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손해 적고~ 일본 손해 큰 제품? 불매운동도 현명케

[특별기고 /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경묵 교수
이경묵 교수

대일 감정이 악화되면서 일제 불매 운동과 기업의 국적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제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고, 기업의 국적을 어떻게 판단하는 것이 타당할까요? 전 세계적인 분업으로 인해 어떤 제품이 일제인지 아닌지, 어떤 기업이 우리나라 기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불매 운동을 벌이면 애꿎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일본 제품: 일본 기업이 만든 제품, 일본에서 만든 제품, 일제 부품이 들어간 제품?

일본 제품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일본 기업이 일본에서 만든 제품을 일본 제품이라고 하는데 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일본 기업이 베트남에서 만든 제품은 일본 제품일까요 아니면 베트남 제품일까요? 제품에는 Made in Vietnam이라고 되어있을 것이니 공식적으로는 베트남 제품입니다. 일본 기업의 한국 공장에서 만든 제품은 일본 제품일까요? 공식적으로는 한국 제품입니다. 일본 기업 상표만 보고 우리나라에서 제조된 제품을 불매 운동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피해를 봅니다. 전체 부가가치 중에서 일본 본사가 이익으로 가져가는 금액 대비 공장과 유통과정에서 일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져가는 금액이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크기 때문입니다.

부품까지 고려하면 더 복잡합니다. 일본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부품을 수입해서 일본에서 조립한 후 다시 우리나라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이라면 그 제품은 일본 제품일까요? 공식적으로 일본 제품이지만 그런 제품에 대해 불매 운동을 벌이면 일본 사람보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봅니다. 대부분의 소재와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해서 우리나라에서 제조한 것은 공식적으로 국산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는 일본 사람들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기업의 국적: 우리나라에서 설립되고 우리나라에 부가가치를 가장 많이 떨어뜨리는 기업은 한국 기업입니다

법적으로 기업의 국적은 그 기업의 본사가 등록된 국가입니다. 법인세를 내는 국가입니다. 이렇게 판단하면 실제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조세 피난처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도 통상적으로 미국 기업으로 봅니다. 기업의 국적은 해당 기업이 가장 큰 부가가치를 떨어뜨리는 나라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전체를 두고 판단한다면 미국을 국적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 한국 현지법인의 국적은 어디라고 봐야 할까요? 우리나라에 법인으로 등록되어 있고, 대부분의 근로자가 우리나라 사람이고, 대부분의 고객이 우리나라의 법인이나 개인들이고,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내고 있으니 우리나라 기업이라고 봐야 합니다. 창출하는 부가가치 중에서 미국 본사로 가져가는 것이 있지만 대부분은 한국에 떨어집니다.

우리나라 기업과 외국 기업이 합작으로 국내에서 설립한 제조 기업이나 유통 기업이 있습니다. 또는 국내에서 외국 기업의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는 곳이 있습니다. 이들은 어느 나라 기업으로 봐야 할까요? 스타벅스 코리아는 신세계와 미국의 스타벅스가 50 대 50의 지분으로 만든 회사입니다. 스타벅스는 미국 기업이지만 스타벅스 코리아는 우리나라 기업으로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곳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고, 스타벅스 매장이 개점할 때 우리나라 인테리어 업자나 가구업자들이 돈을 벌고, 스타벅스에 임대를 줘서 건물 주인들이 임대료를 받고, 우리나라 정부에서 세금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익의 반을 미국 스타벅스에서 가져가지만 스타벅스 코리아를 통해 창출되는 부가가치의 대부분이 우리나라에 떨어집니다.

한국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유니클로나 무인양품은 일본 기업 브랜드입니다. 롯데와 합작한 회사입니다. 이들 제품에 대해 불매 운동을 벌이면 일본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까요? 이곳에서 파는 제품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생산한 제품이 아닙니다.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 같은 곳에서 만든 것입니다. 불매 운동을 벌이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나라는 우리나라입니다.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비롯한 유통 경로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득이 줄어듭니다. 이익이 줄어들어 우리나라 기업인 롯데도 손해를 봅니다. 제품을 만드는 베트남 같은 나라도 손해를 봅니다. 일본 유니클로나 무인양품은 이익의 일부를 배당으로 받아 갑니다. 일본의 손해는 줄어드는 배당금 정도입니다. 유니클로나 무인양품에 대해 불매 운동을 벌이는 것은 일본에 작은 상처를 주기 위해 우리나라에 치명상을 입히는 것과 같습니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반일 감정을 바탕으로 구매하려면 롯데의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해 줘야 합니다

기업의 국적을 따질 때 자주 거론되는 곳에 롯데그룹입니다. 일본에 있는 롯데 지주회사가 우리나라에 설립된 일부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 있는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국에 있는 롯데는 의문의 여지없이 우리나라 기업입니다. 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고, 본사도 한국에 있고, 그곳에서 일하는 임직원도 99% 이상이 우리나라 사람이고,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대부분을 우리나라에 떨어뜨립니다. 개별 법인이 설립된 국가별로 국적으로 따지지 않고 전 세계 롯데를 하나로 본다고 해도 롯데그룹은 우리나라 기업입니다. 일본 롯데보다 우리나라 롯데가 매출액, 종업원 수에서 10배가 넘습니다.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90% 이상을 우리나라에 떨어뜨립니다. 일본에 내는 법인세보다 우리나라에 내는 법인세가 10배가 넘습니다.

반일 감정을 바탕으로 구매를 하려면 롯데그룹의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해 줘야 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롯데는 일본에서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해서 큰돈을 벌고 그 돈을 우리나라에 투자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번 돈을 일본 지주회사로 송금하지도 않았습니다. 최근 일본 정부가 조세 포탈 등으로 압박하면서 아주 적은 금액을 배당으로 송금했다고 합니다.

둘째, 롯데는 성장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정부는 외국에서 차관을 끌어와서 기업들에게 정책 자금을 지원해왔습니다. 성장에 필요한 투자 재원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롯데는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번 돈으로 투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자금을 받기 위해 다른 재벌기업들과 경쟁하지 않았습니다. 롯데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에 필요한 투자 재원의 파이를 키웠으니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셋째, 롯데는 일본을 잘 활용해서 우리나라 경제 성장 과정에 기여했습니다. 롯데가 우리나라에 사업을 하려고 했을 때 신일본제철의 기술을 가져와 우리나라에 제철소를 세우기로 합의를 했답니다. 한일협정으로 정부 소유의 포항제철이 설립되면서 포항제철과 신일본제철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롯데의 창업자께서 했다고 합니다.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일본 기업들의 선진 기술을 가져와 우리나라 경제를 성장시키는데 기여했으니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일본에 부가가치가 많이 떨어지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좋은 불매 운동 대상입니다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벌이면 한일 양국에 다 손해입니다. 일본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던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성에 따라 한일 양국이 손해를 보는 정도는 다릅니다. 일본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은 일본에서 제조한 고가의 제품 중에서 다른 나라 제품이나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만든 자동차를 사지 않는 것도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에 손해를 많이 줍니다. 그래도 도요타 한국법인에서 일하는 사람 등이 보는 손해도 적지 않습니다.

일본에 여행 가지 않는 것도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에 손해를 많이 줍니다. 국내 항공사에서 항공권을 구매하는 데 들이는 돈보다 일본을 여행하면서 쓰는 돈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브랜드이지만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일본 이외의 외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 불매 운동을 벌이면 일본보다는 우리나라에 끼치는 손해가 훨씬 큽니다. 일제 자동차라고 해서 수리를 해 주지 않거나 주유를 해 주지 않는 것과 같은 행동은 일본에는 전혀 피해를 주지 못합니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한 그렇습니다. 이미 일제 자동차를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만 피해를 주는 행위입니다.

결론: 현명한 불매 운동이 필요하고,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일본과의 협상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꼭 필요하다면 그 대상을 잘 골라야 합니다. 불매 운동을 했을 때 우리나라에는 손해가 적고, 일본에는 손해가 커야 합니다. 일본 브랜드이지만 일본 이외에 국가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은 우리에게 더 큰 피해를 줍니다. 국내 기업과 일본 기업이 합작으로 국내에 설립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일본 기업이 지분을 조금 가지고 있는 국내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매 운동도 우리 스스로에게 더 큰 해를 끼칩니다.

지금처럼 국가 간 분업이 심화된 상황에서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외국인 지불률이 50%가 넘고, 총매출액 중에서 해외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고, 국내 직원보다는 해외 직원이 많습니다. 삼성전자를 통째로 보면 일부는 우리나라 기업, 일부는 베트남 기업, 일부는 미국 기업 등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기업입니다. 부문만 놓고 본다면 삼성전자 국내 법인은 한국 국적이고,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은 베트남 국적입니다. 불매 운동을 벌임에 있어서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한일 각국의 소비자들이 상대국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불매 운동을 벌이면 서로에게 손해입니다. 한일간의 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원만히 해결되어 서로 손해를 보는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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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담쟁이 2019.08.02 11:15

    글이... 정신 사납게 만드네요. 일리가 있긴합니다.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단 느낌이 들어요. 지금 무역 "전쟁"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전투원들을 헷갈리게 하는 면이 있어요. 유니클로만 얘기해볼게요. 당연히 단기적으로 베트남 제조기업과 한국 유통조직에 큰 타격을 주고, 일본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피해를 주겠지요. 그러나 유니클로 관련 베트남과 한국 기업이 그냥 주저앉아 죽을까요? 유니클로를 포함한 일본기업과 협력으로 돈을 벌지 못하면 다른 협력체를 찾겠지요. 결국 유니클로와 일본에 큰 타격을 줍니다. 오늘 일본이 2차 제재를 가한 날입니다. 우린 이겨낼 겁니다. 대한민국은 더 힘든 상황도 넘어서서 여기까지 온 나라입니다. 숫자와 복잡한 논리를 들고 나서서 힘빼는 글은 자제하시길 권합니다. 진심으로 권합니다. 그런 글재주... 잘 사용하십시오, 전쟁입니다.

    1. 김또또 2019.08.02 20:53

      일본에 큰타격이라니.. 베트남과 한국기업은 다른협력업체를찾고 일본은 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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