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일제 불매 운동, 현재로서는 국익을 해치는 행위처럼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께서 8월 2일 여의도의 한 일식당에서 사케를 마신 것을 두고 여야 간의 논란이 많습니다. 조국 전 수석은 "한일 경제전쟁 중이지만 우리는 한국에 있는 일식집에 갈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조국 전 수석의 말이 맞습니다. 여당의 주장처럼 일본식 음식점을 운영하는 국민이 다 망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현재 상황에서 일제 불매 운동은 국익을 해치는 행위입니다.
격정으로 나라를 지켜 온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정에 근거해 행동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성보다 감정을 우선시할 경우 대부분 손해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때로는 나라를 지키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이성보다 감정을 앞세우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를 소개합니다.
온라인 게임 개발 능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의 텐센트를 훨씬 앞섰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초기에 우리나라 게임을 중국에 유통시켜 큰 돈을 벌고 그것을 발판으로 세계 최대의 게임회사 중의 하나로 성장한 곳입니다. 텐센트가 우리나라 기업의 온라인 게임을 중국에 유통시켜 큰돈을 벌었답니다. 그런데 텐센트가 매출액을 조작해서 로열티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답니다. 그 기업이 후속 게임을 출시할 때 텐센트가 다시 자신들이 중국에서 유통해줄 테니 계약을 하자고 했답니다. CEO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쁜 기업과는 아무리 큰 손해를 보더라도 계약하지 않겠다고 했답니다.
감정을 뒤로 하고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해서 텐센트가 매출액을 조작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취할 수도 있었습니다. 거짓말한 상대를 아예 상대하지 않겠다는 감정적 접근을 한 것입니다. 텐센트는는 그런 CEO를 이해하지 못했답니다. 중국 사람 같으면 예전 일은 뒤로하고, 당장의 계약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는지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데 우리 기업의 CEO가 자신들처럼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회사는 후속작으로 돈을 벌지 못하고 기업 가치가 떨어졌고, 중국의 텐센트가 주가 하락을 기회삼아 회사를 통째로 사버렸다고 합니다.
윤봉길 의사가 1932년 4월에 상해의 훙커우 공원에서 일본의 천장절 겸 상해에서의 대중국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식장에서 수류탄을 투척한 적이 있습니다. 그 해 초에 일본이 상해사변을 일으켜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했습니다. 중국의 장개석 총통이 "4억 중국인이 해내지 못한 위대한 일을 조선인이 해냈다"라고 감탄했다고 합니다. 애국심이라는 감정으로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일을 중국인들은 잘 하지 못하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했다는 것입니다.
1997년 아시아 경제 위기 때 우리나라에서 금 모으기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351만 명이 참여해 227톤의 금을 모았답니다. 21억 3천만 달러어치에 해당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외국 언론에서는 다른 국가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아주 예외적인 사건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국가 부도가 난 나라가 많았지만 우리나라의 금 모으기 운동처럼 국민들의 자발적 운동과 다수의 참여를 이끌어낸 사례가 없다고 합니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겠다는 격한 감정이 손익을 따지는 이성을 이긴 대표적 사례입니다.
몽고의 침략이나 임진왜란 당시에 전국 각지에서 의병들이 일어나 나라를 지켰습니다. 나라를 지키는 것이 자신의 업무도 아니고, 전쟁에 참여했다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목숨을 걸고 전쟁터로 나가는 것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돈을 주지 않는데도 의병이 나서서 나라를 지킨 예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쟁 참여 그 자체에 대한 보상이나 승리후 전리품을 나누어 주겠다는 약속을 바탕으로 군인을 모집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격한 감정이 없었다면 우리나라가 지금도 국가로서 생존해 있을지 의문입니다.

격정으로 일어난 일제 불매 운동,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일제 불매 운동의 원동력은 일본에 대한 미움이라는 감정입니다. 평상시에도 일본을 싫어하는데 일본이 우리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겠다고 하니 격한 반일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격한 감정에 근거한 일제 불매 운동이 국익과 일치하는지를 냉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병 활동이나 금 모으기 운동은 국익과 일치했습니다. 나라를 지키거나 경제 위기를 빨리 극복하는데 기여했습니다.
지금의 일제 불매 운동은 국익과 일치할까요? 일제 불매 운동에 동참하거나 독려하는 분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애국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나라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애국심의 표현입니다. 좋은 의도를 보면 칭찬받을 만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일제 불매 운동이 국익을 해치는 것 같습니다. 조국 전 수석이나 여당의 부대변인이 발표했듯이 우리나라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큰 손해를 봅니다. 일본 음식을 파는 자영자들이 손해를 보고, 일본 명칭이나 일본어를 사용하는 자영업자들이 손해를 보고, 미국에서 브랜드를 가져온 세븐일레븐이 일본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 가맹업자들이 피해를 보고, 멀쩡한 한국 기업인 다이소가 일본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 가맹점주들이 큰 피해를 봅니다. 일본에 피해를 주겠다는 행동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꼴이 됩니다. 그나마 효과적인 불매 운동에 대해서는 다음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kmlee8302/221596715402
그런데 우리의 일제 불매 운동이 일본에 주는 타격은 크지 않습니다. 일본에서 사 오지 않아도 되는 것을 다 사 오지 않고 일본에 한 명도 여행을 가지 않아도 일본은 별 타격을 받지 않습니다.우리가 일본에서 수입하는 것 중에서 일본에서만 사 와야 하는, 대체품이 별로 없거나 대체하려면 큰 비용이 드는 소재, 부품, 장비의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대체품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일본 제품 수입액이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일본 기업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2017년 도요타 자동차의 전 세계 판매 수량은 938만 대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2000대 정도였다고 합니다. 0.3%도 안되는 수량입니다. 일본 여행객 중에서 우리나라 여행객의 비중도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일본인들의 국내 여행이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일본 경제 규모가 워낙 크고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내수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우리의 일제 불매 운동이 일본에게 주는 손해가 크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일제 불매 운동이 한일 간의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제 불매 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면 일본 정부나 일본인들의 우리에 대한 미움이 커지고 우리에 대한 제재를 추가하고,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는 비합리적 몰입의 상승이 일어나 우리 경제가 크게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최선은 일본이 우리를 화이트리스트 국가에 다시 넣어주는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 기업들이 일본의 소재, 부품, 장비를 활용해서 물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블로그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kmlee8302/221604411950
일본에 대한 미움이라는 감정보다 우리나라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앞세워야 합니다
현재 상태에서는 일본과의 갈등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일본과의 호혜협력적인 관계를 복원시키는 것이 우리나라에 훨씬 이익이 큽니다. 일본에 대한 미움보다 우리의 또 다른 감정인 애국심을 앞세워야 합니다. 지금은 참고 이번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된 후 일본에 대한 미움이 남아있는 분들은각자 자발적으로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이 애국하는 길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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