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걱세, "제주-대구교육청의 '한국어 IB'에 반대할 일은 아니지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8일 국제 바칼로레아(IB) 도입 타당성 평가결과 발표

‘한국어 IB에 반대할 일은 아니다. 그러니 정부는 즉시 한국형 바칼로레아(KB) 체제 개발에 착수하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28일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의 국내 공교육 도입에 관한 종합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사걱세는 큰 방향에서 IB 손을 들어주고, 제주교육청과 대구교육청의 ’한국어 IB‘ 도입에 동의했다. 하지만 각론에서는 추진과정에서 노출되는 IB의 부작용을 너무 강조한 보도자료로 언론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예상되는 문제점을 지나치게 많이 의식하면 오히려 혁신을 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사걱세는 28일 IB의 국내 공교육 도입 타당성에 관한 종합평가를 발표했다.(사진=사걱세)
사걱세는 28일 IB의 국내 공교육 도입 타당성에 관한 종합평가를 발표했다.(사진=사걱세)

우선, 사걱세는 IB를 도입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이나 IB의 교육철학 자체 및 교육과정은 대체적으로 타당하다고 결론내렸다. 제주교육청과 대구교육청 등 IB를 도입하려는 측의 목표가 ▲학교 교육의 혁신과 ▲현 수능을 IB를 참고하여 논술형 국가시험(KB)로 대체하고 이를 통해 ▲미래 교육 혁신을 도모하는 데 있음을 인정했다. 특히 사걱세는 정부가 IB 방식의 논술형 국가시험(논술형 수능) 도입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까지 촉구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IB 도입 타당성 연구 보고서에서 'IB가 국내 공교육 혁신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명시한 것과 거의 같은 맥락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고교 단계 IB AP 교육과정 적용방안 연구’란 보고서를 정책연구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IB를 국내 공교육에서 도입하기 위해 긍정적으로 연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하대 손민호 교수가 책임연구자를 맡고, 조현영 교수(인하대학교), 진동섭 이사(한국진로진학원), 김기홍(인하대학교), 박진희(인하대학교) 박사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해 진행했다.]

사걱세는 “KB 도입이 반드시 IB를 거쳐야 할 필요는 없으나, 그렇다고 IB 존재를 부정할 필요도 없다”면서 “IB 도입이 현 교육법 체제 속에서 불법이 아니며 교육청을 막는다 해도 사립고까지 물샐 틈 없이 틀어막을 수는 없고, 대학들도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기에 적어도 이 흐름이 축소될 것 같지 않다”고 분석했다.

4월 17일, 한국어 IB 도입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제주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의 기자회견 장면.(사진=대구교육청)
4월 17일, 한국어 IB 도입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제주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의 기자회견 장면.(사진=대구교육청)

하지만, 사걱세는 IB의 국내 공교육 도입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을 너무 지나치게 강조한 측면이 있다. 현재의 수능 체제를 그대로 두고 IB 도입 학교를 확산하는 것은 ▲사교육 부담, ▲특권층 교육과정, ▲국적 없는 교육과정 문제 시비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IB 시범 운영을 확대하려는 교육청들이 늘고 ▲충남삼성고, 경기외고 같이 IB를 적용하는 부유층 사립학교들이 증가하며 ▲서울대 등이 IB 교육과정을 우대하면 우리 교육은 새로운 양극화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사걱세 논리라면 그 어느 분야도 혁신하기 어렵다. 영재학교든, 자사고든, 과학중점반이든, 외국어고든, 국제고든 아예 시작조차 하지 말았어야 했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해 (특권층 교육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아예 대학 교육을 없앨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동안 기존 수시논술고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던 사걱세가 ‘논술형 국가시험’을 제안한 것도 엉뚱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걱세는 “IB 도입을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IB 순기능을 극대화하려면 정부가 나서서 현 수능 체제를 해소하고 ‘논술형 국가시험 체제’를 도입하는 정책 방향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사걱세의 이 제안(논술형 수능)에 의아해 할 수 있다. 기존의 대학별 수시논술고사가 사교육비를 유발한다며 강력히 반대하던 사걱세가 “‘논술형 국가시험’ 도입 계획을 세우라”고 촉구하자 “사걱세의 ‘논술형 국가시험’은 사교육비 문제를 유발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것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사걱세가 촉구한 ‘논술형 국가시험 도입'이 사교육비 걱정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이 단체의 방향과 일치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걱세가 지적한 'IB 교육과정의 논술형 시험'은 사교육비가 많이 들고, 사걱세가 주장한 ‘논술형 국가시험’은 사교육비 문제를 덜 수 있겠냐는 문제제기도 나올 수 있다.

사걱세에서 IB를 평가한 항목 일부(제공=사걱세)
사걱세에서 IB를 평가한 항목 일부(제공=사걱세)

사걱세의 제안이 타당하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이것을 정부가 받아들인다고 해도 결국 '사교육 논술업자'들의 배만 불릴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결국 공교육에서 경쟁력 있게 논술형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면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업혁신과 평가혁신을 제대로 하지 않고 '논술형 국가시험'만 도입한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사걱세는 지난 4월 11일 ‘IB는 한국의 낡은 평가 체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IB와 관련된 1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4월 18일에는 ‘IB 추진: 현재 정책 도입은 어디까지 왔고 과제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2차 토론회를, 지난 2일에는 ‘IB 도입의 타당성을 평가한다’를 주제로 3차 토론회를 열었다.

사걱세는 IB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 이유로 대구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이 IB를 한글화하기로 IB 본부(IBO, 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와 합의한 데서 비롯했다고 밝혔다. 특히 타 시도교육청도 IB 도입을 교육개혁을 위한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어 IB 도입 타당성을 연구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사걱세의 이번 제안은 이미 제주교육청과 대구교육청이 준비해 놓은 방안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제주교육청과 대구교육청은 한국형 바칼로레아(KB) 도입을 위한 과도기에 IB 시범학교를 운영하여 그 장점을 배우자고 했지, IB를 모든 공교육에 적용하자는 계획은 세운 적이 없다. 두 교육청은 수업혁신과 평가혁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IB 교육과정을 한국어 버전으로 번역하기로 IB 본부와 합의한 상태다.

사걱세의 IB 도입 타당성 토론회 장면.
사걱세의 IB 도입 타당성 토론회 장면.

한편, 시민단체가 한국 교육을 위해 애쓰는 일은 좋지만 그래도 교육 주체들이 좀 더 머리를 맞대고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하고 있다. 특히 각 시도 교육청들이 IB 도입을 추진하는데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수수방관하는가 하면 이미 완료된 IB 연구 보고서가 공개되는 것조차 꺼리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사걱세는 “현재 정부가 IB에 침묵하는 것으로 사태가 해결될 수 없다”며 “IB가 이미 현실 속에서 한 흐름이 되어 가는 상황에서, 정부의 태도와 무관하게, 논술형 국가시험 전환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어 버렸으므로,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IB 후보학교인 충남삼성고 학생들이 과학실험을 하는 장면.
IB 후보학교인 충남삼성고 학생들이 과학실험을 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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