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과학 포기자’를 과학의 세계로 이끌어‘익사이팅 사이언스’(조엘 레비 지음/이영기 옮김/엑스오북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반으로 딱 자르면 어떤 모습일까?
지구 표면에서부터 중심까지 내부를 들여다보면 순서대로 지각, 상부맨틀, 하부맨틀, 외핵, 내핵이 동심원을 그리고 있다. 마치 소시지 고기로 감싼 달걀에 빵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겨낸, 영국인들의 국민간식 ‘스카치 에그’ 모양 같다고나 할까?
우리 몸속에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나 정복자 칭기즈칸의 몸 일부가 들어 있을 수도 있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그렇다면 과연 그 가능성은 얼마나 되고, 그 양은 얼마나 될까?
사다리 위에 있는 사람은 왜 땅 위에 서있는 사람보다 빨리 늙을까? 도대체 얼마나 더 빨리 늙는 것일까?

거미줄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정교하고 튼튼하다. 그럼 거미줄로 점보제트기를 낚아챌 수 있으려면 도대체 그 거미는 얼마나 크고, 거미줄 굵기는 얼마나 돼야 할까?
태양은 1초에 코끼리를 몇 마리나 태워 죽일 수 있을까? 태평양 바닷물을 모두 마시려면 얼마나 걸릴까? 엘리베이터로 에베레스트 산 정상까리 올라가려면 몇 시간이나 걸릴까?
<익사이팅 사이언스>는 이처럼 넌센스 퀴즈 같기도 하고, 과학 영재들이나 관심을 가질 만한 질문 같기도 한 흥미로운 질문들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물론 그 질문들 가운데는 우리가 한번쯤은 품어봤을, 그러나 딱히 누구 하나 속 시원히 풀어주지 못한 궁금증들도 수두룩하다.(아래 목차 참조)
영국의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이 책의 저자 조엘 레비는 이 책에서 과학의 세계에 다가가고 싶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과학 포기자’들을 위해 그야말로 익사이팅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우리가 상식으로 알아둬야 할 과학의 원리들을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기 그림, 상상, 비유, 체험 등을 골고루 동원하는가 하면 눈에 확 들어오는 일러스트를 풍부하게 뿌려 놓는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천문학, 지구과학, 인체, 기술 등 7개 챕터에 걸쳐져 있는 100개의 토픽들을 읽어가다 보면 과학이 품고 있는 세계 즉,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것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것들, 난해하고 복잡한 과학현상들이 구체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물과 친숙한 경험, 적절한 비유들을 동원한 덕분이다.

저자가 이런 방식을 동원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과학만큼 다가가기 어려운 분야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난해한 수학과 복잡한 방정식, 까다로운 전문용어와 낯선 표기법 등도 그렇거니와 논리나 직관을 거스르는 현상들도 부지기수로 등장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해서 ‘비유’란 무기를 단순히 과학 초보자들을 위한 당의정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이른바 과학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최초의 ‘발견들’과 연구가 상당 부분 비유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비유란 도구가 얼마나 효율적인지 확인하려면 과학혁명의 탄생했던 결정적인 과정을 들여다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가령 요하네스 케플러가 행성의 운동에 관한 법칙-최초의 과학법칙들 중 하나-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처음부터 우주를 거대한 시계 장치로 보았기 때문이다(10~11쪽을 볼 것). 이 비유를 통해 그는 세계에 대한 기존의 이론이 잘못되었음을 확신했으며, 우주의 수학적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그의 연구방식-그의 비유-은 젊은 아이작 뉴턴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뉴턴은 어머니 집의 과수원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달의 궤도와 비교했고, 이런 비유에 깔려 있는 어떤 원리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면서 더 깊이 파고들었다.

과학적인 발견 과정에서 비유로부터 영감을 받은 사례는 이 밖에도 매우 많은데, 그런 사례들이 이 책에도 곳곳에 담겨 있다. 예컨대 로버트 보일은 기체 입자들을 코일 스프링으로 상상함으로써 기체분자운동론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38~39쪽 참조). 크리스티안 호이겐스와 후계자들은 광학 현상을 분석하면서 물에서 일어나는 파동과 비교했으며,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전기력을 수조에 담긴 물의 압력과 비교해 모델링했다(48~49쪽 참조). 아우구스트 케쿨레는 꿈에서 뱀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아 벤젠의 화학적 구조가 고리모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왓슨과 크릭-그리고 그 이전과 이후의 많은 과학자들도-은 연구과정에서 모델(모형)을 사용했으며-모델이야말로 비유의 한 형태다-, 이를 통해 DNA가 이중나선 구조를 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90~91쪽 참조).
이 책은 비유나 은유를 통한 추론 즉 ‘사고실험’의 사례도 곳곳에서 보여준다. 일찍이 사고실험은 대부분의 과학영역에서 유용성을 입증했지만 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기능했다. 특히 아인슈타인의 획기적인 발견들 대부분은 사고실험-“빛에 올라타고 있으면 어떤 느낌일까?” “자유낙하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어떤 힘이 작용할까?” 같은 것들-의 산물이었다. 이처럼 가상의 상황을 상정함으로써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에 도달할 수 있었고, 우주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새롭게 전환시킬 수 있었다(14~15쪽 참조).
요컨대 이 책은 교양과학의 입문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과학적 사고를 키워나갈 수 있는 아이디어와 접근 방식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과학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을 덜어주려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 목차 006들어가는 말
물리학
010시계처럼 작동하는 우주
012한 번 섞은 카드는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다
014슬로모션 속의 기차
016엘리베이터와 로켓
018플랫랜더-2차원의 평면에 사는 사람들
020시간여행을 하는 쌍둥이
022사다리 위에 있으면 더 빨리 늙는다
024어둠 속의 당구대
026만물을 설명하는 끈 이론
028슈뢰딩거의 고양이
030골디락스의 우주
032벌처럼 행동하는 원자
034파리와 피츠버그에 있는 당구공
036방사성 물질의 반감기와 한 움큼의 동전
038열, 압력, 당구공
040도미노는 책보다 빨리 쓰러진다
042팀에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044전기회로와 마천루
046컨베이어벨트와 석탄 더미
048전기는 물과 같다
050병렬회로는 학교 강당과 닮은꼴
052종이성냥과 쥐덫, 그리고 핵분열
054거친 빙판에서 스케이트 타기
056도플러 효과와 사이렌 소리

화학
060핀 위에서 춤추기
062사과 크기가 지구만 하다면
064셰익스피어와 칭기즈칸 원자들이 내 몸 안에
066두루마리 화장지로 환산한 세계
068호주 대륙을 쌀알로 채우기
070원자들의 범퍼 카 놀이
072멀리서 보고, 가까이서 보면
074모두 다 함께 춤을!
076소년, 소녀를 만나다
078샌드위치 나눠먹기와 화학결합
080모든 것은 서로 묶여 있다
082햄 샌드위치와 화학반응
084성당 안의 벌 한 마리
086태양계와 양자 선풍기
088눈부시게 밝고 믿을 수 없게 어두운
090분자 지퍼
092고분자와 초거대분자
094공과 스프링
생물학
098지구의 역사를 하루로 환산하면
100진화는 덤불인가 나무인가?
102가장 작은 유기체와 가장 큰 유기체
104센트럴파크보다 세 배나 넓은 균류
106적지만 치명적인
108뜨거운 통증, 매캐한 통증, 불쾌한 통증
110점보제트기를 낚아채는 거미
112세포는 하나의 도시다
114자연계는 슈퍼마켓 같다
116생명체를 쥐락펴락하는 효소
118생명의 청사진
120게놈을 따라가는 여행
122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거꾸로 올라가기
124요각류는 치타보다 빠르고, 고래보다 더 무겁다
126시계 제조공 논리의 오류
천문학
130어둠 속의 왈츠
132더 이상 무거울 수 없다
134빛을 휘게 하는 것
136은하의 소용돌이 속에서 벌어지는 일
138지구가 볼 베어링 크기로 작아진다면
1401초에 코끼리 100만 마리
142광속으로 여행하기
144건포도 빵을 닮은 우주
146우주가 요요에 빠진다면
148달에서 반딧불이 찾기
150물병처럼 폭발하는 초신성
지구과학
154너무도 막강한 바람
156회전목마에서 공 던지기
158그랜드캐니언 메우기
160태평양의 물을 모두 마시려면
162엘리베이터 타고 에베레스트 등정하기
164샌프란시스코 지진과 수소폭탄
166화산은 대량살상 무기
168죽음의 파도
170외계에서 온 무서운 물체
172지구 대 냉장고 자석
174스카치 에그를 닮은 지구
176온실효과
인체
180인간의 몸을 이루는 것들
182찻잔으로 욕조 물 퍼내기
184너무도 막강한 슈퍼파워, 심장
186강철 같은 뼈
188어디서나 득실득실하는 박테리아
190머리카락은 죽은 조직
192험난하고 고통스런 헤엄치기
194테세우스의 배
196데카르트의 ‘전능한 악마’
198상어가 거인을 물다
200눈과 카메라
기술
20418개월마다 맨해튼이 하나씩
206피라미드를 최저임금으로 짓는다면
208세계에서 가장 큰 기계
210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보다 더 커다란 배
212휘발유 한 통으로 달 왕복하기
214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세계
216살벌한 우주 쓰레기
218단 한 방에 2차 대전 끝
220‘중국어 방’
222색인




기사 댓글 0
욕설, 타인 비방, 광고 등의 댓글은 예고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