는 경쟁력을 키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대안의 탐색보다는 대안의 창조를 더 강조합니다.
Problemistic Search vs. Slack Search
의사결정 이론에서는 탐색을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을 탐색하는 Problemistic Search와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여유자원이 많아 그것을 활용해서 성과를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하는 Slack Search로 구분합니다. Slack은 여유자원이란 의미입니다. 매출 목표가 달성되지 않아 매출액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면 Problemistic Search이고, 잉여 현금이 많아 그 자금으로 성장에 필요한 인수합병 대안을 찾거나 신성장동력을 찾아내는 것을 Slack Search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의 2단계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은 Problemistic Search입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Local Search vs. Distant Search
탐색을 또 달리 구분하는 방법이 Local Search와 Distant Search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Local Search는 근거리 탐색 혹은 지엽적 탐색이라고 합니다. 기존에 해 오던 방식을 약간 바꾼 대안을 찾는 것입니다. 기존의 핵심 역량을 활용해서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해 보자거나 기존 전략을 더 정교화해 보자는 것이 예입니다. 기존 사업에서 품질을 높이고 원가를 줄이자는 것도 근거리 탐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 개선(Continuous Improvement)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활동을 활용(Exploitation)이라고 합니다.
Distant Search는 원거리 탐색이라고 합니다. Global Search 혹은 광범위한 탐색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해 오던 방식을 고려하지 않고 제로베이스에서 대안을 찾는 것입니다. 매출액이나 시장점유율이 줄었을 때 신성장 동력을 찾아보자거나 인수합병을 해보자는 것이 예입니다. 근본적인 개혁과 혁신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실험(Experimentation) 혹은 탐험(Exploaration)이라고 합니다.
근거리 탐색과 원거리 탐색은 상대적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이 연비를 높일 수 있는 엔진을 개발하는 것과 전기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을 두고 어떤 종류의 탐색인지를 구분하려고 할 때 전자는 근거리 탐색, 후자는 원거리 탐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회사가 전기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과 우버 같은 공유 차량 사업을 하는 것을 두고 어떤 종류의 탐색인지를 구분하려 할 때 전자는 근거리 탐색, 후자는 원거리 탐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거리 탐색을 하다 보면 지엽적 최적해(Local Optimum)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 개선을 하다 보면 기존에 해오던 방식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원거리 탐색을 하면 전체 최적해(Global Optimum)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해 오던 방식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원거리 탐색을 하는 것이 정답일 것 같은데 현실에서 개인이나 기업은 원거리 탐색보다는 근거리 탐색을 더 많이 합니다. 근시안적 학습(Myopic Learning)을 주로 한다는 것입니다.
학부 학생들이 자신이 택한 전공에 만족하지 못할 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예 전공을 바꾸거나 대학 입시에 다시 도전하기보다는 복수 전공, 부전공을 찾아보거나 해당 전공에서 자신이 더 만족하면서 대학을 다닐 수 있는 방안을 찾습니다. 부부 싸움을 한 후에 "이참에 아예 배우자를 바꿔봐"라고 하기보다는 자신이나 배우자의 행동 방식을 바꿔 사이좋게 지낼 방안을 찾는 것이 보통입니다. 기업도 근거리 탐색을 우선시합니다. 기존에 해 오던 방식을 조금씩 바꿔 문제를 해결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습니다. 그런 것을 아무리 찾아봐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으면 그때야 원거리 탐색을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근거리 탐색, 활용, 근시안적 학습 중심으로 가는 이유
근거리 탐색을 주로 하는 이유는 탐색을 해서 찾은 대안을 실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대안을 실행해서 나올 수 있는 결과의 예측 가능성, 대안을 실행했을 때 성공할 가능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근거리 탐색으로 찾은 대안을 실행하는 비용이 원거리 탐색으로 찾은 대안을 실행하는 비용보다 적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해 오던 것을 조금 바꾸는 것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듭니다.
두 번째 이유는 근거리 탐색으로 나온 대안을 실행했을 때 나올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원거리 탐색으로 나온 대안을 실행했을 때 나올 결과를 예측하는 것보다는 쉽기 때문입니다. 근거리 탐색으로 찾은 대안을 실행했을 때는 그와 유사한 대안을 여러 번 실행해 보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결과를 예측하기 쉽습니다. 반면에 원거리 탐색으로 찾은 대안을 실행했을 때 미래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유사한 것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셋째, 근거리 탐색으로 찾아낸 대안을 실행했을 때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근거리 탐색으로 찾아낸 대안은 기존에 해 오던 방식을 조금 바꾼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그것을 실행할 역량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원거리 탐색을 통해 전혀 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사업을 할 때는 성공하면 아주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습니다. 관련 역량이 부족하고, 이미 그 분야에 먼저 진출한 기업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활용(Exploitation)과 탐험(Exploration)에 대한 균형적 투자가 필요
조직 이론에서는 근거리 탐색과 원거리 탐색, 다시 말해 활용과 탐험에 균형적 투자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기존에 하던 것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근거리 탐색과 활용은 기업의 생존을 보장해 주지 못합니다. 예전에 타자기를 만들던 기업이 많았습니다. 이런 기업이 타자기의 원가를 낮추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도 생존할 수 없었습니다. PC와 프린터에 의해 대체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진이 디지털화가 되면서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 기능이 내장된 휴대폰이 확산되었습니다. 사진 필름에 대한 수요가 대폭 떨어졌습니다. 사진 필름을 만들던 기업이 그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도 생존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코닥이 망한 것이 예입니다.
근거리 탐색을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을 전혀 하지 않고 모든 여유 자원을 원거리 탐색에만 투자하는 것도 합리적인 방안으로 보지 않습니다. 원거리 탐색과 탐험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데 성공하면 기업은 계속 생존하고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성공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대안의 창조
대안 탐색은 세상에 없던 대안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도 포함합니다. 그래도 탐색이라고 하면 기존에 있던 잠재적 해답을 찾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어서 세상에 없던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대안 창조라는 명칭을 붙입니다.
기존에 있던 대안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창조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발명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후발주자로 출발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국 선도 기업을 모방만 해서는 선도 기업을 추월할 수 없습니다. 뭔가 다르게 해야 하는데, 그 잠정적 해답이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대안을 창조하는 과정에서는 패러독스적 사고 혹은 통합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기존에 양립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방식의 장점을 둘 다 취하겠다는 가정하에서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1세대 암 치료제가 효과는 강력한데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문제가 있고, 2세대 암 치료제는 암세포만 찾아 공격하는데 암세포를 제대로 죽이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두 세대 암 치료제의 장점을 다 취할 수 있는 새로운 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것이 패러독스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대안 창조 방법입니다.
필자가 동료인 송재용 교수와 삼성 특히 삼성전자가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분석해서 미국 McGraw Hill에서 Samsung Way라는 제목으로 출간했고, 일부 내용을 더 개발하여 Harvard Business Review와 California Management Review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필자는 삼성전자의 핵심 성공 요인으로 패러독스 경영을 꼽았습니다. 거대 기업의 장점인 규모의 경제와 소규모 기업의 장점인 스피드를 동시에 취하고, 다각화된 기업의 장점인 시너지와 전문화된 기업의 장점인 산업별 최고의 경쟁력을 동시에 취하고, 일본식 경영의 장점과 미국식 경영의 장점을 동시에 취했기 때문이라고 본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1969년에 설립되어 선진국 선도 기업들이 포기하지 않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전 세계 기업사에 새로운 역사를 쓴 기업이라고 할 만합니다. 어느 한 방식의 장점만 취해서는 선진국의 선도 기업들을 추월할 수 없기 때문에 패러독스 경영을 통해 복수의 경쟁 우위를 만들어 성공했다는 것이 핵심 주장입니다.
<참고문헌>
Song, Jaeyong, and Kyungmook Lee. The Samsung way: Transformational management strategies from the world leader in innovation and design. New York, NY: McGraw-Hill Education, 2014.
Khanna, Tarun, Jaeyong Song, and Kyungmook Lee. "The paradox of Samsung's rise." (2011).
Song, Jaeyong, Kyungmook Lee, and Tarun Khanna. "Dynamic capabilities at Samsung: Optimizing internal co-opetition." California Management Review 58.4 (2016): 118-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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