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법원,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하면 어떨까요?

[특별기고]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경묵 교수
이경묵 교수

매년 법원·검찰 등에 대한 고소·고발·진정이 수십만 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2018년 기준 '직권남용' 고소만 14만 건이나 된다고 합니다. 조선일보 사설에 나온 내용입니다.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2/2019102203715.html

이 자료는 검찰의 처분이나 법원의 판결을 수용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검찰이나 법원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지방법원 판결을 수용하지 못해 고등법원으로, 고등법원 판결을 수용하지 못해 대법원으로 갑니다. 국민들이 소송을 하는데 굉장히 많은 비용을 지불합니다.

마침 오늘 날짜 언론 기사에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OECD 국가 중에서 꼴찌를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설문 문항이 법원뿐만 아니라 검찰까지 포함한 사법시스템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기사 제목이 내용과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그래도 검찰과 법원이 중심이 된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것이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5/2019110500211.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검찰 처분이나 법원의 판결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지 않을까요?

자동차 접촉 사고가 났을 때 손해보험회사는 어느 정도 수리비를 지불하는 것이 좋은 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자동차 수리를 하는 업체들이 높은 비용을 청구하면 손해보험회사들이 큰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한화손해보험주식회사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자동차 주인이 사고 난 차량의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과거에 유사한 사고가 났을 때 지불한 수리비를 바탕으로 추정한 적정 수리비를 뽑아 본다고 합니다. 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해서 사고의 수준에 적합한 수리비를 추정해보는 것입니다. 그것보다 높은 비용을 청구하는 수리업체에게 인공지능 시스템이 추정한 수리비를 제시하면 수용도가 매우 높다고 합니다. 수리비가 비싸니 그렇지 않으니 하면서 씨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검찰에서 구속 여부를 결정할 때,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구형 시 형량을 제시할 때 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하면 어떨까요? 검찰에서는 그런 것을 결정할 때 명문화된 법률, 가이드라인, 관례들을 따를 것입니다. 그것들을 바탕으로 그런 결정을 할 때 사용하는 주요 변인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과거 처분 사례별로 주요 변인의 측정값, 구속 여부, 기소 여부, 구형 시 형량을 입력하고 주요 변인으로 구속 여부, 기소 여부, 구형 형량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수사 결과를 시스템에 입력하면 구속하라 말아라, 기소해라 말아라, 형량을 얼마나 구형해라 같은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입력한 주요 변인 이외에 해당 사건의 특이성을 반영하여 구속 여부, 기소 여부, 구형 형량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피의자에게 설명해 주면 피의자의 검찰 처분에 대한 수용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요?

법원에서도 이런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종속변수가 판결 형량, 배상금 크기, 과징금 크기 같은 것이 될 뿐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들은 동일합니다. 과거 판례에 관한 데이터를 입력하여 예측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모든 종류의 소송에 대해 만드는 것이 어렵다면 소송이 많이 일어나는 유형의 민사소송이나 형사소송에 대해서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판사들이 판결을 할 때 시스템에 주요 변인을 입력해서 인공지능 시스템이 제안하는 판결을 찾아보고, 해당 사건의 특이성을 반영하여 판결하고, 그 내용을 소송 당사자에게 설명해 주면 수용도가 높아지지 않을까요?

이런 것이 만들어지면 검찰에서도 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과도하게 높은 벌을 구형함으로써 국민들의 미움을 받을 필요가 없이 인공지능 시스템에서 내놓은 결과를 바탕으로 피의자의 혐의에 합당한 구형을 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와 일반인에게도 공개하면 변호사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항소를 하도록 유도하는 일을 줄일 수 있고, 일반인들이 부담하는 소송비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인공 지능을 활용하면 법 앞의 평등이 더 잘 실현되지 않을까요?

검사나 판사에 따라 동질의 사건에 대해 굉장히 다른 처분을 하거나 판결을 내리면 법 앞의 평등이 실현되지 않습니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 모든 경우를 수를 다 고려해서 각 경우에 어떤 처분을 내릴지를 법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검사나 판사가 주관적 판단을 내리더라도 같은 사람이 동질의 사건을 다루면 유사한 처분이 내려지고, 동일한 사건을 서로 다른 검사나 판사가 다루더라도 유사한 처분이 내려져야 합니다. 조직설계의 관점에서 보면 결과의 표준화이고, 생산관리의 관점에서 보면 품질관리입니다.

검찰과 법원에서도 그것이 실현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는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 차원에서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들어 판사, 검사, 변호사, 일반인이 활용하도록 하면 법 앞의 평등이 더 잘 실현되지 않을까요? 판사나 검사가 누가 되느냐와 무관하게 유사한 처분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판사나 검사가 휘두르는 자의적 권력의 크기를 제한하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검사의 처분이나 판사의 판결에 대한 수용도도 높아지고, 일반인이 지불해야 하는 소송비도 많이 줄지 않을까요?

인공 지능 시스템을 활용할 때의 우려: Garbage In Garbage Out

인공 지능 시스템은 과거 검찰의 처분이나 법원의 판례를 데이터로 활용하여 새로운 사건에 적합한 검찰 처분이나 판결을 예측하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과거 검찰의 처분이나 법원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면 이상한 예측치를 내줍니다. 통계 분석에서 말하는 Garbage In Garbage Out이 발생합니다. 쓰레기 같은 자료를 넣으면 쓰레기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통계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과거의 모든 사례를 바탕으로 예측 모델을 만들고, 이를 다시 과거 사례에 적용해서 모델이 예측한 결과와 아주 다른 검찰 처분이나 판례를 찾아내고, 이를 제거한 후 다시 예측 모델을 추정하는 것입니다. 아웃라이어(Outlier)를 찾아 제거한 후 예측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사례들만으로 새로운 예측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과거 검찰의 처분이나 판례가 모두 문제가 있다면 이런 방법으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필자는 대부분의 검찰의 처분이나 판례가 정상적인 처분 혹은 판결이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동일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의 원칙이 바뀌면서 검찰의 처분이나 판결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최근 검찰의 처분이나 법원 판결에 높은 가중치를 주게 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고 혹은 최근의 사례만으로 예측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법령이 바뀌어 양형 기준이 바뀐 경우에는 바뀐 양형 기준을 주요 변인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공 지능 시스템을 활용한다고 해서 그 결과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예측 모델에 변인으로 고려하지 않은 해당 사건의 특이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스템이 예측해 준 자료를 활용하여 검사나 판사들이 법과 양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법원행정처에서도 인공 지능 시스템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필자의 페친 분께서 이 글을 읽으시고 최근 우리나라 법원에서 인공 지능 시스템 활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보내 주셨습니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POD&oid=030&aid=0002849417&fbclid=IwAR0y8nOOwhpqziOJ3AcBAHGtwrEq1jDy99rAiUxBf8OTelyBTastfKmtK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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