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공공미술, 설치 이후가 공공성을 좌우한다”

고연수 평론가 『도시에 말을 거는 예술』 출간동상·조형물 관리와 활용의 현실과 해결책 제시

인천광역시 자유공원 정상부에 위치한 맥아더 장군 동상은 1957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7주년을 맞아 인천 시민(국민)의 성금으로 건립된 기념 조형물로, 항만과 원도심을 조망하는 고지대의 상징성과 결합해 전쟁의 기억을 기념비적으로 상징화하고 있다.(사진: 이후창, 제공: 고연수)
인천광역시 자유공원 정상부에 위치한 맥아더 장군 동상은 1957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7주년을 맞아 인천 시민(국민)의 성금으로 건립된 기념 조형물로, 항만과 원도심을 조망하는 고지대의 상징성과 결합해 전쟁의 기억을 기념비적으로 상징화하고 있다.(사진: 이후창, 제공: 고연수)

나는 맨발로 걷기 위해 종종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을 찾는다. 인천에 간 김에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면, 인천은 유난히 동상과 조형물이 많은 도시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최근 미술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인 고연수의 책 『도시에 말을 거는 예술, 장소특정성 공공미술로 본 인천』을 읽으면서, 그 이유와 함께 이 도시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분명해졌다.

이 책은 공공미술을 작품이나 장식이 아니라, 도시가 시민을 대하는 태도로 바라보게 만든다. 동상 하나, 조형물 하나가 잘 서 있는지를 묻기보다, 그 앞에서 시민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느끼는지를 묻는다. 고연수는 “공공미술은 세우는 순간 끝나는 장식물이 아니라, 도시와 끊임없이 교감하고 의미를 형성하며 재해석되고, 함께 호흡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천에는 인천 자유공원에 세워진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동상처럼 분명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 조형물이 있다. 그러나 그 앞을 지나는 많은 시민은 왜 이 자리에 이 동상이 서 있는지,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알지 못한 채 지나친다. 고연수는 이런 상황을 두고 “공공미술에서 장소특정성은 단순히 작품이 놓인 물리적 위치를 넘어, 그 장소의 역사·기억·권력 관계·사용 방식과 얽히며 의미가 구성되는 성격을 말한다”고 밝힌다.

그는 또 “맥아더 장군 동상은 인천상륙작전의 사건 기억과 자유공원이라는 상징적 고지의 조망성이 결합된 것이며, ‘승리’와 ‘동맹’의 국가 서사를 강하게 귀결하는 방식으로 장소특정성이 형성되었다”면서 “동시에 그 의미는 고정된 기념이라기보다 시민의 수용과 정치적 논쟁 속에서 계속 재해석되며 현재형으로 갱신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설명이 없는 동상은 주소를 잃은 편지와 같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있지만, 누구에게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개항장 역사문화권역(인천개항박물관 인근)에는 ‘최초의 우편배달부’로 소개되는 우편 관련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근대 우편 업무는 1884년 11월 18일 우정총국 업무 개시와 함께 서울과 인천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해당 조형물은 근대 사진 자료의 우체부 이미지와 1912년식 우체통 형상을 참고해 제작되었다는 설명이 전해진다.
개항장 역사문화권역(인천개항박물관 인근)에는 ‘최초의 우편배달부’로 소개되는 우편 관련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근대 우편 업무는 1884년 11월 18일 우정총국 업무 개시와 함께 서울과 인천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해당 조형물은 근대 사진 자료의 우체부 이미지와 1912년식 우체통 형상을 참고해 제작되었다는 설명이 전해진다.

인천 송도에는 트라이보울이라는 건축 조형물이 있다. 이 공간은 송도 센트럴파크 안에 자리하고 있으며 미래 도시 인천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지금도 시민들이 실제로 이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고연수는 “송도 트라이보울처럼 한 공간을 대표하는 대형 공공미술은 도시의 상징이자 랜드마크로 작동하고, 지역민에게 자부심을 형성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기념비적 규모와 위용만으로 공공성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또 “더 중요한 것은 그 장소의 일상 속에서 시민이 어떻게 접근하고 머무르며 무엇을 경험하고 해석하는지, 즉 도시와 지역민 사이의 교감과 대화가 실제로 열리는가”라면서 “결국 공공미술의 가치는 ‘사용’과 ‘경험’의 축적 속에서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놀이터에 그네가 있어도 아이가 오지 않으면 놀이터가 아닌 것처럼 아무도 머무르지 않는 공공미술은 구조물일 뿐이라는 뜻이다.

인천 개항장과 원도심 곳곳에는 작은 동상과 벽화, 조형물들이 흩어져 있다. 관광과 도시재생, 기념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러나 설치 이후에는 관심에서 멀어지고, 설명판은 낡은 채 방치되며, 주변 환경이 바뀌어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고연수는 작품이 의미를 잃는 이유는 작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도시의 책임이 멈췄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말은 공공미술이 예산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관리와 운영으로 완성되는 정책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미술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 고연수..
미술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 고연수..

도시가 해야 할 일은 복잡하지 않다. 먼저 인천에 어떤 동상과 조형물이 어디에 있으며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부터 정확히 정리해 공개해야 한다. 다음으로 설명판을 전문가의 언어가 아니라,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고쳐야 한다. QR 안내나 짧은 영상 해설처럼, 지금의 시민이 익숙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필요도 있다. 일정한 주기를 정해 안전 상태와 이용 여부, 현재의 의미를 함께 점검하는 제도 역시 필요하다.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공간이라면, 전시나 교육, 체험 공간으로 과감하게 쓰임을 바꾸는 결정도 필요하다. 고연수는 공공미술은 지키는 대상이 아니라, 계속 살아 있게 해야 할 도시 자산이라고 말한다.

공무원에게 공공미술은 시설 관리 대상이 아니라 시민의 경험을 관리하는 행정 과제다. 조형물을 보호하는 일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책임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시민에게 공공미술은 거창한 문화정책이 아니다. 설명이 부족하면 알려주고, 비어 있는 공간이 보이면 활용을 제안하고, 아이와 함께 안내문을 읽어보는 작은 행동이면 충분하다.

고연수는 공공미술이 시민의 시선이 닿을 때 비로소 다시 공공이 된다고 말한다. 고연수의 『도시에 말을 거는 예술, 장소특정성 공공미술로 본 인천』은 인천의 동상과 조형물을 소개하는 자료집이 아니다. 인천이라는 도시가 시민에게 얼마나 성실했는지를 비춰보는 거울에 가깝다. 마치 도시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보게 하는 작은 손거울처럼, 이 책은 조용히 묻는다. 공공미술은 지금도 시민에게 말을 걸고 있는가. 이 책은 인천이 앞으로 어떤 도시가 되어야 하는지를 가리키는 조용한 나침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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