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 학생들 각자의 관점 만들어 주는 데 소홀"

[인터뷰]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하랄트 개버 교수

▲ 하랄트 개버 교수(고려대 독어독문학과)
▲ 하랄트 개버 교수(고려대 독어독문학과)

"흥부와 놀부 처지에서 각각 이야기를 적어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제비 관점에서 각색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고려대 독어독문학과에서 일하는 독일 국적의 하랄트 개버 교수는 '창의적으로 글쓰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흥부 놀부 이야기를 갖고도 얼마든지 글쓰기 훈련을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10년이나 20년 뒤에 흥부와 놀부가 어떻게 살겠는지 이야기를 만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노인이 된 흥부와 놀부 이야기가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흥부와 놀부, 제비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토론을 하면서 양쪽 생각을 바꿔가면서 정리해도 괜찮을 겁니다."

하랄트 개버 교수는 10년 간 성신여대에서 강의하다 2014년 고려대로 옮겨 독어독문학과 초빙교수로 있다. 다음은 독일 글쓰기에 관한 일문일답.(인터뷰는 2015년 4월에 진행)

-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글쓰기 비결을 한마디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글 종류가 100개 정도가 있다고 하는데 이것을 다 써보는 일은 힘겨운 일입니다. 보고서, 편지, 주장글, 설명글 등 텍스트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달리 연습해야 합니다."

- 글쓰기가 왜 중요한가요?

"나를 표현하는 일이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가 없습니다.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분야는 없을 겁니다. 인터넷에 댓글을 달든 계약서를 쓰든 문장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일은 무척 중요합니다. 취업을 할 때에도 자기소개서 등을 통해서 자신의 특장점을 나타내지 않으면 불리해집니다."

- 학문을 할 때 글쓰기는 얼마나 중요한가요?

"연구한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할 때 논리적인 글 형식에 맞춰서 표현해야 합니다. 체계 있는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글쓰기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 독일 김나지움에서는 시험 문제를 어떻게 출제합니까?

"논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글로 쓰게 하는 문제가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객관식 위주로 출제하는데 독일에서는 자기 생각을 직접 글로 쓰게 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독일은 교육 강국이라고 하는데 어떤 특징이 있나요?

"독일에서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도 세심하게 챙겨줍니다. 목표치에 못미치는 학생들이 있어도 방치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수준에 맞춰 맞춤식 수업을 합니다. 교수(교사)와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것도 장점입니다. 학생들은 '이런 것은 어떤가요?' 하면서 열심히 질문하고, 교수들은 여기에 답변을 하면서 좋은 성과를 냅니다."

- 한국 교육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모든 가족이 자녀 교육에 관심을 쏟는 것이 환상적입니다. 정말로 놀랍습니다. 미국에서는 공부를 스스로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가족이 그렇게 많이 관여하지는 않습니다. 남미에서는 배우는 것에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독일에서는 가정마다 편차가 있습니다. 관심을 쏟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온 국민이 자녀 교육에 열성을 보입니다."

- 그래도 한국 교육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한국에서는 너무 기계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학생들 머리에 입력을 많이 시키지만 배운 것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관점을 만들고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데에는 소홀히 하는 것 같습니다. 수업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만 익숙한 것으로 보여 안타깝습니다. 독일어 교육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등 네 분야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문법 교육이 80%를 차지합니다. 문법에만 너무 치중하면 비효율적입니다. 읽기와 쓰기 말하기 듣기에서도 문법적인 요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문법을 별도로 큰 비중으로 지도해서야 되겠습니까."

- 서울대학교에서는 대입 논술고사를 완전히 폐지해버렸습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래요?"(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채점하는 데 고생하는 교수들을 배려해서 그런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학교생활부종합전형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각 대학들이 논술시험 비중을 줄였다"고 하자 "글쓰기는 무척 중요한데…" 하면서 답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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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