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기자 출신 임용진 대표전주 한옥마을 민박집 ‘Nearest’로 쓰는 인생 2막언론인 감각으로 전세계 손님 읽는 노년 전성기방 20개로 지구촌 접수…밤샘 파티는 국적 불문 대화의 장90대 노인도 배낭 메고 입장…세대·국경 뛰어넘은 진짜 월드컵韓·佛·獨·南米…글로벌 청춘이 전주에서 맞붙은 우정 리그침대는 20개, 추억은 무한대! ‘Nearest’에선 친구를 득점하다
[글쓴이 주] 19일 밤, 가을비가 흩뿌리는 운동장 한켠, 맨발걷기를 하면서 휴대전화를 붙잡았다. 20여년 전에 종이신문 전성기를 함께 경험했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선배 기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힘찼다.
전세계를 누비며 굵직한 기사를 쏟아냈던 임용진 전 중앙일보 기자. 필력과 취재력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가 이제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게스트하우스 ‘Nearest’를 열고 세계의 젊은이들과 마주 앉아 또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한옥마을 작은 로비, 거대한 국제토론장
전주 한옥마을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뜻밖의 세계가 열린다. 기와지붕 아래 모여든 여행자들의 언어는 국경을 넘어 흐르고, 낯선 얼굴들의 웃음소리는 오래된 골목을 새로운 노래로 채운다.
그 중심에는 한때 세상의 뉴스를 좇던 펜을 내려놓고, 이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잇는 주인장이 있다. 임용진, 전 중앙일보 기자.
그가 운영하는 민박(게스트하우스)의 이름은 ‘Nearest’. 이름처럼 여행자들에게 가장 가까운 쉼터이자, 기자였던 주인장의 인생 2막이 빛나는 무대다.
여행자들에게 가장 가까운 쉼터

유럽 대학생부터 남미 배낭족, 아프리카 음악가까지
“집이 비어 있었고, 할 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했죠. 단순했어요.”
그의 설명은 간단했지만, 결과는 단순하지 않았다. 취재 현장에서 세상의 굵직한 사건들을 취재하던 기자가, 은퇴 뒤에는 작은 민박집 안에서 세계의 작은 사건들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20개의 침대, 방마다 2층 침대가 놓여 있는 아담한 공간. 그러나 이 작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은 거대하다. 유럽의 대학생, 남미의 배낭여행객, 아프리카에서 온 음악가, 이스라엘에서 건너온 청년까지. ‘Nearest’의 손님들은 세계를 한 손에 쥔 듯한 풍경을 매일 그려낸다.
그는 기자 시절 훈련된 본능으로 손님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질문을 던지며, 맥락을 읽는다.
“기자는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가장 빨리 파악하는 직업입니다. 그게 게스트하우스 운영에도 고스란히 도움이 되더군요.”
경영에 도움되는 기자 시절의 '독해력' 경험

작은 공간 일로 단행본 10권도도 가능
임용진 씨는 종종 아쉬움을 털어놓는다.
“이 작은 50평짜리 공간에서 벌어진 일만 기록해도 책 열 권은 쓸 수 있습니다.”
그의 집을 찾은 외국인들은 단순한 여행객이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한국의 민주화와 광주 망월동 묘지를 찾아 나섰고, 또 다른 이들은 비무장지대(DMZ)를 향해 분단의 흔적을 묻기도 했다.
기자 출신 주인장은 귀찮다고 웃어 넘기면서도, 때로는 ‘살아 있는 교과서’처럼 시대와 역사를 설명해 주었다.
게스트하우스는 어느새 국제적인 토론장이 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분쟁, 세계 경제의 흐름 같은 주제가 식탁 위에 올랐다.
“외국인들은 의외로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 관심이 많아요. 전주 한옥마을을 보러 왔다가도, 우리 사회의 변화를 깊이 묻곤 하죠.”
그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속엔 기자로서 사람과 세상을 읽어내던 날카로운 시선이 여전히 살아 있었다.
외국인들, 한국 민주화 과정에 관심

광주항쟁·DMZ·우크라이나까지...
놀라운 건 젊은이들만 찾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아흔 살 먹은 여행객도 와요. 그들은 인생의 고수들이죠.”
그의 표현은 은유적이었다. 나이 든 여행자들은 대개 집을 팔아버리고, 자식들에게 삶의 짐을 내려놓은 뒤 자유롭게 세상을 떠돈다고 한다. 짐은 최소한, 삶은 최대한.
기자 출신 주인장은 그들을 보며 인생의 마지막 챕터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배운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은 여행을 이사처럼 합니다. 짐이 너무 많아요. 그런데 노인들은 배낭 하나만으로도 충분하죠. 가벼움 속에서 진짜 자유를 찾는 겁니다.”
그 대비는 곧 인생의 교훈이 된다. 젊은 날엔 욕심이 짐이 되고, 늙어서는 비움이 날개가 된다.
90대 여행객들 자유롭게 세상 떠돌아

노인은 가볍고 젊은이는 무거운 배낭 그는 어느덧 70세가 되었다. 그러나 자신을 ‘은퇴자’라 부르지 않는다. 오히려 인생의 두 번째 전성기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60세 이후는 전성기입니다. 건강과 시간이 있으니까요. 다만 잘못 관리하면 30년 쌓아온 걸 몇 년 만에 잃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체력을 지켜야 하고, 반드시 일거리를 가져야 합니다.”
그에게 ‘일거리’란 생계를 유지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삶의 활력소다. 기자에서 게스트하우스 주인으로, 직업은 바뀌었지만 글과 사람, 그리고 세상과 연결되는 그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체력 지키고 일거리 있어야" 후배들 조언

"정의를 잃은 기자는 펜은 든 행인일 뿐"
이야기는 다시 기자 시절로 돌아갔다. 그는 후배 기자들을 향한 메시지를 남겼다.
“기자는 본질적으로 정의에 관한 직업입니다. 경제든 체육이든 정치든, 정의를 떠나면 안 돼요. 정의를 잃은 기자는, 펜을 든 행인일 뿐입니다."
그는 이어서 기자들이 평생 원고지 앞에서 되새겨야 할 말이 있다고 했다.
"持己秋霜, 待人春風(지기추상, 대인춘풍).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냉정하고,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라는 뜻입니다.”
취재 현장에서 정의를 좇되, 글 속에는 사람의 체온이 배어야 한다는 뜻이다. 말은 부드러웠지만, 그 안엔 오랜 세월 기자로 살아온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무게가 담겨 있었다.
“기자를 하다 보면 펜도 권력이 됩니다. 힘에 취해 남을 추상처럼 재단하고, 내가 모든 걸 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후회막급이에요.”
"자신에겐 엄격하되 타인에겐 온기 잃지 말아야"

전세계 여행자들 찾아오는 명소로 정착
전주 한옥마을의 작은 게스트하우스 ‘Nearest’. 이곳에서 그는 더 이상 기사를 쓰지 않지만, 여행객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여전히 기자다운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기록하고 있었다.
임용진 씨의 게스트하우스는 단순한 숙소가 아니다. 기자가 남긴 기사는 신문에 남지만, 그가 지금 쓰는 기사는 사람들 마음에 남는다. 전주 한옥마을을 찾은 전세계 여행자들이 그의 집에서 웃고, 묻고, 배우며, 다시 떠나간다. 그 과정 자체가 ‘살아 있는 기사’다.
기자는 현장에서 세상을 기록한다. 은퇴한 기자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세상을 맞이한다. 임용진 씨의 두 번째 기사는 오늘도 전주 한옥마을의 작은 방에서 조용히 쓰이고 있다.

"유쾌하고 친절한 주인장의 따뜻한 환대 최고매력" [투숙객 이용 후기]
“이곳에선 국적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금세 친구가 된다.”
Nearest를 다녀간 투숙객들은 하나같이 이곳을 ‘전주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위치, 깔끔한 시설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주인장의 따뜻한 환대와 이웃 같은 정겨움이 이 숙소의 진짜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국경을 넘어서는 만남=프랑스, 네덜란드, 한국에서 온 다섯 명이 마지막 날 함께 파티를 즐겼다며 한 투숙객은 “이렇게 소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고 했다. 독일에서 온 또 다른 여행객은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었던 공간”이라며 공용 라운지를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다.
▲여행의 중심, 뛰어난 위치=여러 한국인 투숙객은 “위치가 정말 좋아서 전주 여행에 최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주 한옥마을의 골목과 주요 명소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해 여행 동선이 편리하다는 평가다.
▲부담 없는 가격, 만족도는 최고=“좋은 위치에 합리적인 가격 덕분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후기가 잇따랐다. ‘가성비 최고’라는 말은 단골처럼 붙었고, 외국인 친구들도 가격 대비 만족감이 높았다고 전했다.

▲깔끔한 청결, 정성스러운 관리=“발에 먼지가 전혀 안 밟히는 방”, “화장실도 깔끔하다”는 표현에서 보듯 청결에 대한 만족도가 컸다. 한 투숙객은 “사장님이 직접 방을 체크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따뜻한 호스트와 특별한 분위기=투숙객들은 하나같이 주인장을 ‘유쾌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정감이 묻어나는 분위기 덕분에 다른 민박집과는 달랐다”, “밤에는 술을 함께 나누며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후기도 이어졌다.
Nearest는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무대였다. 깔끔한 시설과 편리한 위치를 넘어, “여기서 만난 추억이 오래 남는다”는 투숙객들의 한마디가 이곳의 진가를 가장 잘 증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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