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영대학 이경묵 교수, '신뢰게임' 틀로 분석"삼성조차 포기한 기술을믿음으로 끝까지 지켜낸 조직""하이닉스 이야기는 오늘날 많은 조직이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보여주는 실전 교과서"
[기자 주=오늘 페이스북에 서울대 경영대학 이경묵 교수가 올린 유튜브 동영상이 시선을 끌었다. 승용차를 운전하면서 들어보니 크고 작은 조직을 운영하거나 그 조직에 속한 모든 사람이 참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문으로 소개한다.]
기술보다 '조직문화'와 '신뢰'로 승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한때 부도 위기에 몰렸던 하이닉스가 33년간 정상을 지켜온 삼성을 넘어선 것이다. 이 극적인 역전의 배경에는 기술보다 깊은 ‘조직문화’와 ‘신뢰’가 자리잡고 있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이경묵 교수는 이를 ‘신뢰 게임’이라는 프레임으로 분석했다.
2025년 2분기 실적은 하이닉스의 성장을 명확히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이 4조6000억원인 반면, 메모리 사업에 집중한 SK하이닉스는 9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디램 시장 점유율 역시 삼성 34% 대 하이닉스 36%로 뒤집혔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는 하이닉스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AI 기업 엔비디아의 신뢰를 독점적으로 확보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의 품질 인증(퀄리피케이션)을 통과하지 못했다.
메모리사업, 디램시장 모두 삼성에 앞서
현재의 성과만 보면 하이닉스는 오랜 강자처럼 보이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사정은 정반대였다. 2000년 부도 위기, 2001년 워크아웃, 2011년 SK그룹 인수까지 하이닉스는 생존조차 불투명한 기업이었다. 당시 삼성은 세계 1위의 반도체 기업으로 하이닉스와의 격차를 20%p 이상 벌려놓은 상황이었다.
이경묵 교수는 하이닉스가 삼성을 추월한 원동력을 ‘세 가지 신뢰 게임’으로 설명한다. 첫째는 ‘문화적 신뢰 게임’이다. 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 이후 기존 임원진을 전면 교체하지 않고 조직을 있는 그대로 믿었다. SKMS(SK Management System)라는 경영 시스템을 기반으로 자율성과 수평적 문화를 강화했고, 이는 임직원들로 하여금 ‘이 조직은 나를 믿는다’는 감각을 심어주었다.
전면 교체 대신 기존 조직 그대로 믿어
둘째는 ‘전략적 신뢰 게임’이다. 하이닉스는 ‘시프트 레프트(Shift Left)’ 전략을 통해 개발 초기부터 품질, 생산, 기획 등 전 부서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었다. 과거처럼 개발 끝나고 넘겨주는 방식이 아닌, 애초에 함께 시작해 끝까지 가는 완주 전략이 도입됐다. 조직 내 부서 간 협업이 강화되면서 전체 역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함께 시작해 끝까지 가는 완주 전략 도입
셋째는 ‘인사조직 신뢰 게임’이다. 하이닉스는 성과 중심의 인사 시스템을 거두고 장기적으로 사람을 키우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술 출신 CEO가 장기 재임하며 현장을 이해하는 리더십을 발휘했고, 잦은 리더 교체 없이 안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했다. 실무자와 리더 간 신뢰가 쌓이면서 결정 속도도 빨라졌다.
장기적으로 사람 키우는 시스템 구축
이러한 신뢰 구조는 하이닉스의 기술 의사결정에서 극적으로 드러났다. HBM 개발이 그 사례다. 삼성은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HBM2 이후 개발을 중단했지만, 하이닉스는 끝까지 개발을 밀어붙였다. 실무진은 “우리는 2등 업체지만, 영원히 2등만 할 수는 없다”며 미래 승부처로 HBM을 지목했다. 당시 결정은 실적 악화를 감수해야 했지만, 결국 HBM3 시대가 도래하면서 하이닉스는 시장을 선점하게 됐다.
기술 의사결정서 신뢰구조 효력 발휘
이경묵 교수는 하이닉스의 성공을 단순한 기술력의 승리가 아니라, 조직문화의 혁신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분석한다. 하이닉스는 위에서 끌어당기는 탑다운 방식이 아닌, 실무진의 판단과 실행이 중심이 되는 바텀업 조직으로 진화했다. 탁월한 전략보다 중요한 건 이를 지지하는 신뢰였다는 평가다.
경영자, 직장인, 투자자에 중요한 시사점 선사
하이닉스의 성공은 기업뿐 아니라 투자자와 경영자, 직장인 모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사업가는 성과주의보다 신뢰 기반의 문화를, ▲투자자는 단기 실적보다 조직의 장기 경쟁력을, ▲직장인은 개인 능력보다 팀워크와 협업의 가치를 돌아보게 만든다.
SK하이닉스는 ‘기술이 아니라 문화가 이긴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한 사례다. 삼성조차 포기한 기술을 믿음으로 끝까지 지켜낸 조직. 하이닉스의 이야기는 오늘날 많은 조직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보여주는 실전 교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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