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종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이사장 30일 인터뷰

'디지스트(DGIST) 이사장’도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대 오세정 총장이 국내 대학 총장 중 처음으로 IB의 공교육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우종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사장도 IB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종수 이사장은 지난 18일 시민단체 ‘사교육없는세상’이 IB 도입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IB 교육제도는 주입식 교육과 객관식 상대평가를 극복할 수 있는 교육과정과 평가방식을 갖추고 있다”며 “IB는 우리나라에 절실히 필요한 교육혁신의 본보기”라고 밝혔다.
우 이사장은 이날 한국이 당면한 가장 큰 두 가지 문제로 ▲인구구조의 고령화와 ▲성장동력의 부재를 들었다. 여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한국이 허약한 2류, 3류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종수 이사장은 두 문제의 근본원인에는 교육 문제가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젊은 세대들이 지금과 같은 교육으로는 자녀들이 계층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좌절감에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 않는 현상이 급격한 고령화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우종수 이사장을 지난달 24~30일 이메일로 인터뷰하였다.
“주입식 교육과 객관식 상대평가에 의한 살인적인 대학 입시와 취업 전쟁에 허덕이는 미래 세대로부터 성장 동력을 기대하는 일는 너무 큰 욕심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교육을 제대로 혁신하지 않으면 풍요롭고 행복한 미래는 더 이상 우리 앞에 없다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우 이사장이 제시하는 교육 혁신은 우선 주입식 교육과 객관식 상대평가라는, 현재의 가르치고 평가하는 방식을 개선하자는 뜻이다. 학습자 주도로 지식을 만들어 내는 ‘꺼내는 교육’과 ‘주관식 절대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우 이사장은 꺼내는 방식의 교육은 국내에서도 이미 여러 가지 형태로 시도한 바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거꾸로 교육(Flip Learning)’, ‘프로젝트 학습(Project Based Learning, PBL)’, ‘연구기반교육(Research & Education, R&E)’, ‘독서중심 교육’, ‘하부루타 교육’, ‘하크네스 교육’으로부터 ‘혁신학교’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시도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 이사장은 이같은 방식들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교육을 혁신시키지 못한 채 여러 학교에 장식품처럼 파편화되어 있거나 한 학교에 여러 가지 방식이 짜집기되어 있어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우 이사장은 그 이유로 “단편적인 학습 분야에 그치지 않고 학습 분야 전반에 체계화된 교육방식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데 현재의 객관식 상대평가의 대학입시에 교육이 매몰된 상황에서는 이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평가방식 역시 공정하다는 미명 아래 가장 전근대적인 객관식 상대평가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더 고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이고 단기간의 관점에서 보면 정량화된 수치로만 평가한다는 것이 공정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객관식 상대평가라는 한가지 잣대로 평가하여 다양한 역량과 잠재력을 보유한 젊은이들을 사회 부적응자로 내모는 일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사실 평가가 정량적이냐 정성적이냐 또는 절대적이냐 상대적이냐가 아니라 신뢰의 부재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평가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계속 했지만 결국 원점으로 회귀하는 것은 평가자나 평가기관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요?”
우종수 이사장은 IB가 학생 주도의 꺼내는 교육면에 볼 때 다른 어떤 방식보다 학습 분야 전반이 균형있게 짜여져 있고, 방식도 체계화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AP, 독일의 아비투어,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영국의 에이 레벨 등 선진국의 교육제도 역시 IB 못지 않게 잘 되어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IB는 특정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좀 더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교육제도를 추구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든지 자리를 잘 잡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IB는 평가방식 역시 세계 어느 나라에 내어 놓더라도 신뢰를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IB의 평가가 국제적으로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IB는 존재할 수도 없었겠지요. 평가에 생존이 걸려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엄정하게 평가하고 이에 대해서는 타협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능력있는 채점관을 양성하여 선발하고, 채점 공정성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점검하고, 불공정한 행위에 가혹하게 제재하는 동시에 이를 발전시키려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 이사장은 “IB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자율과 책임’ 그리고 ‘다양성’이란 가치관이 존중되지 않으면 이를 통한 교육혁신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획일주의, 단기 성과주의, 권위와 형식주의가 지배하는 사회 분위기가 지속되는 한 수월성 교육이라든지, 사교육이 횡행하는 금수저 교육이라든지, 사대주의 교육이라든지 하는 등 교육의 본질과 벗어난 소모적인 논쟁으로 교육은 또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종수 이사장은 IB를 도입하면 일류병이 도지고 사교육이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일부의 반론에도 재반론을 폈다. 기술의 급격한 변화로 SKY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세상, 없어질 직업과 지식을 위해 왜 그리 죽도록 돈을 들이고 공부했는지를 의아해 하는 세상이 조만간에 올 것이라는 것이다. 일류병이니 인기학과이니 하는 것은 기성세대가 지루하게 반복하는 추억의 술자리 대사일 뿐 젊은 세대의 미래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기를 당하는 이유는 사기꾼 때문이 아니라 빨리 많이 돈을 벌려는 사람의 욕심 때문’이라는 이야기처럼 사교육은 교육정책이나 입시제도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녀는 남보다 쉽게 권력과 재물을 갖게 하고 싶다는 개인적 욕심 때문에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사교육은 정도의 문제지 항상 있어 왔습니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이였던 60~70년대에도 있었고 심지어는 고대 로마에서도 자녀를 그리스로 유학을 보내거나 아니면 그리스인 노예를 가정교사를 두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열심히 하면 신분상승이나 계층이동이 가능한 열린 사회에서는 남이 받는 사교육에 대해서보다 내가 얼마큼 열심하느냐에 관심을 더 둡니다. 사교육의 문제는 사회가 폐쇄화 되고 빈부의 격차가 커지면서 생기는 병리적인 현상이지 교육정책의 결과는 아니라고 봅니다.”
우종수 이사장은 “사교육을 없애려고 그렇게 많은 교육정책을 시행을 했어도 사교육은 오히려 끊임없이 증가해 온 것이 이를 간접적으로 입증한다”고 밝혔다. 자율과 책임 그리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IB 교육과정은 사교육을 오히려 줄이고 관심 밖의 문제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우 이사장의 주장이다.
“IB의 교육과 평가 방식은 사교육의 효과를 경제적으로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교육은 없어지지 않겠지만 있더라도 제대로 적응하고 따라가기 위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종수 이사장은 IB가 수월성 교육이라는 인식에 관해서도 반박했다. 수월성 교육은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여 집중 관리하는 교육인데 IB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IB는 국내에서 외국인학교나 국제학교 등 특수한 학교에 제한되어 있습니다. 또, 아직은 ‘영어 IB’만 가능하기 때문에 영어 자격이나 선발시험을 보는 사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학비도 많이 들잖아요.”
우 이사장은 “하지만 국가 공교육으로 도입한다면 수월성 교육이라는 오해는 없어질 것”이라면서 “공교육이 정착되기 전에는 공립이든 사학이든 먼저 도입을 하는 경우 비용이 더 소요될 수도 있지만 이는 새로운 영역에 진입할 때 마땅히 지불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무 노력없이 공짜로 되는 것은 없다는 아주 간단한 진실부터 이해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종수 이사장은 IB가 외국에서 만들어진 방법이기에 국내에 도입하면 곤란하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우리나라에도 있는데 사대주의에 젖어 이제는 교육마저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가’란 의견을 접하면 문득 구한말 쇄국정책, 중국 모택동의 대약진 운동, 북한의 주체사상이 일본의 메이지 유신과 중첩되어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에게도 자체 개발해서 시도했던 혁신적 교육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부분적으로, 간헐적으로 시도되었다”면서 “그래서 50년간 체계적으로 국제적 신뢰를 쌓으며 발전한 IB에 비하면 질적인 면이나 양적인 면에서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우리에게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고 멀리 보는 것’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거인으로 성장은 드는 시간과 돈 때문에 불가능해지는 것이 다반사이고 또 그러는 동안 거인은 더 멀리 가버리고 맙니다. 우리에게 적합하면서도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면 하루 빨리 도입하여 우리 것으로 체화하고 이를 발전시켜 세계를 이끌어야 할 것입니다. 거인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그 거인의 어깨에 올라 탈 것인가에 집중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습니까?”
우 이사장은 이제까지 하던 교육을 무시하고 일거에 모두 IB로 바꾸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역시 잘못된 인식이라고 반박했다. 이것은 항상 Top Down식이며 권위주의적이고 획일화된 교육정책에 익숙해져 있어 오해하는 데서 비롯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IB교육을 도입하면 바로 다음날 대학입시까지 포함해서 모든 교육시스템이 여기에 맞게 변해야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미리 좌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같은 과거 지향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한 학교의 한반이든 두 반이든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IB 교육을 시도하면 됩니다. 인적, 물적 인프라를 확충해 나가면서 기존의 교육제도를 IB로 대체하고 궁극적으로는 공교육 시스템으로 정착시켜 나가야 그나마 가능할 것입니다.”
우종수 이사장은 “IB를 도입하려면 가르치고 평가를 할 선생님들도 육성해야 하고,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도 갖추어야 하고, 지원해야 할 Staff 기능도 있어야 한다”면서 “오랜 시간이 걸려야 정착되는 것이지 좋다고 해서 단번에 가능한 것은 결코 아니”라고 말했다.
우 이사장은 “결론적으로 요약하면, IB교육은 학습자 주도의 꺼내는 교육과 주관식 절대평가 방식을 국제적인 신뢰성을 바탕으로 정착 발전시켜 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교육혁신에 가장 적합한 본보기”라고 재차 강조했다. IB 교육을 근간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을 제대로 혁신시켜 나가려면 사회의 가치관을 ‘자율과 책임’ 그리고 ‘다양성의 포용’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게 우 이사장의 주장이다.
“학부모는 과거 연장이 아니라 미래의 관점에서 자녀교육을 설계해야 합니다. 우리의 교육은 이제까지 타고 온 새마을호에서 내려 고속열차(KTX)로 갈아 타야 하는 시점에 서 있습니다. 새마을호를 타고 계속 가면 만날 미래는 쇠락하고 낡은 역들인 반면 고속열차는 풍요롭고 행복한 도시로 미래의 세대를 안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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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2019.05.07 19:51
네 우리 교육도 바껴야죠..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따라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