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일본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수출 제재를 가하겠다고 한 일본의 진짜 의도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일본의 의도라기보다는 아베의 의도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아베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원인을 추론할 때 일반적으로 쓰는 방법을 적용하면 그나마 아베의 의도를 더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아베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일 관계를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풀어갈 대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낮은 세 가지 해석
아베의 의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① 참의원 선거에서 활용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참의원 선거가 끝난 다음에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으니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②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일본 헌법을 개정하기 위한 해석도 있습니다.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일본인들이 이번 이슈에 대해 큰 관심도 없고 일본에서도 아베가 이번 사안을 잘못 처리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아 헌법 개정에 별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목적이라면 헌법 개정안을 내고 지지를 호소하는 시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③ 한미일 3각 공조에서 우리나라를 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일본의 안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적대관계에 있는 것보다는 한미일 3각 공조가 더 유리합니다. 자기 편이 많아야 국제 관계에서 유리한 것은 당연합니다. 이 해석도 맞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국의 추격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국민경제자문회의의 해석
위의 세 가지 해석보다는 일본이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그런 해석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연합뉴스 기사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90808088300001?input=1195m

이런 추론이 맞을까요? 아베가 집권하기 전부터 이런 생각을 했다면 이런 추론이 맞지 않을 것입니다. 아베는 2006년 9월부터 약 1년간, 2012년 말부터 현재까지 일본 수상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제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한국 경제가 잘 나가고 일본 경제가 어려울 때 수출규제를 시작했을 것입니다. 지금 일본 경제는 구인난이 생길 정도가 잘 나가고 있습니다. 반면에 한국 경제는 반도체 가격까지 떨어지면서 좋지 않습니다.
일본보다 잘 하는 사업은 반도체, TV, 휴대폰 등 몇 품목 되지 않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도 일본의 경쟁기업 대비 떨어지고 있습니다. 조선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일본의 1/3밖에 되지 않습니다. 일본은 규제를 완화해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있고 신성장 산업을 잘 키우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온갖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 기업들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신성장 산업도 키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합계 출산율도 일본은 1.43인데, 우리나라는 1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가만히 두어도 한일간의 격차는 더 커질 것입니다. 아베가 한국의 이런 사정을 모를까요. 알고 있다면 굳이 우리 경제의 성장이 두려워 규제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 다른 그럴듯한 해석들
혹자는 우리나라의 국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수출규제를 한다고 해석합니다. 아베가 우리나라가 한미일 3각 공조에서 빠져나가 중국, 러시아, 북한과 한 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우리 정부의 의도에 대해 약간의 의심이 들겠지만 미국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볼 것 같습니다. 우방이지만 우리의 국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출 규제를 한다고 추정하기도 합니다. 스스로 침몰 중이기 때문에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혹자는 4차 산업시대에 반도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의 반도체 산업이 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우리의 반도체 산업이 크는 것을 막아 그 혜택을 일본이 가져갈 수 있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본은 1980년대에는 세계 디램 시장을 70%를 장악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쟁력 강화로 2000년 일본의 NEC, 히타치, 미쓰비시가 통합해서 엘피다를 세우고 공적자금도 댔습니다. 하지만 2012년에 파산해서 미국 마이크론으로 넘어갔습니다. 우리나라가 디램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혜택이 일본에 돌아가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낸드 반도체에서는 일본의 도시바메모리가 있으나 생산하는 것의 반은 미국의 웨스턴디지털에 주고 있고, 도시바메모리 지분의 상당 부분을 SK에서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낸드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해도 그 혜택을 일본이 보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미국의 마이크론이나 중국의 신생기업들이 이익을 볼 가능성이 큽니다. 이익을 보기보단 오히려 전 세계 국가로부터 우리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게 해서 전 세계 경제를 큰 혼란에 빠뜨렸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베가 바보가 아니라면 실속도 없이 전 세계에 욕을 먹는 짓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혹자는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비메모리 반도체가 중요한데 일본이 삼성전자에 의존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추정은 삼성전자가 하려고 하는 파운드리 사업이 뭔지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삼성전자가 키우려고 하는 파운드리 사업은 인텔이나 퀄컴처럼 삼성전자가 직접 설계해서 판매한 것이 아닙니다.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처럼 남들이 설계한 것을 위탁 생산하는 것입니다. 파운드리 산업에서는 현재 TSMC가 48%를 삼성전자가 1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크게 키울수록 이익입니다. 첫째, 일본에는 파운드리 업체가 없고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지 못한다고 해서 일본이 파운드리 사업을 키울 수가 없습니다. TSMC 같은 강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삼성전자가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장비를 팔 수 있고, 생산 과정에 소요되는 소재와 부품을 팔 수 있습니다. 셋째,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이 높아지면 자체적으로 비메모리 반도체를 설계하는 일본 업체들은 TSMC와 삼성전자를 경쟁시켜 좋은 조건에 물건을 만들게 할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의 대기자라는 분은 미국과 일본이 짜고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의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핵심 내용은 일본의 엘피다를 인수한 미국의 마이크론이 2017년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 20억 달러를 투입하면서 이곳을 살리기 위한 '3차 반도체 전쟁'이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해석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디램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투자하는 2조 2천억 정도의 자금이 그렇게 큰 투자는 아닙니다. 미국에는 디램 반도체 산업 하나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디램 반도체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해서 싼 가격에 공급하도록 하는 것이 미국에 유리합니다. AI, Cloud 등 4차 산업 혁명에서 미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싼값에 반도체를 사서 4차 산업 혁명을 키우는 것이 미국 경제에 훨씬 이롭습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548648?cloc=joongang|home|opinion
7월 1일 이전에 일어난 일 중에서 가장 최근에 아베를 화나게 한 것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개똥이가 7월 1일에 홍길동을 때렸다면 때린 이유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개똥이가 홍길동을 세 가지 다른 이유로 다른 시점에서 화나게 한 일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10년 전에 A라는 일로 화나게 한 일이 있고, 5년 전에 B라는 일로 화나게 한 일도 있고, 7월 1일 직전에 C라는 일로 화나게 한 일도 있다고 합시다. 7월 1일 직전에 한 일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주 예외적인 일이 일어나면 그 일이 일어나기 직전에 있었던 일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일본은 올 7월 1일에 3개 품목에 대해 품목별로 수출허가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렇다면 7월 1일 직전에 한일 관계를 악화시킨 사건이 무엇인지를 찾아보고 그것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TV, 디스플레이, 조선산업 때문에 일본이 어려웠던 것은 아주 오래전 일입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겠다는 것은 최근 일이지만 그렇게 되면 일본에도 이익이니 원인이 되기 어렵습니다. 최근에 한일 간의 큰 갈등을 일으킨 사건은 우리나라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에 대해 위로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입니다.
일본은 우리 대법원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는 뜻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지만, 우리 정부는 삼권분립으로 행정부가 사법부의 판단에 관여할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일본은 1965년 한일협정에서 양국이 약속한 대로 중재위 구성을 요구했으나, 우리 정부는 일본의 그런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이 일본의 전범 기업이 위로금의 반을, 청구권 협정으로 혜택을 본 우리 기업이 위로금의 반을 부담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일본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서 7월 1일 수출 규제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본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kmlee8302/221596667530
결론: 징용 피해자 위로금 지급 요구가 원인이니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정공법입니다
사건의 흐름으로 추정해 보면 징용 피해자 위로금 관련 판결과 그에 따른 우리 정부의 후속 조치가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아베와 고노도 일본의 우리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이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양국 간의 신뢰가 깨지게 된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 결정타는 징용 피해자 위로금 지급 요구로 보입니다. 이것 먼저 해결하고 상호 간에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정공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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