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묵 교수 기고] 의사결정 1단계: 문제의 인식과 원인 분석

이경묵 교수
이경묵 교수

의사결정은 다섯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문제 인식과 원인 분석 → 대안 탐색과 창조 → 대안 평가와 선택 → 실행 → 결과 평가와 피드백입니다. 결과 평가와 피드백 단계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들면 두 번째 단계인 대안 탐색과 창조 단계로 돌아갑니다. 기업에서 의사결정할 때 문제 인식과 원인 분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실적이 목표 수준에 미달할 때 문제를 인식합니다

실적이 목표 수준에 미달할 때 문제를 인식하게 되고, 이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시작합니다. 실적이 목표 수준 이상이라면 기존에 해 오던 방식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실적이 목표 수준을 초과할 때도 문제를 인식하기도 합니다. 준거 기준이 되는 (비교 대상이 되는) 경쟁 기업들이 아주 높은 성과를 내면 자기 기업이 혹시 목표 수준을 낮게 잡은 것은 아닌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의심하게 됩니다.

성과 기준의 선정이 문제 인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업은 매출액이나 당기순이익, 성장률이나 이익률, 고객 만족도나 종업원 만족도, 재무안정성 등 다양한 목표를 추구합니다. 성과 기준의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기업의 전략입니다. 시장 선도자 전략을 택하는 기업에서는 신제품의 개발과 출시 속도를 중시합니다. 경쟁 기업보다 먼저 최첨단 제품을 개발·판매함으로써 성장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경쟁자보다 낮은 원가와 낮은 가격을 바탕으로 경쟁해보겠다는 기업에서는 단위당 생산원가를 중요한 목표로 추구합니다. 플랫폼 사업을 하는 신생기업들은 단기간에 고객수를 늘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초기에 엄청난 적자를 보더라도 고객을 많이 모아 나중에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시기에 따라 중시하는 성과 기준을 달리하기도 합니다. 경제가 활황기일 때는 매출액 성장을 우선시하고, 불황기일 때는 재무안정성 혹은 내실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개별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중시하는 목표가 달라집니다. 어떤 목표를 중시하는지는 최고 경영진이 어디에 관심을 기울이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최고 경영진은 해당 시점에서 생존과 성장에 가장 중요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보통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대형 사고가 나면 안전을 중시하고, 안전 부서의 규모가 커지고, 안전 부서 최고 책임자의 지위가 높아졌습니다. 서서히 안전 중시가 약화되고 대신 효율성이 중시됩니다. 그러다가 다시 대형 사고가 터졌습니다. 기업 경영에서 경영진의 관심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관심 기반 기업 이론(attention based view of the firm)이 이런 현상을 잘 설명합니다.

목표 수준의 결정: 역사적 열망 수준 vs. 사회적 열망 수준

기업의 목표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자기 기업의 과거 성과와 비교 대상이 되는 다른 기업들의 성과입니다. 자기 기업의 과거 성과를 바탕으로 정한 목표 수준을 역사적 열망 수준(Historical Aspiration Level)이라고 합니다. 학술적 연구를 할 때는 과거 몇 년 치 성과에 가중치를 두어 계산한 것을 역사적 열망 수준으로 추정합니다. 비교 대상이 되는 준거집단의 전기 성과를 바탕으로 정한 목표 수준을 사회적 열망 수준(Social Aspiration Level)이라고 합니다.

협상을 통한 목표 차원과 목표 수준의 결정

실제 기업에서는 자기 기업의 과거 성과와 경쟁 기업들의 성과를 고려하여 목표 수준을 정합니다. 그렇지만 이론에서 제시하듯이 하지 않고 두 가지를 고려하되 그것보다 훨씬 높은 목표 수준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기업 전체의 목표는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명시적, 묵시적 협상 과정을 통해 결정됩니다. 기업 내부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를 일부 대변해 주는 부서들이 있습니다. 대관업무를 하는 홍보부서에서는 정부의 의견을 반영하려 하고, 영업부서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려 하고, 인사부서에서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려 합니다. 그 결과 단일 목표를 추구하지 않고 다수의 목표를 추구하게 되고, 한 차원의 목표를 극대화하기보다는 다양한 차원에서 만족할만한 목표 수준을 추구하게 됩니다. 매출액 1000억 원 이상, 당기순이익 100억 이상, 고객만족도 5점 만점에 4점 이상 같은 목표 수준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기업은 다수의 부서로 구성되기 때문에 상위 부서와 하위 부서 간 협상을 통해 기업 전체의 목표, 하위 부서의 목표를 정합니다. 여러 개의 사업부로 구성된 회사라면 사업부 매출액의 합계가 회사 전체의 매출액이 됩니다. 최고경영자는 높은 목표를 정하도록 요구합니다. 사업부 책임자들을 그렇게 높은 목표를 원하지 않습니다. 목표 대비 성과로 평가받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을 제시하면서 목표를 낮추려 합니다. 이런 밀고 당기는 과정을 통해 목표 수준이 설정됩니다. 사업부장이 실제 사업부를 운영할 때는 경영진과 합의한 목표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목표를 제시하여 조직을 이끌어갑니다. 목표를 초과 달성해야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입니다.

목표 수준만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것을 목표로 추구할 것인지도 협상을 통해 결정됩니다. 기업 전체 차원에서 핵심 성공 요인 (KSF: Key Success Factor)를 정하고 그것을 잘 해 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핵심 성과 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정합니다. 그것을 폭포식으로 하방 전개합니다. 각 부서별 KSF와 KPI를 정합니다. 하위부서는 가능하면 쉽게 달성할 수 있는 KSF와 KPI를 설정하려 합니다.

공식적인 목표가 설정되면 해당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자원을 파악하고 해당 자원을 공급하는데 소요되는 예산을 배정하게 됩니다.

신속하고 정확한 문제의 인식이 중요합니다

의사결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문제가 있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암에 걸린 환자가 자신이 암에 걸린지도 모르고 사는 것처럼 위험합니다. 기업에서 문제를 인식했다는 것은 해당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그 문제를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1000명으로 구성된 기업에서 최고경영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최고경영자만 빼고 다 알고 있어도 조직 차원에서는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신속하고 정확한 문제 인식을 위해 기업은 다양한 방법을 씁니다. 첫째, 각 부서에서 주기적으로 성과를 집계하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매출액 같은 것은 매일 집계하도록 하고, 종업원 만족도는 일 년에 한 번 집계하도록 합니다. 실적이 예상대로 나오고 있는지를 파악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신제품이나 신기술 개발 같은 경우는 마일스톤 방식으로 성과를 측정하도록 합니다. 계획대로 진도가 나가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것입니다.

둘째, 각 부서에서 관련 외부 환경의 변화, 경쟁자의 행동 변화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도록 합니다. 해당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요인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전문 기관에서는 어떤 예측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도록 합니다. 환율 변동, 국제 경제성장률, 각국의 산업 정책, 국제 관계 등을 파악하도록 하고 경쟁 기업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파악하도록 합니다. 해당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행 요인들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셋째, 최고경영자가 현장 밀착 경영 혹은 배회 관리를 합니다. MBWA(Management by Wandering Around)를 하는 것입니다. 최고경영자가 사무실에 앉아서 보고되는 자료만으로는 문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현장의 영업사원이나 생산직 사원들이 일을 하면서 문제를 인식하게 되는데 이런 정보가 최고경영자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납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하루하루 경험하는 것을 최고경영자에게 다 보고할 수 없습니다. 정보의 홍수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과 작업을 합니다. 위에 보고해야 할 것과 보고하지 않을 것을 구분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정보가 누락될 수 있습니다. 현실을 단순화해서 표현해 줄 수 있는 통계치를 활용하여 요약·집계합니다. 매출액, 영업이익, 불량률, 종업원 만족도 같은 것이 모두 통계치입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경험하는 생생함이 사라져 문제가 있는데도 최고경영자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의도적 누락이나 왜곡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구성원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숨기고 유리한 정보만 올리기도 하고, 불리한 정보를 왜곡하여 유리한 정보로 바꿔 보고하기도 합니다. 이런 조직 내 정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고경영자가 현장을 방문하여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록 하거나 직접 고객이 되어 자기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경험해 보도록 하는 것이 MBWA입니다.

넷째, 고객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이트, 협력업체들이 부당 거래를 고발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고 이곳에 올라오는 정보를 봅니다. 고객 중심 조직을 추구하는 기업에서는 최고경영자가 출근해서 가장 먼저 고객의 목소리(VoC: Voice of Customers) 사이트를 방문한다고 합니다. 종업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블라인드처럼 회사 밖에 있는 사이트에서 현재 직원 혹은 퇴직한 직원들이 글을 남기는 사이트에 방문해서 확인해 보기도 합니다. 현장 밀착 경영은 최고경영자의 일정이 미리 알려지고 최고경영자의 얼굴이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수 있습니다. 왕이 백성들이 잘 살고 있는지를 몰래 살펴보는 미행(微行) 같은 효과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고객의 목소리, 협력업체의 목소리, 종업원의 목소리가 자유롭게 개진되는 사이트가 현장 밀착 경영의 대안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다섯째, 의사결정 권한을 밑으로 내려 주는 분권화를 시행합니다. 가능하면 문제가 발생하는 곳에서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결정할 때보다 현장에 가까운 곳에서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문제에 더 신속하게 대응하고 생생한 정보를 바탕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문제의 진짜 원인을 찾아내야 합니다

문제가 파악되면 문제의 진짜 원인(Root Cause)을 찾아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매출액이 줄어들었으면 진짜 원인이 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매출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잘못된 곳에서 원인을 찾으면 잘못된 처방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진짜 원인을 찾아 내기 위해 논문 쓸 때 가설을 검증할 때 쓰는 방법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실험 집단과 통제 집단으로 나누어 실험할 수도 있고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자료를 분석해서 원인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연구 결과와 쌓여 온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 진짜 원인을 찾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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