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박대원 선배님, 고이 잠드소서!"

[조사(弔辭)]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

[편집자 주] 재독일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의 글을 싣습니다. 송 교수는 지난달 21일 79세를 일기로 세상을 뜬 박대원 선생을 추모하는 조사를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조사를 어떻게 쓰는지 참고로 할 수 글이라고 판단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지난 5월 21일 이국 땅에서도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했던 박대원 선배님이 7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6월 7일 프랑크푸르트 근교 오버우어젤 장지에서 가족과 동지들이 모인 가운데 조촐한 영결식이 있었다.

고인은 경북고등학교와 서울대 문리대 철학과를 나와 1968년부터 오스트리아 그라츠대학을 거쳐 독일 쾰른대학에서 수학했다. 70년대 유신독재의 광풍에 맞서 동지들과 함께 <민주사회건설협의회>를 발족해서 민주와 통일의 길을 앞서서 개척해 나갔다. 그의 따뜻하고 고귀한 인간성, 그리고 정치적 판단과 행동의 원칙성을 동지와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높이 샀다. 불행하게도 생의 마지막에 병마에 시달리다 우리의 곁을 떠났지만 그의 고결한 정신과 신조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생동하리라.

2013년 8월, 제주 돌할아방이 있는 독일 라인강변의 로렐라이 언덕에서. 왼쪽이 송두율 교수.(사진=송두율 교수 페이스북)
2013년 8월, 제주 돌할아방이 있는 독일 라인강변의 로렐라이 언덕에서. 왼쪽이 송두율 교수.(사진=송두율 교수 페이스북)

조사(弔辭)

박대원 선배님!

이렇게 오늘 선배님과 영원히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지난 1 월 초에 만났을 때만 해도 비록 병마에 시달리셨지만 건강상태가 그렇게 심각하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후 불과 넉달만에 선배님은 다시 만날 수 없는 길로 훌쩍 떠나셨습니다. 만나는 자는 반드시 헤어진다는,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법화경>의 가르침도 있지만 너무나도 빨리 선배님과 헤어져야만 하는 이 슬픔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60년대 서울의 동숭동 문리대 캠퍼스에서 시작된 우리들의 만남은 독일에서도 지속되어 반세기도 훨씬 넘겼으니 결코 짧은 만남은 아니었습니다. 비록 이국 땅이었지만 두고온 조국의 비참한 현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기에 불의와 압제 그리고 민족분단의 비극과 벌였던 결연한 투쟁에 있어서 항상 선두에 섰던 용기 있는 한 인간으로 저는 선배님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길이 결코 평탄하지 않았지만 선배님은 대범하게 그 길을 택했고 또 의연하게 그 길을 걸으셨습니다. 기실 “도사님”이라는 선배님을 향한 주위의 애칭도 결코 찌질하게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는 선배님의 고결한 삶의 태도를 한마디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영결식장에서. 김원호 선배, 고인의 부인 정길순 여사, 임희길 선배 부부와 함께 우리 부부(왼쪽부터).(사진=송두율 교수 페이스북)
영결식장에서.(사진=송두율 교수 페이스북)

이러한 자신의 철학을 선배님은 아마도 <주역>의 <계사전>에 나오는 원시반종(原始反終)에서 찾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은 시작된 근원으로 다시 돌아가게 마련이라는 이 글귀를 족자에 담아 70년대 초 어느 날 저에게 선물했습니다. 만물이 제 길을 찾게 마련인데 무엇 때문에 노심초사하면서 아둥바둥 살아가겠느냐는 뜻에서 택한 사자성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천하의 도인이라고 해서 어찌 크고 작은 회한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선배님을 따뜻하게 보살폈던 사랑했던 가족이 있기에 이런저런 회한을 이제는 거두시고 부디 평안하게 쉬십시오.

이 지구화시대에 고향은 어느 곳에도 없으면서도, 동시에 또 어느 곳에도 있기 마련입니다. 비록 이국 독일 땅이지만 사랑했던 가족이 가까이 있는, 풍광 좋고 조용한 이 타우누스에서 영면하시기 바랍니다. 이 세상 천지는 잠시 머물었다가 떠나는 공간에 지나지 않기에 원시반종의 철리를 따라 살았던 선배님은 그래서 젊은 날에 품었던 그 원대하고 고귀했던 꿈을 저 세상에서도 간직한 채 편히 쉬실 수 있을 것으로 저는 믿습니다.

“뿌리로 돌아가는 것을 고요함이라 말하니 그것은 순리를 따르는 것이다.

순리를 따르는 것을 변함없다 말하며 변함없음을 아는 것을 밝다 말한다.

변함없음을 알지 못하면 거짓되어 나쁜 일을 하게 된다. (歸根曰靜, 靜曰復命,

復命曰常. 知常曰明,不知常, 妄作凶) - 노자, <도덕경> 16장에서

존경하는 박대원 선배님,

부디 고히 잠드소서!

2019년 6월 7일

송두율 드림

1974년 3훨 1일, 서독 본에서 "박독재 타도하고 민주사회 건설하자"는 큰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했다. 이 때 이 힘있는 필체의 주인공이 바로 고인인 박대원 선생이었다. 보무당당하게 맨 앞에서 선 청년은 임희길 선생이다. 45년이라는 연륜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사진이다.(글-사진=송두율 교수 페이스북)
1974년 3훨 1일, 서독 본에서 ”박독재 타도하고 민주사회 건설하자”는 큰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했다. 이 때 이 힘있는 필체의 주인공이 바로 고인인 박대원 선생이었다. 보무당당하게 맨 앞에서 선 청년은 임희길 선생이다. 45년이라는 연륜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사진이다.(글-사진=송두율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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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oung Tai Han 2019.06.12 03:47

    " “뿌리로 돌아가는 것을 고요함이라 말하니 그것은 순리를 따르는 것입니다 " 출처 : 글쓰기(http://www.swritingwor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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