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트럭 차주는 생계 위해 여기 주차한 거니까..."

[생활글 기고] 이화여자대학교 조기숙 교수

조기숙 교수
조기숙 교수

다정한 옛친구와의 만남

어제 ‘명사들의 책읽기’ 1시간 녹음을 위해 KBS를 방문했다. 녹음 후 12시 30분에는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들러 잠시 ‘대통령의 협상’ 관련 인터뷰를 했다. "일타쌍피" 이거 내가 무지하게 좋아하는 거다. 한 번 방문으로 두 가지 일을 해결하다니….

더 좋았던 건 모든 인터뷰를 마치고 점심 시간에 KBS FM 음악방송에서 평생 작가 생활을 해온 대학동창을 만나 점심을 대접 받은 것이다. 밥도 맛있었지만 친구의 말이 더 가슴을 울렸다.

몇 해 전 우리가 구기동 언덕배기 빌라에 살 때 일이다. 친구들이 놀러왔었는데 우리 빌라 입구에 편의점이 있어서 물건을 싣고 온 트럭이나 손님들의 차량이 자주 입구를 막곤 했다. 그 날도 점심을 잘 먹고 친구들이 떠나려는데 트럭이 우리집 빌라 출입구를 막고 있었단다. 친구가 빵빵 경적을 울리자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자동차에도 순위가 있다

"저 트럭 차주는 생계를 위해 여기에 주차한 거니까 시간에 여유가 있는 네가 참고 기다려줬으면 좋겠어."

나는 물론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늘 생계형 차량 우선, 그 다음이 버스, 택시, 최후 순위가 자가용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했음직한 말이라는 생각은 든다. 진보니 가치니 하는 말을 내세우는 사람은 많지만 막상 일상생활에서 깨알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친구는 그 말에 감동받아 자기 방송에 내 이야기를 소개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가 나를 존경한다며 페미니즘 관점에서 예술가의 인맥지도를 직접 쓴 ‘예술가의 지도’와 ‘세상의 모든 음악10’ 음반을 내게 선물했다.

방학 맞이로 뭘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친구의 책을 읽고 친구가 선정한 음악을 듣는 것으로 올 여름방학을 시작해야겠다. 친구야 고맙다. 무심코 한 말도 새삼 기억해서 의미를 부여해 주고 좋은 선물에 맛있는 점심까지…. 그런 친구를 둔 나는 가진 건 별로 없지만 '마음 부자'인 것 같아!!!

사진=조기숙 교수 페북
사진=조기숙 교수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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