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 이사장 공연평]극단 시지프 '맥베스: 시간의 무덤'대학로 알과핵 소극장

시도는 대담했지만 숙성은 덜된 작품. 그래도 내일의 연극을 이끌 인재들은 발견됐다. 16일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관람한 극단 시지프의 <맥베스: 시간의 무덤>은 의도를 다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기존 연극과는 뭔가 다르게(something new) 해보려는 젊는 패기가 보였다. 올해 대한민국 연극제 네트워킹 페스티벌 참가작으로 오늘의 연극, 미래의 연극을 발굴하기 위한 취지에는 잘 맞았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를 유영훈이 각색, 연출, 무술감독까지 맡아 열정을 쏟은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우선 유 연출은 원작의 이야기를 역순으로 풀어갔다. 워낙 명작이라 스토리를 좀 알고는 있었지만 뒤쪽부터 시작하니 당황스러웠다가 후반부에야 내용을 따라갈 수 있었다. 유영훈 연출은 프로그램에 의도를 밝혀놓았다. 셰익스피어의 언어를 극복해 보려고도 하고, 액션 연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보려고도 하고, 독특한 구성을 통해 관객과 머리싸움을 해보려고도 하고, (관객들이) 순간의 장면에 몰입하길 바라기도 한다고.
필자의 소견으로는 액션 연출이 새로와 보이기는 했다. 단검을 쓰기도 했지만 동남아 무예를 활용한 결투 장면에 배우들의 개인기와 합이 잘 맞아 떨어졌다. 그런데 무기 없는 맨손 격투기를 극에 끌어들인 연출이 드릴이나 터커로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연출한 것은 잔혹하기보다 어울리지 않았다. 이야기 자체를 역순으로 풀어가면서 연출이 다양한 시도를 하려다 보니 과부하가 걸리기도 하고 제작 여건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뭔가 눈에 번쩍 뛰다가도 맥없이 풀려버리는 장면들이 그랬다.

필자의 가장 큰 불만은 초반 남자 배우들의 화술이었다. 엄청난 성량으로 대사를 하는데 그 대사들이 소극장 벽에 울려 내용 파악이 어려웠다. 배우들이 육성으로 공연하기에 극장 조건이 좋았다. 그런데 남자 배우들의 대사는 소리만 컸지 객석으로 뻗지를 않았다..반면 맥더프 부인, 맥베스 부인, 세 마녀들의 대사는 잘 들렸다. 연출이 이런 점에도 신경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13명의 젊은 배우들의 열정과 때묻지 않은 연기는 미래 연극의 가능성을 밝게 했다. 맥베스 부인(김다정), 맥더프 부인(정이)과 세 마녀(신유주, 윤요원, 정이)의 연기가 단단하고 유연했다. 7명의 남자 배우들도 패기와 기량을 갖추었고 연습량이 많았음을 보여주었다. 11명의 배우들은 화술 등 부족한 부분만 개선한다면 어떤 역에 투입해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오늘의 젊은 연극인들이 셰익스피어라는 거대 벽에 도전하여 자기들 방식의 뭔가를 보여주려 했다는 것은 매우 신선하고 바람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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