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구의 '대사관 이야기'(9)] 부드러운 카리스마,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

[정범구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의 '대사관 이야기'(9)]

[편집자 주] ‘글쓰기’ 신문은 주독일대한민국대사관 정범구 대사의 ‘대사관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정 대사는 대사관 주변 이야기와 한독 관계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간결하고 논리적인 문장으로, 외교관의 소소한 일상과 깊이 있는 사색, 강대국들과의 이해관계를 담고 있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쓰기’의 모범사례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현장 사진을 곁들여 국민들에게 외교관이 일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범구 대사는 충북 음성 출신으로 16대, 18대 국회의원을 거쳐 지난해 1월 독일 대사로 부임했습니다.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범구 대사.(사진=정범구 대사)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범구 대사.(사진=정범구 대사)

* 당당하고, 쾌활하고, 그리고 건강해 보였다. 베를린에 주재하는 160여 명 외교 사절을 초청한 자리에서 메르켈 총리는 두시간여 동안 사람들에 둘러싸인 채 시종일관 유쾌한 모습이었다. 최근 몇차례 건강 이상설에 휩싸여 여러 억측을 자아냈던 것을 생각하면 오늘 보여준 모습은 그런 우려를 잠재우기에 충분하였다.

* 대사들을 차례로 맞는 자리에서 메르켈 총리는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오사카 G20 정상회담 때 문대통령을 뵈어 아주 반가웠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당 대표직을 내놓고, 총리직에만 전념하면서 2021년 임기까지만 정치에 머무르겠다는 메르켈의 결정은 독일 정치에 일대 충격이었다. 또 최근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의 부진으로 연정 파기가 논의되면서, 과연 메르켈이 2021년까지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 논의가 분분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독일 현역 정치인 중 최고의 지지율과 인기를 누리고 있다.

* 도종환 시인의 시 중에 "부드러운 직선"이란 시가 있다. 직선이 부드러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 이전에, 그 직선의 내공이 먼저 느껴지는 제목이다. 메르켈에게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역시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그녀의 카리스마를 설명하는데 적격이다. 1990년 통일 당시 동독의 한 물리화학 연구소 소속 연구원이었던 그녀가 불과 10년만에 집권당이었던 기민당(CDU) 대표가 되고, 정치입문 15년만에 여성으로서, 더군다나 동독 출신으로 첫 총리에 오르는 드라마를 가능케 한 것도 결국은 이 부드러운 카리스마였을 것이다.

* 사진 한 장 같이 찍어도 괜찮겠느냐는 내 질문에, 곧바로 저 소녀같은 화사한 미소로 응답해 오는 그녀의 카리스마! 여전히 산은 높고, 물은 깊다.

메르켈 총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대사들.(사진=정범구 대사)
메르켈 총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대사들.(사진=정범구 대사)
총리 영빈관 앞에서 인사말을 하는 메르켈 총리.(사진=정범구 대사)
총리 영빈관 앞에서 인사말을 하는 메르켈 총리.(사진=정범구 대사)

기사 댓글 0

0 / 400

욕설, 타인 비방, 광고 등의 댓글은 예고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

종합 더보기
마음치유

독일식 '기다림'과 한국식 '총알배송'에 관하여

[특별기고] '기다림'에 대하여 · 한국의 택배기사 과로사했다는 · 슬픈 소식 듣고 마음 짠해져 · 우리는 왜 그토록 기다리는 걸 · 힘들어할까요? · 멀리서 고인의 명복 빕니다

2020.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