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민용 ‘우리 말글 산책’(1)] 넓적한 것이 넓적바위는 아니다

예부터 써 왔고, 지금도 많이 쓰는 ‘넓적바위’를 비표준어로 묶어 둘 이유는 없어

글쓰기 신문은 '엄민용 기자의 우리 말글 산책'을 주 1회 연재합니다. 경향신문의 엄민용 기자(부국장)는 정확한 우리 말글 사용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전문가입니다. 대학과 기업체, 관공서 등에서 글쓰기 바로쓰기 특강 강사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사진 출처=블래싱케이의 블로그
사진 출처=블래싱케이의 블로그

저는 일을 하다가 가끔 표준어를 ‘무시’하곤 합니다. 바른말을 귀히 여겨야 하지만, 남들이 다 모르는 말을 저 혼자만 고집하기가 뭐하기 때문이지요.

“넓고 평평한 큰 돌”을 일컫는 말도 그중 하나입니다.

여러분은 그런 돌을 뭐라고 부르나요? ‘넓적바위’요? 아니면 ‘넙적바위’요? 그것도 아니면 ‘넙쩍바위’요? 대부분은 위의 세 가지 말 가운데 하나를 쓸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들 말은 모두 표준어가 아닙니다.

“쌍계사에서 정상까지 가는 길에 약수터와 넓적바위가 있다.”(경향신문) “사진 속 장소는 까치내 넙적바위 밑이에요.”(대전일보) “오늘의 공략 자리는 형제섬 넙쩍바위 20번 포인트로 정했습니다.”(네이버 카페) 따위 문장에서 보이는 ‘넓적바위’ ‘넙적바위’ ‘넙쩍바위’는 모두 바른말이 아닙니다. 우리말을 꽤 안다는 기자들도 열에 아홉은 잘못 쓰는 “넓고 평평한 큰 돌”은 ‘너럭바위’만 표준어입니다.

물론 ‘너럭바위’는 폭넓게 쓰이는 말입니다. 하지만 ‘넓적바위’ 등도 그 못지않게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그 의미가 “넓고 평평한 큰 돌”이고, 북한에서는 ‘넓적바위’를 문화어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예부터 써 왔고, 지금 사람들도 많이 쓰는 ‘넓적바위’를 비표준어로 묶어 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지금의 사전들은 죄다 ‘넓적바위’ ‘넙적바위’ ‘넙쩍바위’를 ‘너럭바위’로 써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을요.

“등산화를 고를 때 깨까다로운 편인데, 이번 등산화는 저렴하고 해서 그냥 한번 신어 보자는 마음으로 구입했다.” “포도주에 대해 께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친구를 보고 다른 한쪽이 물었습니다.” 등의 문장에서 보듯이 “괴상하고 별스럽게 까다로운 데가 있다”라는 의미로 ‘깨까다롭다’나 ‘께까다롭다’가 널리 쓰입니다. 하지만 이들 말 역시 표준어가 아닙니다.

이 글자를 아래아한글에서 치면 벌건 줄이 그어지는 까닭에 ‘깨 까다로운’ 또는 ‘께 까다로운’처럼 띄어쓰기도 하지요. 그러면 벌건 줄이 사라지니까, 그것을 바른 표기로 생각하고 계속 쓰는 듯합니다. 더러는 ‘꽤 까다롭다’ 꼴로, 두 형태소의 글자로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괴상하고 별스럽게 까다로운 데가 있다”라는 의미의 말은 ‘깨까다롭다’나 ‘께까다롭다’가 아닙니다. ‘꽤 까다롭다’로 쓸 필요도 없고요.

그런 의미의 바른말은 ‘괴까다롭다’입니다. 이것의 센말은 ‘꾀까다롭다’이고요. 즉 저 앞의 예문들은 ‘괴까다로운(꾀까다로운)’ ‘괴까다롭게(꾀까다롭게)’ 따위로 쓰면 됩니다. 이를 ‘괴까닭스럽다’로 써도 되고요. 그러나 센말로 ‘꾀까닭스럽다’는 안 됩니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괴까다롭다’나 ‘꾀까다롭다’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표준어로 삼고 있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입니다.<경향신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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