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김갑수 선생2008년 미국서 출간된 ‘메가트랜드 차이나’뉴욕타임스 106주 연속 베스트셀러중국 100번 넘게 여행한 저자 나이스비트“서구 민주주의 시각서 중국의 ‘비민주성’ 거론은 출발 자체가 잘못”홍콩 사태는 아편전쟁 연장선상서 보는 역사적 안목 필요한국선 품절 상태로 중고가 아니면 구할 수가 없어

“새로운 중국 사회를 지탱해 주는 가장 중요하고 섬세하며 필수불가결한 힘은 하향식과 상향식 세력의 균형이다. 이 균형의 유지가 중국의 독특한 정치이념을 이해하는 통로이자, 중국의 존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열쇠이다.”(존 나이스비트 저, 《메가트랜드 차이나》, 85쪽)
우리는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에 나온 표현,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치를 알고 있다. 이 말은 서구식 민주주의, 즉 데모크라시의 성격을 규정하는 최고의 금언으로 회자된다. 그런데 과연 지금 미국에서는 ‘인민의, 인민을 위한, 인민을 위한’ 정치가 실현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이 말은 한낱 미사여구에 불과한 것이다.
서구식 민주주의는 선거민주주의이다. 선거는 다수결의 논리로서, 투표에 의한 다수결로 만사를 결정하는 제도다. 1840년 2월 영국 의회에서 중국과의 아편전쟁을 결정한 것도 다수결이었다. 찬성 271표, 반대 262표의 근소한 차이였다.
“이다지도 부정한 전쟁, 이다지도 영속적으로 불명예가 될 전쟁을 나는 아직껏 알지 못하고, 또 읽은 적도 없다.”(투표에서 패한 보수당 수반 글래드 스턴의 말)
한편 미국이 본격적인 제국주의로 치닫기 시작한 것은 1898년 대 스페인 전쟁부터였다. 이 전쟁을 승인한 것은 미국 의회였다. 이후 미국이 벌인 숱한 침략전쟁은 대부분 미국 의회의 승인을 거친 것이다. 물론 침략전쟁을 도발한 미국의 대통령들도 모두 선거에 의해 선출되었다.
2007년 1월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17차 전국대표회의 연설에서, “우리는 항상 인민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여러 계층과 분야의 정치 문제에서 인민의 질서정연한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구의 민주주의가 수평적 민주주의라면 중국의 민주주의는 수직적 민주주의이다. 수직에는 상향과 하향이 함께 있어야 한다. 신중국의 창업주 마오쩌둥의 시대까지는 하향식이었다. 그러나 덩샤오핑 이래 중국은 정책적으로 상향식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있다. 그들이 지향하는 민주주의는 하향식과 상향식이 조화를 이루는 수직적 민주주의이다.

중국을 100번 넘게 여행한 《메가트랜드 차이나》의 저자 나이스비트는 ‘서구식 민주주의의 시각에서 중국의 ‘비민주성’을 거론하는 것은 출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의 홍콩 시위도 마찬가지다. 홍콩 시위를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빗대는 것은 모든 것을 서구 데모크라시를 기준으로 재단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오늘의 홍콩 사태는 인류 역사상 가장 부도덕한 동기에서 비롯된 아편전쟁의 연장선상에서 보는 역사적 안목이 필요하다.
중국 원자바오 총리는 2008년 전국인민대표회의 간부회의에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약간 수정하여 말했다. “정부는 인민의, 인민을 위한, 인민에게 책임을 지는 기관이다.”
서구식 민주주의가 ‘선거민주주의’라면 중국식 민주주의는 ‘책임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정치사상인 '민유방본(民惟邦本)'을 구현하는 방법론이다. 미국이 200년 전에 그랬듯이 중국 역시 현재 전래의 역사 문화에 어울리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델은 거의 성공 단계로 올라서고 있다. 이는 불과 수십 년 만에 명실상부한 G2로서 미국을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선 경제와 군사력, 그리고 덩샤오핑 – 장쩌민 – 후진타오 – 시진핑으로 이어진 조용하고도 평화로운 정권교체에서 읽을 수 있다.
끝으로 2008년 미국에서 출간된 책《메가트랜드 차이나》는 <뉴욕타임스> 106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지금까지 1,5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그러나 2010년 한국에 번역 소개된 이 책은 지금 품절된 상태로서 중고가 아니면 구할 수가 없다. 오늘의 한국인은 중국을 잘 모르고 또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는 것이다.[김갑수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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