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 취재] 일본 이바라기현의 ‘독서 마을’ 다이고 마치를 찾아서
한국엔 ‘영어 마을’, 일본엔 ‘독서 마을’.
실효성이 없어서 지금은 대부분 없어졌지만 한때 한국에는 ‘영어 마을’이 여러 곳 있었다.
지방자치제도가 발달한 일본에도 특이한 ‘~마을’이 있다. 그 중 일본에서 최초로 ‘독서 마을’을 선포한 다이고 마치란 지역이 있다. 마을 모든 주민이 활발한 책읽기 활동을 펼치는 ‘독서 마을’이다.
이바라기현 북서부에 있는 ‘다이고 마치’를 2008년 4월에 현장 탐방했다. 인구 약 2만 2천 명으로, 한국의 작은 면소재지 같은 분위기였다. 예를 들면, ‘충청북도 청원군 미원면 읍내’ 같았다.(일본에서 ‘마치’는 한국의 읍이나 면을 뜻한다.)

다이고 마치가 일본에서 최초로 독서의 마을을 선포한 것은 지난 2007년 6월. 당초 이 지역은 도서관과 서점이 각각 한 곳뿐으로 문화소외지역이었다. 하지만 이젠 다이고 초등학교와 다이고 서중학교 등 관내 학교가 수업 전 ‘아침 독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정에서 가족이 모두 책을 읽는 ‘집안 독서’ 운동도 펼치고 있다.

다이고 마치의 이러한 시도는 단절됐던 가족 유대관계 복원의 새로운 특효약으로 일본 전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이고 마치는 이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2007년에 일본 전국 출판협회가 제정한 제1회 '문자·활자문화 진흥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이고 마치가 ‘독서 마을’로 탄생한 것은 와타히키 히사오 정장(당시 72세)이 취임하면서부터. ‘독서운동’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어 눈길을 끌었던 와타히키 정장은 책읽기가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든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일본에서 '정장'은 한국의 군수나 면장에 해당한다).

와타히키 정장은 책읽기는 사람들의 심성을 곱게 만들고, 가족과 친구,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줘 범죄와 살인, 가정파탄 등 반사회적 질병들을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주민들과 힘을 합쳐 독서의 마을을 선포하고 실행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이 마을의 초·중·고교는 아침 독서를 실시한 이후 청소년 탈선 행위가 줄어들고 학업 성적이 증진됐다고 한다. 다이고 마치의 학생들은 국어와 수학 시험문제 정답률이 일본 다른 지역 학생들에 비해 5~10% 정도 높다는 보고도 나왔다.
주민들의 호응도 폭발적이었다. 독서운동을 적극 펼친 이후 최근 6개월 사이 마을 도서관 이용자가 50%나 증가했다. 또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앞다투어 다이고 마치의 독서운동을 뒤따르기 시작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의 조명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다이고 마치의 ‘독서 마을’ 선언은 책읽는 마을을 만드는 운동을 일본 전역에 전파한 부수 효과도 낳았다. 다이고 마치는 일본의 다른 소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의 도시 이주와 급격한 노령화로 인구가 매년 약 450명씩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침체되기 쉬운 마을 분위기가 아침독서 운동과 책읽기를 통한 가족관계 강화를 위한 집안 독서 캠페인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성과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한국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견학하기도 했다.

<일본 이바라키현 다이코 마치의 '독서의 마을' 선언서>
우리는 ‘자기주도적인 노력’과 ‘타인 배려’를 소중히 여기며 전세계에서 보기 드문 마음이 풍성한 나라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는 것 같은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본인의 둘도 없는 보물인 ‘마음의 풍요로움’을 지키고, 육성하고, 퍼뜨려 다음 세대에 전해 주는 것이 큰 숙원입니다. 우리는 이 바람을 독서로 실현하겠습니다.
책읽기는 시간과 거리를 초월해 풍요롭고 윤택한 사상과의 만남으로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특히 유아와 청소년의 독서는 그들에게 많은 지적 소산을 안겨 주는 것과 동시에 다양한 창조력을 키우고 풍요로운 감성을 살려줍니다.
우리는 이런 독서의 장점을 살려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 넘쳐나는 마을을 만들고, 독서를 통해 마음의 풍요로움을 키울 수 있는 마을 만들기, 독서의 훌륭함을 전국에 퍼뜨리는 마을 만들기를 지향합니다.
1. 아기 때부터 독서의 세계로 이끌기 위해 ‘보건본부(센터)’에서 ‘북 스타트(BOOK START) 운동’을 전개합니다.
1. 유치원생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전해 주기 위해 보육원, 유치원에서 ‘책읽어 주기’를 시작합니다.
1. 어린 학생에게 독서의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초중학교’에서 ‘아침 독서’를 실시합니다.
1. 부모와 자녀의 독서를 통한 의사소통을 증대하기 위해 각 가정마다 ‘집에서 책읽기 운동’(집안독서 운동)를 펼칩니다.
1. 다이고 마치의 독서 환경을 정비하기 위해 힘을 합쳐 전력을 다 합니다.
2007년 다이고 마치 주민은 이런 가치있는 사업에 총력을 펼칩니다. ‘독서의 마을’ 고향 다이고 마치에 자부심을 품고, 일본 국민들에게 독서의 훌륭함을 전하겠습니다.
이상 ‘독서 마을’ 다이고를 선언합니다.
2007년 6월 13일
다이고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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