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무트 콜 등 한시대 호령하고 인기 누렸던 인물들 찾아보기 어려워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가 주목 받지만 당내 퇴진 압력 점점 거세독일의 생존 전직 총리는 사민당 출신 슈뢰더(Gerhard Schroder) 유일이라크 침공 때 부시 미국 대통령에 맞서 끝까지 독일군 파병 거부북한과 수교해 평양에 대사관 설치...독일의 마지막 '거물 정치인'될 듯

[편집자 주] ‘글쓰기’ 신문은 주독일대한민국대사관 정범구 대사의 ‘대사관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정 대사는 대사관 주변 이야기와 한독 관계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정확하고 간결하고 논리적인 문장으로, 외교관의 소소한 일상과 깊이 있는 사색, 강대국들과의 이해관계를 담고 있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쓰기’의 모범사례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범구 대사는 충북 괴산 출신으로 16대, 18대 국회의원을 거쳐 지난해 1월 독일 대사로 부임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꽤 오랫동안 "거물 정치인" 시대를 겪었다. "3김 시대"가 대표적이다. 거물 정치인을 중심으로 당이 만들어지고 또한 깨졌다. 그러나 우리 정치에서 이제 "거물"은 점차 사라지고 "고만고만한 " 정치인들이 뉴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 독일 정치권 상황도 비슷하다. 과거 한 시대를 호령했던 인물들, 콘라드 아데나워나 빌리 브란트, 헬무트 슈미트, 디트리히 겐셔, 헬무트 콜 같이 선이 굵고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정치인들을 찾아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현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이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이지만 그녀에게도 봄날은 갔다. 당내에서의 퇴진 압력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 과거 정치인들만한 대중적 인기를 갖고 있는 이도 없다. 여야 막론하고 20%대 지지율이 고작이다.
* 독일에서 살아있는 전직 대통령은 여러 명이지만 전직 총리는 딱 한 명이다. 바로 슈뢰더(Gerhard Schroder)이다. 사민당(SPD) 출신으로는 마지막 연방총리였던 그는 1998-2005년간 재임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실업수당 등을 삭감하는 등 사회복지 비용을 과감히 줄여 사민당 지지계층인 노동자들로부터 비난받은 그의 "하르츠 개혁"은, 그러나 훗날 독일의 실업률을 줄이고 경제체질을 과감히 개선한 "영단"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라크 침공 때는 부시에 맞서 끝까지 독일군 파병을 거부했다. 그의 총리 재임시 북한과 수교가 이루어져 평양에 독일대사관이 들어섰다. 그가 어쩌면 마지막 "거물"일지 모른다.

* 퇴임한 지 14년이 지났지만 현실정치에서 그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민당은 다가오는 당 대회에서 "하르츠 개혁안"을 공식적으로 폐기한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이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았다.
* 오늘 슈뢰더 전 총리의 75세 생일 축하연에 초대받아 하노버에 다녀왔다. 하노버시 명예시민인 슈뢰더를 위해 하노버시 시장이 초청한 행사다. 하노버 시청 중앙 홀에서 열린 행사는 격을 갖추어 진행됐다. 행사 후 가까운 지인들을 시내에 있는 한식당으로 초대했다. 내 오른쪽으로는 바흐(Thomas Bach)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왼쪽으로는 봐일 (Stephan Weil) 니더작센 주 총리가 앉았다. 처가 나라 대사라고 대접하는 건지 나를 아주 가운데 앉혀 줬다. 테오 좀머 차이트지(Die Zeit) 발행인, 오페르만 (Thomas Oppermann) 연방의회 부의장과도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 바흐 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참가를 성사시킨 숨은 주인공이다. 금년 초 베를린에서 열렸던 세계핸드볼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성사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했다. 독일 출신이지만 주로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 머물고 독일엔 1년에 1~2번 온다고 한다. 그럼 이 생일축하 참가도 그 1~2회에 들어가냐고 하니까 그렇단다. 끝나고는 바로 다시 로잔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웬만한 나라 대통령보다 더 바쁘고 대접받는 그가 부인과 함께 와서 행사가 끝날 때까지 꼼짝 않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슈뢰더에게서 "거물의 향기"를 느낀다.[2019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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