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충분한데 점수로 연결되지 않는 수험생 공통점“몰라서가 아니라 흔들려서 틀린다”는 뇌과학적 이유시험 후 리뷰가 성적을 바꾸는 결정적 원동력말로 풀기·호흡·또박또박 쓰기가 실수를 줄여수능과 내신서 ‘아는 것 그대로 꺼내는 뇌’ 만들어야
[편집자 주]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김주환 교수는 ‘내면소통’ 유튜브 강의에서 ‘시험불안증의 종류와 원인, 그리고 그에 따른 훈련 방법’을 주제로 지난해 강의를 진행했다. 이 강의는 “아이의 성적이 아니라 아이의 뇌를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로 수많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공감을 얻었다. 시험을 앞두고 긴장과 실수로 흔들리는 수험생들에게, 이 강의는 “불안은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의 지도를 건넨다.

실수는 '몰라서'가 아니라 '흔들려서' 초래
시험에서의 실수는 대개 “몰라서”가 아니라 “흔들려서” 나온다. 중요한 순간이 되면 뇌는 자동으로 위기 모드로 전환된다. 생각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 대신, 위험을 감지하는 편도체가 핸들을 잡는다. 이때 뇌는 ‘생존’에 집중하느라, 이미 알고 있던 공식과 개념을 꺼내는 일을 뒤로 미룬다. 그래서 평소에는 잘 풀던 문제를 시험장에서는 엉뚱하게 계산하고, 분명 배웠던 내용이 하얗게 사라진다. 마치 잘 정비된 자동차가 빗길에서 미끄러지듯, 실력은 그대로인데 도로 상태가 바뀐 것이다.
김 교수는 시험 불안으로 흔들리는 학생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첫째는 불안·긴장형이다. 심장이 빨라지고 손에 땀이 나며 머리가 멍해진다. 둘째는 주의산만형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딴생각이 끼어들고 집중이 끊어진다. 두 유형 모두 공통점이 있다. 시험 순간, 뇌의 중심이 ‘사고’에서 ‘위기’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시험 후 ‘리뷰’
이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시험 후 ‘리뷰’다. 많은 학생이 틀린 문제만 다시 본다. 그러나 김 교수는 “맞은 문제까지 전부 다시 풀라”고 말한다. 맞은 문제라도 정말 이해해서 맞았는지, 과정 중 실수는 없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실수 없이 정확히 풀었으면 동그라미, 실수했다가 고쳐서 맞았으면 삼각형, 몰라서 틀렸으면 별표를 한다.
이렇게 표시하면 자신의 실수 패턴이 지도처럼 드러난다. ‘계산을 서두를 때 틀린다’, ‘문제를 끝까지 안 읽는다’, ‘중간 과정을 건너뛴다’ 같은 약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리뷰는 시험을 한 번 더 보는 효과를 낸다. 공부의 양이 아니라, 실력의 누수를 막는 장치다.
문제 풀며 말로 설명하는 연습 큰 효과
실수를 줄이는 핵심 훈련은 ‘알아차림’을 키우는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문제를 풀며 말로 설명하는 연습이다. “이 문제는 이런 조건이 있으니까 먼저 이 식을 세운다. 여기서 이 값을 대입한다”고 중얼거리며 푼다. 속도는 느려지지만, 뇌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는지’를 계속 확인한다. 실수가 생기기 직전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몇 차례만 해도, 혼자 풀 때의 실수율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두 번째는 또박또박 쓰기다. 평소처럼 급히 흘려 쓰지 않고, 누가 봐도 읽을 수 있게 천천히 적는다. 이는 단순한 필기 습관이 아니라, 주의력을 현재에 묶는 훈련이다. 글씨를 천천히 쓰는 동안 뇌는 속도를 낮추고, 전전두피질이 다시 중심을 잡는다. 작은 숫자 하나가 큰 점수로 바뀌는 이유다.
또박또박 써보면서 주의력 잡아라
불안·긴장형에게는 호흡이 열쇠다. 들이마시는 것보다 내쉬는 시간을 두 배 이상 길게 한다. 예를 들어 4초 들이마시고 8초 내쉰다. 내쉬는 동안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편도체의 흥분이 가라앉는다. 뇌는 위기 모드에서 사고 모드로 돌아온다. 처음에는 느리게, 차분하게 푼다. 그런 상태가 익숙해지면, 그 안정감을 유지한 채 속도를 조금씩 올린다. “침착한 상태에서 빨라지는 것”이 목표다.
이 모든 방법에는 과학적 이유가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높아지면 기억 인출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알던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경험은 지식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뇌가 그것을 꺼내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생긴다. 반대로 뇌가 안정되면, 이미 쌓아 둔 지식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시험은 새 지식을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 저장된 지식을 꺼내는 시간이다.
들이마시는 시간보다 내쉬는 시간 두 배 이상 길게 하면 침착해져
시험을 잘 본다는 것은 더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시험장에서 그대로 꺼낼 수 있는 뇌 상태를 만드는 일이다. 리뷰, 말로 풀기, 또박또박 쓰기, 호흡 조절은 모두 뇌를 ‘위기 모드’에서 ‘사고 모드’로 되돌리는 훈련이다.
수능과 내신을 앞둔 지금, 공부 시간의 일부를 이 훈련에 투자해 보자. 성적은 노력의 양이 아니라, 뇌를 다루는 방향에서 갈린다. 시험은 지식의 싸움이면서 동시에, 마음을 다스리는 기술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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