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육소윤 학생기자 / 대구광역시 월서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에 다닐 때, 나는 내가 가진 것에 비해 자신감이 없었다. 분명 그 시절의 나는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을 많이 가진 소중한 사람이었지만, 단점을 부각하는 나쁜 습관이 내 마음 깊숙이 배어 있었다. 주위에서 아무리 칭찬을 해 주고 용기를 줘도 기쁜 건 그 한 순간일 뿐 잠시 뒤면 또 자신 없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큰 칭찬에 겸손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 아니었다. 상을 받아도, 시험을 잘 쳐도 ‘다음에는 더 잘 해보자!’ 라며 희망을 갖기보다는 다음 번은 못할 거라며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스스로를 비하하기까지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바보 같지만, 나는 너무도 자신감 없는 사람이었다.
중학생이 되고 첫 날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을 때는 더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 미술이면 미술, 음악이면 음악, 공부면 공부, 못 하는 게 없는 빛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또 한 번 자신감을 잃고 있었다. 한 반에 서른일곱 명, 1학년 총 사백여 명 중 나는 초등학생 때처럼 대단하지 못한, 별 볼일 없는 그저 그런 하나겠구나, 하는 생각에 속상했다. 새로운 학교에서의 새 시작인 만큼 좀 잘 해보고 싶었는데 이미 첫날부터 대단한 친구를 너무 많이 만나버려 의지를 잃은 채로 중학교 생활을 시작했었다.
그랬던 나에게 글쓰기가 찾아온 후 변화가 생겼다. 당시 국어 선생님이셨던 김애순 선생님께서는 매달 새로운 시를 나눠 주시며 함께 공부하고 시 감상문을 쓰게 하셨는데, 첫 시 감상문을 쓰던 날 선생님께서는 내 글을 스캔해서 친구들에게 보여 주시며 잘 썼다고 칭찬해 주셨고, 아낌없이 조언도 해 주셨다. 글쓰기로 칭찬을 받게 될 줄은 정말 몰랐기에 얼떨떨한 동시에, 갑자기 머릿속에 전기가 찌릿하고 도는 기분이 들었다. 글쓰기라는 신기한 것은 그 때 내 마음에, 머리에 들어가고 싶다고 문을 두드린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시 수업을 하고 감상문을 쓰는 날만 기다렸다. 아직 확신이 없었기에 내 실력을 좀더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두 번째 시 감상문에서도 칭찬을 받을 수 있었고, 전과는 다르게 칭찬이라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정말 기뻤다. 시간과 정성을 들일수록 점점 만족스러운 글이 되어 갔고, 그렇게 노력한 결과물은 많이 부족할지라도 하나 해 냈다는 생각에 성취감을 느꼈다. 한 가지 확실한 변화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자신이 거만하다고 느낄 정도로 앞으로 더 글을 잘 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런 확신과 함께 글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글쓰기를 조금씩 믿고 의지하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만큼 글쓰기는 알면 알수록 신기한 친구였다. 글을 쓸 때는 펜이라는 전화기가 내 마음을 종이에 전달해 주었고, 종이는 나의 복잡하게 엉켜 있는 마음들을 일일이 풀어내어 반듯한 글자로 옮겨 주었다. 그러고 나면 정말 신기하게도 글쓰기 친구가 내 옆에 다가온다. 사람과 대화를 할 때는 서로 맞춰주는 것이 필요하고, 얻게 되는 즐거움만큼 감정 소비도 심해질 수 있는데 글은 끝없는 인내심으로 하나하나 묵묵히 들어주었다. 서러움도, 속상함도, 기쁨도, 재미있는 상상도 끝없이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절대 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다. 잘하고 있다고, 더 잘할 수 있다고, 너는 참 장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네가 최고라고 말해줬다. 내 자신감을 높여줬다.
이런 기적 같은 만남이 또 있을까? 이때까지 내가 찾아가면 찾아갔지 내 마음을 움직이며 친해지고 싶다고 먼저 말해주는 것은 글쓰기가 유일했다. 나는 그 어떤 화구도, 악기도, 장비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그저 펜과 종이 한 장만 가지고 있다면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고,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신에게는 무궁무진한 세계가 있다고, 그 세계를 꾸며나갈 사람은 바로 너라고, 내가 너를 선택했다고, 그렇게 글쓰기가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제서야 나는 문을 열고 글쓰기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서 와! 찾아와 줘서 고마워!’ 하고.
지금도 나는 글을 쓸 때 얼마나 설레고 두근거리는지 모른다. 딸칵! 하는 소리를 내며 펜을 들면 나의 인생에 전환점을 만들어 준 새하얀 나라의 친구가 나를 향해 두 팔 벌려 힘껏 달려온다. 그 곳에서 수만 가지 이야기를 하고 하루 종일 함께 놀다 보면 어느새 즐거움으로 꽉 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오직 나만 아는 친구를 만나는 시간. 글쓰기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가장 소중한 비밀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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