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단둘이 사는조손가정 아이들 사연 듣고10년 동안 점심 준비

[편집자 주] 물치유 전도사로 알려진 (주)물들임 정연숙 대표의 생애를 따라가는 연재를 합니다.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한 어린이의 호기심이 어떻게 소명이 되었는지, 상처를 보던 시선이 어떻게 치유의 길로 발전했는지, 그리고 물을 통한 몸의 회복이 어떻게 마음의 회복과 연결되는지를 차근히 풀어봅니다. 독자에게도 잊고 있던 자신의 ‘마음의 씨앗’을 다시 떠올리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람을 살피는 삶으로...
회사를 떠난 뒤 정연숙 씨의 삶은 조금씩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좋은 직장을 잃었다는 아쉬움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살아야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그 질문은 결국 사람을 살피는 삶으로 이어졌다. 그는 건강을 연구하기 전부터 사람을 돌보는 일을 먼저 배우고 있었다.
그 무렵 그의 마음을 오래 붙잡은 사람들이 있었다. 부모의 돌봄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었다. 특히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조손가정 아이들의 사연을 접할 때마다 어린 시절 집 근처 고아원을 바라보며 가슴 아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세월은 흘렀지만 '누군가는 저 아이들 곁에 있어야 한다'는 마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아이들 도시락 만들어주는 일 시작
정연숙 씨는 거창한 일을 시작하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새벽이면 시장에 들러 신선한 재료를 고르고, 집으로 돌아와 반찬을 만들었다. 김이 오르는 밥을 담고, 계절에 맞는 나물을 넣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반찬을 하나라도 더 담으려고 애썼다.
"그렇게까지 힘들게 하실 필요가 있나요?" 하면서 의아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연숙 씨는 웃으며 "아이들은 밥만 먹는 게 아니잖아요"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는 오랜 생각이 담겨 있었다. 배를 채우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까지 채워 주는 일은 조금 다르다.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누군가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마음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반복되는 관심 속에서 치유
사람은 거창한 위로보다 반복되는 관심 속에서 치유된다. 화려한 말 한마디보다 매주 빠짐없이 찾아오는 도시락 하나가 더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사랑은 특별한 날의 이벤트보다 평범한 날의 꾸준함으로 증명된다.
그렇게 시작한 도시락 봉사는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었다. 어느새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긴 시간 동안 정연숙 씨는 아이들의 성장도 함께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말없이 도시락만 받아 가던 아이가 어느 날 수줍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기 시작했고, 또 다른 아이는 직접 쓴 편지를 건네기도 했다.
"잘 먹었습니다" 편지 받기도
"아줌마, 저도 커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 될래요."
짧은 문장이었지만 정연숙 씨는 오래도록 그 편지를 간직했다. 도시락이 아이들의 배만 채운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도 작은 씨앗 하나를 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건강은 약만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이 경험은 큰 밑거름이 되었다. 건강은 약만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몸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몸을 살리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관심은 그보다 더 중요했다. 마음이 따뜻해질 때 몸도 조금씩 살아난다는 사실을 그는 수많은 도시락을 만들며 배우고 있었다.
도시락 몇 개를 만든 일이 세상을 바꾸는 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생은 거대한 사건보다 작은 실천이 오래 이어질 때 더 깊은 흔적을 남긴다. 정연숙 씨에게 도시락은 반찬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사랑을 담는 그릇이었다.




기사 댓글 0
욕설, 타인 비방, 광고 등의 댓글은 예고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