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광수 대한골프협회장과 장세훈 대한골프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5인승 카트 탑승한 채 거침없는 동선으로 골프장 종횡무진갤러리 통제선 안쪽 진입해 러프 지역에 카트 세우고 관전하기도“저 사람들은 누구에요?”, “심한 거 아닙니까?”, “정말, 개념없다”갤러리들 분개...대한골프협회 회장 일행이라는 사실에 '아연실색'
[글쓴이 주] 참 부끄럽고 참담하네요. 제가 속한 회사(헤럴드경제)가 이렇게 일을 처리하다니. 기록을 남겨두기 위해 일단 소심한 저항을 합니다. 17일 오전 '명품대회 망친 회장님 카트'라는 기사가 나갔고, 포탈사이트 메인에 오르는 등 많은 분들이 읽고 공감했지요. 그런데, 언론사에 큰 압력이 들어왔고, 기사가 사라졌습니다. 우리네 수준이 이렇네요. 돈 많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반성보다는 이렇게 대처하는군요.

[(인천)=유병철 기자] 16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GC에서 이다연의 우승으로 끝난 기아자동차 제33회 한국여자오픈은 갤러리가 많기로 유명한 대회다. 여자골프의 세계적인 강국인 한국의 내셔널타이틀이 걸려 있고, 최고의 선수들, 코스 접근성, 깔끔한 운영 등 명품대회로 손색이 없기에 많은 골프팬이 찾는다. 여기에 갤러리 문화도 성숙돼 단어 그대로 ‘그림 같은’ 골프팬들이 선수들과 함께 수준 높은 대회를 만들었다.
그런데 우승경쟁이 불을 뿜는 16일 오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심지어 일부 갤러리들이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한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그것도 이 대회를 공동주최하는 대한골프협회의 ‘회장님 일행’이 말이다.

대기업 오너이기도 한 허광수(73) 대한골프협회장이 타고, 역시 돈을 많이 번 사업가인 장세훈(58) 대한골프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이 탄 5인승 카트(알고보니 허리가 안 좋은 회장님을 위해 광폭타이터를 장착한 전용카트라고 한다)가 갤러리로 마지막 조를 따라다녔는데, 동선이 거침이 없었다. 갤러리 통제선 안쪽으로 들어와 러프지역에 카트를 세우고, 관전하는 것은 보통이었다. 갤러리들에 막혀 원하는 만큼 빨리 이동할 수 없게 되자 심지어 페어웨이까지 침범했다. 13번홀에서는 그린 바로 옆 선수이동로에 카트를 보란 듯이 세워놓았고, 이렇게 절묘하게 주차하는 과정에서 하마터면 그린을 밟을까 조마조마할 정도로 수준 높은 주차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만행’이 계속됐지만 현장의 심판(예전 경기위원)들은 주의를 주거나 제재하기는커녕 기회가 되면 카트로 가서 인사하기에 바빴다.
“저 사람들은 누구에요?”, “선수이동 카트도 갤러리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카트길로만 다니는데, 저건 좀 심한 거 아닙니까?”, “정말, 개념없다” 갤러리들은 분개했다. 아이를 데리고 온 한 갤러리는 “아이가 ‘저 로프는 무엇이냐?’고 물어서,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중이 저 안으로는 못 들어가게 막아놓은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그런데 저러고 다니니 참..,”이라며 혀를 찼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매너를 중시하는 골프에서는 중계방송이나 취재, 그리고 경기진행과 관련이 없는 경우, ‘카트 갤러리’를 엄격히 금지한다. ‘높은 분’들이라고 해도 갤러리를 할 때도 다들 걸어다닌다. 이는 골프에서만 관람객을 갤러리로 표현하는 정신과 맞닿아 있다. 화랑에서 미술품을 관람하듯 선수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선수들과 같은 속도로 이동하면서 관전하는 것이다.

허광수 회장은 다리가 불편하다. 이날도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 백번을 양보해 다리가 불편한 골프애호가 회장님이 TV가 아닌 현장에서 경기를 보고 싶어하고, 그래서 카트를 이용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엄격히 따지면 이것도 특혜다. 다리가 불편한 갤러리들에게 카트 관전을 모두 허용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조용히, 정해진 동선에 따라 갤러리를 해야 한다. ‘우리는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듯이 갤러리 통제선을 수시로 넘어서고, 심지어 그린 바로 옆까지 카트를 몰고 가고(이건 평상시 베어즈베스트 골프장에서도 금지된 행위다), 그러고도 아무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이 문제다.
‘회장님 카트’에 대해 대한골프협회에 물었더니 오철규 사무국장은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무조건 잘못한 일이다. (카트 관전에 대해) 사실 좀 조심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는데 결국 이런 일이... 위에 잘 보고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하기야 골프협회 직원들이나, 심판들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높으신 분들이 사과하고, 반성할 일이다. 참, 허광수 회장님은 전 세계 2,400여 명밖에 없는, 회원이 되는 것만으로 큰 명예인 영국왕립골프협회(R&A)의 회원이다. 산하 위원장이 화려한 카트 운전으로 과잉충성을 한다면 “그러지 말라”고 따끔하게 얘기할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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