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은 자연유산 이전에 인문유산...굴곡진 삶의 현장임을 알려야"

[특별 기고] 이명재 전 동아일보 기자, 한라산 등정 생활글

어제 한라산 가장 높은 곳까지 처음으로 오르면서 확인한 것은 북한산이 3급수라면 지리산은 2급수이며, 한라산은 1급수의 청정 산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 남한 최고봉에, 최고의 절경인 이 산의 탐방로에 한 가지 빠진 게 있다면 이 산이 자연유산으로서 보전해야 할 곳인 한편으로 인문 역사유산이라는 것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제주는 곧 한라라고 하는 것은 제주를 낳은 어머니로서의 한라산이라는 것일 뿐만 아니라 수난과 고통으로 점철된 제주의 역사가 이 산 곳곳에 자취를 남기고 있다는 것이라고 보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산의 처처에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통곡과 오열이 없는 곳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제주인이라면 이 산에 들 때 결코 평정한 마음으로는 오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산이야말로 천문(天文)과 지문(地文)과 함께 무엇보다 인문(人文)이 어우러진 현장이 돼야 할 것이다.

사진=이명재
사진=이명재

비단 4.3뿐만 아니라 지난 1000년간 외지인과 이민족, 뭍사람들로부터 침노와 수탈과 식민을 당하면서, 삶을 살았다기보다는 ‘살아냈다’고 해야 할 제주인들이다. 그들에게 이 산이 과연 어떤 산일까를 생각한다면 다만, 이 산을 찾아온 이들이 그 경관과 최고봉 정복의 쾌감에 취해 탄성만 내지르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원혼들만 아니라, 살아 남아 제주를 지키고 있는 이들에 대한 도리를 생각하도록, 자연유산이기 전에 인문유산이라는 점을 알리면 좋겠다. 굴곡진 삶의 현장임을 잠시라도 떠올리도록, 그것이 국립공원관리공단 한라산 사무소가 이 산의 초목과 동물을 보호하는 것 못지않게 앞으로 해야 할 중요한 일의 하나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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