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선린인터넷고 야구 후원] 오늘의 선수도 돕고, 100년의 역사도 남기고…선린의 ‘두 개의 후원 시간표'

상설 후원회와 100주년 기념사업회 따로 가동

[편집자 주] 세광고의 청룡기 우승을 계기로 야구부 후원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승의 열기를 지속 가능한 지원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후원회를 운영해 온 다른 학교들의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개된 회칙과 동문회 자료,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주요 고교 야구부 후원회의 조직과 운영방식을 비교하고, 참고할 만한 지혜와 시사점을 짚어본다.

당장의 운영비와 장기적인 역사·시설사업 나눠 추진

선린인터넷고의 차별점은 당장의 운영비와 장기적인 역사·시설사업을 나눠 추진했다는 점이다. 오래된 전통을 추억으로만 보관하지 않고, 후원 참여를 끌어내는 자산으로 바꾼 사례다.

선린인터넷고 야구부후원회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재의 선수단 지원과 미래를 위한 기념사업을 함께 추진했다는 점이다. 일상적인 훈련비와 선수 지원은 상설 야구후원회가 맡고, 창단 100주년을 맞아서는 별도의 기념사업을 통해 역사 편찬과 시설 개선, 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추진했다. 한쪽 손으로는 오늘 훈련하는 선수의 어깨를 받치고, 다른 손으로는 지난 100년의 기록을 붙잡은 셈이다.

평상시엔 야구후원회가 정기후원자 모집

선린인터넷고 야구부는 1920년 창단해 2020년 100주년을 맞았다. 당시 야구부후원회장은 선린총동문회의 기념사업회 운영도 함께 맡아 야구부 지원과 100주년 사업을 연결했다. 평상시에는 야구후원회가 정기후원자를 모집하고 선수단을 지원했다. 2016년에는 야구후원회 정기총회에 약 70명의 동문이 참석한 사실도 총동문회 회보에서 확인된다.

최근 공개된 후원 안내에는 정기후원 동문이 300명을 넘는다고 소개돼 있다. 다만 이는 후원회 측이 공개한 자료이므로 현재 정확한 인원과 실제 월 모금액은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일상 살림과 대형 공사를 한 통장에 넣지 않아

선린의 운영방식은 집을 관리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매달 들어가는 전기료와 식비는 생활비 통장에서 쓰고, 지붕을 고치거나 집을 증축할 때는 별도의 목돈을 마련한다. 야구부도 마찬가지다. 선수단의 일상 운영비와 장비비는 정기후원으로 뒷받침하고, 인조잔디나 조명시설처럼 큰돈이 필요한 사업은 별도의 기념사업으로 추진했다.

모든 돈을 하나의 주머니에 넣으면 당장의 운영비와 장기투자 비용이 뒤섞일 수 있다. 선린은 사업의 성격에 따라 조직과 모금 목적을 나누는 방식을 택했다.

선린은 야구부 창단 100주년을 맞아 다음과 같은 사업을 추진했다. ▸선린야구 100년사 편찬, ▸다큐멘터리 제작, ▸덕아웃 설치, ▸운동장 인조잔디 조성, ▸외야 조명 설치, ▸선린야구 발전포럼, ▸창단 100주년 기념행사

100주년을 단순한 잔치로 끝내지 않았다

이를 위해 5억원 조성 목표를 제시했다. 중요한 점은 5억원이 실제로 모두 모였다는 뜻이 아니라, 당시 기념사업회가 밝힌 목표액이라는 사실이다. 기념행사를 하루 열고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시설과 기록이라는 장기 자산을 남기려 했다는 점이 선린 방식의 특징이다.

선린은 고교야구부 가운데 처음으로 특정 종목의 100년 역사를 정리한 책을 추진했다. 선린야구의 창단과 주요 대회 성적, 선수와 지도자들의 이야기를 모아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오래된 야구공과 빛바랜 사진은 창고에 놓이면 낡은 물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름과 날짜, 사연을 붙이면 학교의 역사가 된다.

역사는 후원에도 힘을 준다. 동문은 옛 사진에서 자신의 청춘을 발견하고, 후배 선수는 선배들이 걸어온 길에서 자부심을 얻는다. 기록은 과거를 보존하는 박물관의 유리상자이면서, 새로운 후원자를 불러들이는 초대장이기도 하다.

야구부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남겨

야구부 후원은 당장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다. 배트나 유니폼은 몇 년 뒤 교체해야 하지만 인조잔디와 조명, 덕아웃 같은 시설은 여러 세대가 함께 사용한다. 한 동문의 후원이 아직 입학하지도 않은 미래 선수에게까지 전달되는 것이다.

씨앗을 심은 사람은 그 나무의 그늘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 먼저 심어야 다음 세대가 그 아래에서 쉴 수 있다.선린의 시설사업은 후원의 시간표를 한 시즌이 아니라 10년, 20년 뒤까지 늘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감독 문제로 후원회원들이 집단행동 나선 적도

선린 사례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의 부분은 정기총회와 회원조직이다. 후원회원이 계좌로 돈만 보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기총회를 통해 모이고, 야구부 현황과 사업방향을 공유하는 구조를 운영했다.

후원금은 숫자로 모이지만 후원문화는 관계로 유지된다. 서로 얼굴을 알고, 사업의 필요성을 공유하며, 결과를 확인해야 참여가 오래간다. 다만 후원회의 열정이 야구부 인사나 경기 운영에까지 개입하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인사와 경기운영은 학교와 지도자 권한 존중" 교훈

선린에서는 과거 감독 문제를 둘러싸고 후원회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사례도 있었다. 이는 후원은 선수단을 돕는 역할에 충실하되, 감독 인사와 경기 운영은 학교와 지도자의 권한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선린인터넷고 후원방식은 상설 야구후원회가 현재 선수단을 지원하고, 별도의 기념사업 조직이 역사 편찬과 시설 개선을 추진하는 ‘프로젝트 분리형 후원 모델’이다. 선린은 한 손으로 오늘의 선수를 밀어주고, 다른 한 손으로 100년의 전통을 다음 세대에 넘겨준 학교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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