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구 '대사관 일기'(3)] 옛날 '같이 못살던' 이웃국가들 마음 짠해

[정범구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의 ‘대사관 이야기’]대한민국을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는 동남아시아 이웃 국가들이들 나라에 개발원조(ODA) 늘리고 있지만 더 많은 역할 필요캄보디아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 몰디브 등 모두 여성대사연속극, 노래, 미용, 한식 등 대화 주제는 '한류'에서 출발보건의료 관해 대화할 때 새삼 우리가 잘 살고 있음을 재확인

[편집자 주] ‘글쓰기’ 신문은 주독일대한민국대사관 정범구 대사의 ‘대사관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정 대사는 대사관 주변 이야기와 한독 관계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정확하고 간결하고 논리적인 문장으로, 외교관의 소소한 일상과 깊이 있는 사색, 강대국들과의 이해관계를 담고 있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쓰기’의 모범사례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범구 대사는 충북 음성 출신으로 16대, 18대 국회의원을 거쳐 지난해 1월 독일 대사로 부임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아세안(ASEAN) 국가 대사들과의 관저 만찬을 가졌다. 마침 우리 대통령의 동남아 방문이 있었던 뒤라 타이밍도 좋았다.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말레이시아 대사가 왔는데 베트남 대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 대사들이다. 아시아 태평양 대사들 중에는 이외에도 인도, 호주, 브루네이, 몰디브 대사가 여성이다. 아시아 여성 파워가 대단하다. 독일 주재 유럽 대사 중에는 프랑스, 중남미에서는 칠레, 코스타리카 대사 정도가 여성인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아시아 여성 대사들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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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말레이시아 대사, 베트남 대사 부부, 캄보디아, 미얀마 대사, 정범구 대사 부부.(사진=정범구 대사)

대화는 자연스레 동남아를 휩쓸고 있는 한류에서 부터 출발한다. k-pop, k-beauty, k-drama, 한식에 대한 이야기들이 한바퀴 돌고 난 뒤 각 나라에서 여성의 역할, 지위 등으로 주제가 옮겨간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지만 유교 전통이 강하고, 캄보디아, 미얀마는 불교,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문화권 등 조금씩 서로 다르지만 가정 내에서의 의사 결정권은 여전히 남자에게 있다고 한다. 베트남 대사 부인이 끼어든다. 도시와 농촌의 차이가 있단다. 도시에서는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여성의 발언권이 쎄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베트남 대사는 부인이 세 마디할 때 한 마디 정도한다.

이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새삼 우리가 잘 사는 나라라는 걸 깨우치게 된다. 보건의료 부문에 대해 얘기나눌 때 더욱 그런걸 느낀다. 경제적 수치로 보면 아세안 국가들과의 사이에는 격차가 크다. 지난해 640억불 교역량으로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의 네 번째 교역국이 된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은 2,300불 수준이다. 그러나 베트남은 1억에 육박하는 인구에 연간 6% 이상의 경제성장을 보이면서 동남아시아의 신흥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관저 복도에서.(사진=정범구 대사)
관저 복도에서.(사진=정범구 대사)

이번에 대통령께서 다녀온 말레이시아는 2017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 9,812 달러로, 아세안 국가 평균 (3,614$)을 훨씬 넘는 중견국가다. 지난 해 우리와의 교역량은 192억$로, 우리나라의 12번째 교역 대상국이다.

크메르 루즈의 ‘킬링 필드’를 겪으면서 오랜 내전의 상흔을 안고 있던 캄보디아 역시 지난 20년간 평균 7.7%의 고속성장을 지속해 오고 있지만 아직 1인당 GDP는 1,500$ 수준이다. 연간 30만 명 이상의 한국인들이 관광객으로 앙코르와트 등을 찾고 있다.

미얀마는 아직도 군부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국회의원의 25%는 군부가 지명) 아웅산 수찌의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차츰 정치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1인당 GDP는 아직 1,270$ 정도에 머무르고 있지만 한반도의 세 배가 넘는 넓은 국토에 (677,000 평방 km) 5,100만의 인구로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다. 특히 석탄, 가스, 석유, 동, 아연 등 다양하고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다. 고급 목재인 티크 생산은 세계 1위다.

왼쪽부터 베트남 대사 부인,
왼쪽부터 베트남 대사 부인, 캄보디아 대사, 미얀마 대사.(사진=정범구 대사)

우리도 경제 규모에서는 어언간 세계 11위권 국가가 됐다. 그러나 아직도 헤쳐나갈 길이 멀고 무한경쟁 시대에, 미래의 먹을거리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고민이 많다. 또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일자리가 따라주지 않고, 특히 청년실업 문제는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그러나 눈을 주위로 돌려보면 우리를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눈길도 많다. 동남아시아 이웃들은 특히 옛날에 "같이 못살던" 이웃들이라 더 짠하다. 우리가 이들 나라에 대한 개발원조(ODA)를 점차 늘려 나가고 있지만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이 요구된다. 몸집이 커지는 만큼 할 일도 많아지는 것 같다.[2019년 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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