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화여자대학교 조기숙 교수

저는 학교가 학생을 훈육하는 곳이란 생각을 버리면 좋겠어요. 학생이 스스로 성장하도록 돕는 게 부모이자 교사의 역할이라 생각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요.
요즘 교사들이 학생 지도가 어렵다는 건 아이들의 문화와 생각은 과거와 달라졌는데 교사들의 리더십은 여전히 과거처럼 명령하고 통제하는 데 머물러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이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하고 그들의 인격을 존중해 주면 아이들도 교사를 믿고 따르며 교사를 존중하지 않을까 싶은 거지요. 한 반에 학생이 70-100여명 되었던 과거 시절에는 물론 단체기합 주며 학급을 이끌 수밖에 없었다고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그런 걸 받아들이지 않으니 문제이지요.

교생 시절의 손편지가 가져온 놀라운 변화
저는 리더십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기에 대학 4학년 때 교생 실습을 청운중학교 2학년 학생들과 했는데 어찌나 학생들이 소란하고 말을 안듣는지 수업하기도 어려웠어요. 일 주일이 지난 후 학생들에게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써보라고 했어요. 어떤 내용도 환영한다고 했지요. 물론 안 써도 자유라며 선택권을 줬어요. 상당수 학생들이 별의별 편지를 제출했습니다. 저는 하나씩 꼼꼼히 읽으며 장문의 답장을 손편지로 썼어요. 그 때는 컴퓨터가 없으니 손편지가 유일한 수단이었죠.
저는 늘 떠들던 학생이 편지를 통해 저의 관심을 갈망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평소 그 학생을 관찰한 결과를 공유하며 내가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보여줬고 교무실 심부름을 도맡아 시켰어요. 가정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에겐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며 공감을 표했고, 공부가 고민인 학생에겐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며 열심히 하면 선생님이 돕겠다고도 했고요. 그 중 아주 냉소적인 편지가 하나 있었는데 이런 내용이었어요.
"선생님은 앞으로 선생님이 될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정치도 하지 않을 거면서 정치학과엔 왜 갔으며, 어차피 졸업하면 시집이나 갈텐데 왜 교생을 나와서 우리를 귀찮게 하나요?"
저는 이 학생에게 대강 이런 내용의 답장을 해줬어요.
"민구야, 선생님은 졸업 후 미국 유학 가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을 거야. 돌아와서 교수를 할테니까 선생님이 될 것이고, 현실 정치에도 전문가로서 의견을 말할거니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셈이지. 모든 여자가 시집 가서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는 건 아니란다. 민구도 자신만의 꿈을 갖고 그걸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좋겠다. 민구는 공부를 잘 하니까 분명히 그 꿈을 이루리라고 믿어."

개별화된 관심이 필요한 이유
손편지가 나눠진 다음에 학생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아이들은 각자 저와 둘만의 비밀을 만들게 된 거에요. 수업시간엔 집중도가 높았고, 저와 스스럼 없이 대화를 하게 되었어요. 냉소적인 친구의 눈빛도 따뜻하게 변했어요. 그렇게 한달이 지난 후 제가 떠날 땐 우는 녀석들도 나타나게 되었죠. 지금 생각하니 이게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개별화된 관심"이었어요.
교사는 제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북돋아줘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개별화된 관심이 필수적입니다. 자식도 서로 다르듯이 각 아이들은 교사로부터 서로 다른 걸 요구하기 때문에 교사도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개별화된 관심을 줘야 일단 소통이 될 것 같아요. 1년간 교사를 한다면 이 정도 투자해 보실만 하지 않을까요? 한달 교생 생활에 손편지만큼 우리 관계를 돈독히 한 건 없었다고 생각되니까요. 요즘 아이들은 과거와 너무 다를텐데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선생님들께 제가 너무 쉽게 말한 것 같다면 용서해 주시고 고민을 함께 공유하며 논의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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