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덕외고 3학년 정인화, 진로탐색 전문가 인터뷰]세계은행그룹(WBG) 한국사무소 소훈섭 소장“가장 중요한 일은 희망 분야 전문성을 쌓기""경제학 외에도 다양한 분야 전공자 필요""출신 대학보다도 지원 분야의 경험 더 중시"

[인터뷰 동기]
2010년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3학년 때 유엔본부를 견학한 적이 있다. 웅장한 건물 옆에 형형색색으로 펄럭이던 국기들을 보면서 193개 국가를 대표하는 유엔의 수장이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에 가슴이 벅찼다. 2006년부터 10년 동안 세계 곳곳을 누비며 평화와 빈곤퇴치를 위해서 헌신하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자랑스러웠다.
2012년 3월 대한민국 출신으로 다트머스대학 총장을 지낸 김용 박사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세계은행의 총재로 지명되었을 때, 세계를 대표하는 두 국제기구의 수장이 한국인 또는 한국계라는 것이 놀랍고도 자부심이 느껴졌다.
국제기구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중학교때부터 모의유엔 활동을 하면서 국제적 이슈를 다른 친구들보다 더 깊이 접했다. 특히 저개발 국가의 개발과 빈곤퇴치에 관심이 많았다. 공부를 하면서 세계은행이 빈곤국가의 개발에 실질적으로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경제와 금융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 김용 총재의 TED 강연 ‘Doesn't everyone deserve a chance at a good life?’을 보면서 그 꿈은 더 커졌다.
그래서 세계은행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인사를 직접 만나서 인터뷰해 보고 싶었다. 자료조사를 하면서 세계은행그룹 한국사무소가 2013년 송도에 개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훈섭 소장님께 연락하여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고 인터뷰 하고 싶다고 간곡히 부탁드리니 허락해 주셨다. 1시간의 인터뷰를 통해서 나는 세계은행의 역할과 지원 자격, 쌓아야 할 경험과 전문성을 생생하게 알게 되었다. 그 소중한 경험을 '글쓰기' 신문의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인터뷰 요청을 위해서 먼저 세계은행과 한국사무소를 조사하고 소훈섭 소장님의 경력을 조회해서 사전 준비를 했다. 인터뷰 질문지도 미리 보내 드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터뷰 전문.

- 세계은행그룹(WBG) 한국사무소를 소개해 주셔요.
“세계은행그룹 한국사무소는 2013년에 인천 송도에 개소했다. 3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험과 자료를 공유하는 지식공유팀, 에너지, 도시개발, 환경과 관련한 일을 하는 인프라팀, 금융투자와 관련한 일을 하는 금융팀, 취약국 분쟁팀(SCV)으로 나누어 일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은행의 수혜국이 아니라 원조국이므로 월드뱅크가 국내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없다. 국내의 민간기업과 공조해서 타국의 프로젝트에 협력하는 일을 주로 하는데 아시아 국가를 주 대상으로 한다. 민간분야를 통해 개도국을 지원하는 국제개발원조기구인 국제금융공사는 한국 민간투자자들이 개발도상국 금융시장 프로젝트에 참가할 때 컨설팅을 제공한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위험지역에 투자하는 기업은 국제투자보증기구의 보증을 받는데, 미국에 갈 필요 없이 한국사무소에서 보증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 대한민국은 아시아 국가중 금융선진국이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의 금융기관과 금융정책자들을 대상으로 훈련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식공유의 허브 역할을 한다.”

- 세계은행의 조직구성은 어떻게 돼 있고 어떤 역할을 하는 기관인가요?
“국제부흥은행(IBRD)와 국제개발협회(IDA)를 합쳐 세계은행이라고 한다. 여기에 국제금융공사(IFC), 국제투자보증기구(MIGA), 국제투자분쟁해결본부(ICSID)를 합쳐서 '세계은행 그룹'(World Bank Group)이라 부른다. 세계은행 본사에는 약 12,000명이, 지사에는 4,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IBRD는 저개발국가의 정부를 대상으로 장기차관을 제공한다. IDA는 지역개발에 대한 공헌도가 큰 사회부문을 포함하여 장기저리자금을 대여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IFC는 개발도상국의 민간기업에 융자해 주는 기구다. MIGA는 개발도상국의 정치적 위험을 보증하여 민간 투자자가 개발도상국에 투자하는 것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세계은행은 빈곤퇴치와 저개발국가의 경재개발 목표로 하고 있다. IBRD 차관의 경우 교통인프라와 전력생산시설 등 기반시설확충과 산업프로젝트에 대부분 쓰이는 걸고 알고 있으나 교육 프로젝트에 쓰이는 비중도 크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도 전후에 빌려온 차관 중에서 고등교육시설 확충 등 교육프로젝트에 많이 섰다. 중국도 IBRD 차관을 교육프로젝트에 많이 사용했다.”
- 세계은행의 자본은 어떻게 조달하나요?
“회원국들로부터 자본을 조달한다. 회원국이 제공하는 출연금에 따라 지분율이 달라진다. 지분율은 현재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고 일본, 중국, 독일 프랑스, 인도 순서로 많다. 한국은 지분율 15위다. 출자금을 더 늘리고 지분율을 높이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늘릴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분율은 위원회에서 조정한다.”
- 소장님이 월드뱅크에 관심을 기울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부모님이 외교관이어서 어려서부터 다양한 나라에서 공부하면서 자랐다. 인도에서 태어났고, 캐나다와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미국의 리드대학(Reed College)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스탠포드대학(Stanford University)에서 경제학 박사를 했다. 월드뱅크에서 처음부터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포스코 경영연구원에서 근무하면서 컨설팅 업무를 했다. 또 외국계 회사 아서디리틀(Arthur D. Little, 컨설팅회사) 한국법인에서 국내기업의 해외사업 진출시 사업타당성을 분석하는 업무를 했다. 그러다가 나의 전공과 연구경력을 활용하여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월드뱅크에 지원했다.”
- 그동안 어떤 업무를 하셨나요?
“입사 후 초기에는 중남미, 아프리카, 사업정책부서 근무했다. 이때 아프리카 현지에서 2년동안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필드 경험을 쌓았다. 2012년부터 4년간은 동아태지역 부총재 자문관을 했고. 2016년도부터 2년간은 중국에서 중국·몽골·한국 담당 프로그램 리더로 근무했다. 중국은 세계은행 3위의 출자국이기도 하지만 개도국이기 때문에 아직도 굉장히 많은 프로젝트들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환경과 인프라 프로젝트도 많이 했지만 100여개가 넘는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 석박사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셨던데, 세계은행에서 일하려면 경제학을 전공해야 하는가요?
“특별히 경제학을 전공해야 할 필요는 전혀 없다. 세계은행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에너지, 사회기반시설, 도시개발, 교육, 보건, 재무, 환경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인프라 전문가, 교육시스템 전문가, 보건 전문가, 빈곤분석 전문가등 전문성 있는 인력을 채용한다. 금융재원을 다루는 기관이기 때문에 당연히 금융분야 전문가도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서 꾸준히 경력과 전문성을 쌓는 일이 중요하다. 전공이나 학교 또는 학벌보다는 NGO의 하부조직이나 필드에서의 경험과 경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 그렇게 관련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을 가지고 단기계약직으로 세계은행에서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은행의 지원경로는 다양한데 내가 지원한 YPP(Young Professional Program : 청년전문가 프로그램)의 경우는 3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석사 또는 박사 학위 소지자에게 지원자격이 부여된다. 연구직의 경우 석사이상의 학위가 있으면 좋다. MBA를 공부한 사람들이 많이 지원한다.”

- UN개발계획인 UNDP와는 어떤 관계이며 서로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나요?
“세계은행은 주로 정부를 대상으로 장기차관을 제공하기 때문에 UNDP와 직접적으로 협력하는 일은 많지 않다.”
- 세계은행과 IMF의 역할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세계은행은 빈곤퇴치와 개도국 경제개발을 위해 설립된 다자개발은행으로 장기차관을 공여한다. IMF는 국제환율수지 균형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외환보유고가 부족한 국가에 단기차관을 공여한다.”
- 세계은행에서 일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은가요? 전공, 스펙, 경험, 지식, 언어 등 업무능력을 포괄해서 말씀해 주셔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종사하고자 하는 분야의 전문성을 쌓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세계은행은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금융이나 경제 분야를 공부한 사람이 특별히 유리한 것도 아니다. 금융부서에 종사하고 싶다면 민간은행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이, 투자 컨설팅 부서에서 일하고 싶다면 컨설팅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이, 국제개발부서에서 일하고 싶다면 해외의 NGO 단체에서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유리하다. 세계은행에서 인재를 선발할 때는 대학이나 전공보다는 그 분야에서 경험과 경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 지원자들을 보면 NGO, 투자회사, UN기구, 정부부처, 개도국의 개발 기구 등에서 일한 경력자들이 많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언어능력은 필수다.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것을 넘어서 전문적인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국제기구에서 일하기를 꿈꾼다면 영어 이외에도 스페인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 국제기구에서 많이 사용되는 제 2외국어를 할 줄 알면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제 2외국어 능력이 당락을 결정하는 경쟁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 분야에서의 전문성과 경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
- 추가하실 말씀이 있다면?
“글쓰기 능력과 서류작성능력을 부단하게 갈고 닦기를 권한다. 국제기구 업무의 50% 이상은 보고서와 서류작성이다. 취합하고 분석한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고서를 만드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모국어인 한국어로도 어려운 것이 글쓰기와 문서작성인데 하물며 영어로 보고서를 쓰는 일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꾸준히 쌓아야 하는 능력이다.”

[인터뷰 후기]
세계은행그룹 한국사무소 소훈섭 소장님을 인터뷰하면서 나는 미래의 진로에 관해 좀 더 현실적인 정보를 알고 계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기구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는 아주 많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대학에서의 전공과 스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인터뷰를 하면서 국제기구 입사 경쟁률이 매우 세고, 합격하기 위해서는 필드 경험과 경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해외 대학원에 진학해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투자은행 등 민간 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국제기구에 취업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들으면서, 구체적인 진로계획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막연하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WB GIG는 내 생각과는 달리 실무보다는 정책연구가 주 업무라는 점도 새롭게 알았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세계은행에 정식 직원으로 취업하기 전에 쌓아야 할 경력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었다. 대학에서는 국제학과 경제학을 병행해서 공부하면 세계은행에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원어민 수준의 영어 구사 능력을 쌓고, 현재 공부하고 있는 불어도 좀더 유창하게 할 수 있도록 실력을 쌓아야 겠다. 또 대학 재학 중에 KOICA등을 통해서 저개발국가의 개발 현장 경험을 쌓아야겠다. 학사를 마친 후에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MBA를 하면서 체계적인 분석력을 쌓아야겠다. 세계은행의 2030년까지의 목표는 재정과 기술지원을 통해 세계의 빈곤을 종식시키고 하위 40%의 소득을 높임으로써 인류번영의 성과를 함께 나누는 것이다. 10년 후쯤 세계은행 워싱턴 본사에서 아프리카나 남미의 빈곤국들의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을 나의 미래의 모습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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