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김갑수 선생]판문점 조미 만남의 세계사적 의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에게는 통한의 분단 장벽이고 세계인에게는 냉전의 최종선이었던 디엠지(DMZ)에서 조선의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만났다. 우리가 알듯이 DMZ는 demilitarized zone, 즉 비무장지대라는 뜻인데, 양국 정상은 말 그대로 '비무장'으로 만나 화해와 공존을 논의한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판문점 3자회동’을 예상하는 것은 섣부른 ‘낭만’에 불과할 따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후 며칠 사이에 사태가 급변하더니 ‘한조미 3자회동’과 ‘조미 양자회담’이 기어이 성사되고 말았다. 나는 나의 예측이 빗나간 것이 진실로 기쁘다.
이번 양자회담은 조미수교 즉 조미관계 정상화의 신호탄이라고 본다. 조미수교는 우리 민족에게는 물론 세계사적으로도 거대한 변화를 초래하게 될 것임이 틀림없다. 역사가 증언하고 있듯이 1840년 아편전쟁 이전까지 아시아는 세계의 중심이었다. 이후 세계의 세력 판도는 급격히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옮겨갔다.
그 사이 아시아 각국은 미국과 전쟁을 치렀다. 태평양전쟁에서는 일본이, 한국전쟁에서는 조선과 중국이, 베트남전쟁에서는 베트남이 미국과 전쟁을 벌이며 적대국 관계가 되었다. 패전한 일본은 미국의 속국이 되었다. 그러나 중국은 전후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여 세계의 ‘양강대국’으로 굴기했다. 조선은 전후 오랜 세월 자주적으로 잘 버텼다. 베트남은 전후 미국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근미(近美)’국가로 변신했다. 한국은 일본처럼 미국의 속국으로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조미관계 정상화는 아시아 – 미국 사이에 이루어지는 화해의 최종판이 될 것이다. 이것은 아편전쟁 이후 세계를 이끌어 왔던 ‘구미(歐美, 유로메리카)시대’의 종료를 의미한다. 사실상 유럽은 세계사 무대에서 이미 주변국으로 밀려났다는 진단은 벌써 10여 년 전부터 제기되었다.
조미관계 정상화는 아시아 역사에서 1979년 1월 1일 이루어진 중미수교의 완성을 의미한다. 이것은 미국과 아시아 전체가 화해 공존의 국면으로 전환됨을 뜻하는 ‘대사건’이 될 것이다. 세계 역사는 바야흐로 ‘구미시대’에서 ‘아미(亞美, 아시메리카)시대’로 들어가는 출입문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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