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들 1+1 제안 타당한가? 법인 의인화의 오류

[특별기고 /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법인을 자연인 취급하여 만들어진 잘못된 제안정부 해결방안은 일본 전범기업서 수용 어려워포스코 주주들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안

이경묵 교수
이경묵 교수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해 일본 전범 기업과 전후 일본 식민지 배상금으로 혜택을 본 한국 기업이 1 대 1로 자금을 갹출해 배상해 주자는 대안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일본이 거부했지만, 우리나라 내부에서도 이 대안이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답니다. 필자는 이 제안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배상을 해야 한다면 각 정부의 예산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일본 전범 기업과 포스코의 주주가 다 바뀌었습니다

법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들입니다. 주식회사의 주주는 자주 바뀝니다. 10년 전 삼성전자의 주주 중에서 아직도 삼성전자의 주주로 남아있는 주체는 삼성 계열사와 삼성 관련 재단, 이건희 회장 가족 이외에는 별로 없습니다. 강제 징용으로 이익을 봤다고 하는 1945년에 일본제철 주주 중에서 현재 신일철주금 주주는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맥아더 정권에서 일본 재벌을 완전히 해체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제철이 해체되고 자산과 부채를 양수도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법인이 설립될 경우 징용자 배상같은 우발 채무까지도 떠안겠다는 조건으로 설립된 경우가 아니라면 새로운 법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신일본주철의 경우 법인 이름을 계속 쓰고 있지만 실질적인 주인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신일철주금이 발행한 주식이 1억 주인데 1000억을 내라고 하면 주주들에게 보유하고 있는 주식 1주당 1000원씩 내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발채무로 인식된 바가 전혀 없었고, 70년 이전에 일어난 일로 책임지라고 하면 누가 책임을 지려할까요? 일본이 패망하기 전에 있던 기업의 실체가 계속 유지되었다면 패망 이전에 회사가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해당 기업의 주주들이 완전히 바뀌었다면 70년 이전에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할 것입니다.

일본 식민지 배상금으로 혜택을 본 한국 기업은 포스코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포스코는 공기업으로 출발해 1988년에 국민주 방식으로 34.1%을 매각하면서 부분적으로 민영화되었습니다. 현재 정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1주도 없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로서 10.79%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정부 보유분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현재의 포스코 주주 중에서 포스코 설립 당시 주주는 한 명도 없습니다. 자신이 일본의 식민지 배상금으로 혜택을 봤다고 생각하는 주주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외국인 지분율은 53.88%입니다. 포스코의 주식을 보유한 외국 기관투자자들에게 "당신들이 포스코 설립 당시 일본 식민지 배상금으로 이익을 봤으니 돈을 좀 내야겠소"라고 하면 누가 동의해 줄까요? 경영진이 회사 돈으로 강제 징용 피해자의 배상금 마련을 위한 자금을 내면 배임으로 소송을 당할 것입니다.

포스코의 설립으로 인해 우리 모든 국민이 이익을 보았습니다. 철강 관련 전후방 산업이 발전해서 일자리를 창출했고, 이 기업들이 세금을 많이 내서 국가 재정에 도움을 줬습니다. 배상금을 받은 주체가 정부였습니다. 포스코 설립 시 정부가 최대 주주였습니다. 정부에서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 주식을 민영화하면서 주식 매각 대금을 정부에서 챙겨갔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정부가 자금을 대는 것이 당연합니다.

자료사진=김일현 기자(전 조선일보 스포츠조선 사진부 근무)
자료사진=김일현 기자(전 조선일보 스포츠조선 사진부 근무)

얼마가 될지 가늠할 수 없는 갹출금, 기업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 대법원의 판결은 강제 징용 시의 미지급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일제의 지배 자체가 불법이었고 강제 동원 자체가 불법이었으니 그것에 대해 배상하라는 것이랍니다. 피해자 1인당 1억 원씩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강제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간 사람뿐만 아니라 조선 반도 내에서 임금은 받았지만 활주로, 비행기 격납고 등의 건설에 강제 동원된 사람들도 소송을 통해 배상받을 길이 열립니다. 총액이 몇 십조 원이 될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그중에 반은 포스코에서 내야 하니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을 모두 줘도 부족합니다. 포스코가 이번 피해자 배상의 일부를 부담하면 그 자체 액수가 크지는 않지만, 앞으로 발생할 우발채무는 가늠할 수 없습니다. 필자가 법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경영진이 회사 돈으로 배상액을 부담하는 것은 배임 죄에 해당할 것입니다. 주주들의 반발과 법률적 이슈로 인해 포스코도 일본 전범 기업도 받아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법인에 대한 의인화의 오류: 누진적 법인세, 대기업의 중소기업 무상 지원 요구 등

곰곰이 생각하지 않으면 법인을 자연인 취급함으로써 잘못된 정책을 만들어냅니다. 우리 정부의 1+1 제안도 법인을 자연인 취급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잘못된 제안입니다. 특정 개인이 74년 전에 강제 징용으로 이익을 봤고 아직도 살아있으면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또 특정 개인이 강제 징용 피해자 대신에 식민지 배상금을 수령했고 그 사람이 살아있다면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주식회사 같은 법인의 경우 주인이 수시로 바뀝니다. 법인 차원에서 명백하게 잘못했다면 법인에게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의인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진국에서는 잘 범하지 않는 법인에 대한 의인화의 오류를 바탕으로 한 정책이 많이 만들어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누진적인 법인세입니다. 선진국에서는 법인세에 대해서는 누진율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4단계로 누진세를 적용하는 아주 예외적인 나라입니다.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세제입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무상 지원하라는 것도 일부는 돈이 많지 않은 대기업의 소액주주에게 돈이 많은 중소기업 사장을 지원해 주라는 것과 같습니다. 대기업이 돈이 많으니 정부가 하는 일에 큰돈을 내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블로그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kmlee8302/221495026039

결론: 수용 가능한 제안을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우리 정부가 제안한 해결 방법을 일본 전범 기업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포스코에게 앞으로 발생할 우발 채무에 대해서까지 책임지라고 하면 포스코의 주주들이 수용할 수 없습니다. 이번 제안은 기업을 의인화하는 오류를 범한 것입니다. 징용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배상을 해야 한다면 일본에서도 수용 가능하고, 우리나라 내부에서도 수용 가능한 제안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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