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흙길 시작됐는데 서초에서 끊겨생태하천의 ‘맥’ 잇는 조정 필요

서울 강남구 양재천이 맨발걷기 명소로 거듭나고 있지만, 그 흐름은 서초구에 들어서며 갑작스레 끊긴다.
같은 하천, 같은 시민인데도 행정 경계 하나를 기준으로 흙길은 나무판자로, 자연의 감촉은 인공재질의 차가움으로 바뀌어 버린다. 시민들은 "흙길로 시작했으면 흙길로 끝나야지, 중간에 인조길은 옥에 티"라고 말한다.
서울시민 누구나 알고 있다. 양재천은 더 이상 ‘악취 나는 도랑’이 아니라, 생태복원의 대표 성공 사례다.
맨발로 흙을 밟고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이 길은, 도심 속에서 자연과 몸을 다시 연결해 주는 ‘작은 치유의 길’이다. 그런데 이 귀한 흐름이 서초구에서 끊기고 있다.
현재 강남구는 영동2교와 3교 사이 약 4km 구간에 고운흙(마사토)을 깔아 흙길 산책로를 조성했다. 맨발 걷기를 위한 완성도 높은 코스로, 시민들이 찾아오고 있다.
그러나 서초구로 경계를 넘는 순간 이 흙길은 나무판자 데크와 우레탄길 등으로 바뀐다. 맨발걷기를 이어가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도심 생태 회복의 연결성을 끊는 단절이기도 하다. 한 뿌리에서 뻗어나온 나무가 중간에서 잘려 나간 것처럼, 생태적 흐름과 시민의 발걸음이 함께 멈춰버린다.
시민 김동성 씨는 “서초구가 '우리 구간만 알아서 하겠다'는 식이면, 시민들은 ‘한 도시, 두 행정’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가 중심을 잡고 이 흐름을 다시 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조정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도시공간연구를 하는 한 시민은 “지금 필요한 건 서울시의 ‘큰 그림’”이라며 “하천은 구역이 아니라 흐름으로 봐야 한다. 서초구가 강남구와 협력해 같은 품질의 맨발걷기길을 연결해야 진정한 도심 생태하천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비유하자면, 지금의 양재천은 멋지게 연주되던 클래식 곡이 중간에 음이 끊긴 악보와 같다. 감동은 이어져야 한다. 서울시가 그 악보를 다시 잇고, 서초구를 설득해 ‘서울다운 흙길’이 강남에서 서초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조정할 때다.
서울시민의 건강과 삶의 질은 행정 구역이 아닌 자연의 흐름을 존중하는 공공의 철학에서 시작된다.
서울시가 서초구를 설득해 흙길의 맥을 잇는다면, 양재천은 단지 강을 따라 걷는 길이 아닌, 서울 전체가 숨 쉬는 생명의 길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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