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 운명적 만남...후손에 고스란이 전달된 양질의 DNA"

장편인물전기 [국자가의 전설]바느질 하나로 서민갑부된 유별난 엄마의 골 때리는 이야기4형제 모두 대학 교육...조선족 대표하는 사업가 성공도

[편집자 주=중국의 유명 촬영가이자 기업인, 문화인인 남룡해 선생의 장편인물전기 《국자가의 전설》을 연재합니다. 《국자가의 전설》은 둘째 아들인 남룡해 선생이 93세 어머니를 하늘나라에 보내놓고 그 애절한 마음 달랠 길 없어 짙은 감동의 필치로 써낸 전기문입니다.](출처=중국 '조글로' 潮歌网 2022-07-04)

둘째아들 남룡해 선생이 생전의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는 장면.
둘째아들 남룡해 선생이 생전의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는 장면.

연재1. 들어가는 말

2020년 5월 4일, 23시 30분 경에 어머님께서 93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9년 전(2011년) 아버님이 사망하셨을 때 “허이구, 이제 우리 남 씨 가문에 대들보가 무너져 내린 게로구나!”라고 하면서 슬피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울면서도 대들보는 무너져 내렸지만 그 대들보를 받쳐 온 ‘괴돌’은 그래도 남아있다는 생각에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받았다. 그‘괴돌’이 어머님이셨던 게 분명하다.

평생 학교 문이라는 데 가보지 못한 ‘까막눈’이지만 누구보다 생존철학이 뚜렷했던 어머님이, 애오라지 삯바느질 하나만으로 의령 남 씨 가문의 가세를 일으켜 세우셨던 ‘알부자’ 어머님이, 자나 깨나 내 새끼, 내 가족만을 염려하면서도 주변 사람들한테 엄청나게 나눔을 실천해 오신 배포가 크셨던 어머님이, 속절없는 삶을 원 없이 사시다가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나셨다.

다들 그만하면 장수하셨다고, 또 복하게 돌아가셨다고 위로해 주지만 자식이 된 마음은 그게 아닌가보다. 가슴이 찢어지게 아파나면서 왠지 모르게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인 양 자꾸 흘러내린다. 슬픈 내색을 내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면 쓸수록 가슴속 한가운데로부터 터져 나오는 오열을 누그릴 길이 없다.

고 황정자 여사 영정사진.
고 황정자 여사 영정사진.

이 세상에 자식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거의 다 겪게 되는 일이어서 숙명적으로 받아들일 만도 한데 웬지 모르게 도무지 진정되지 않는다. 생로병사가 인지상정임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내가 왜서 이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어머니의 영정사진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눈물 코물 쥐어 짜면서 밤새도록 어머니의 삶에 대해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숱한 의문부호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베일에 가려져있던 많은 수수께끼들이 하나하나 풀리기 시작했다.

그래, 어머님은 워낙에 유별난 분이셨지… 체질적으로나 성격적으로 이 세상 여느 어머님들하고 비교가 아니 될 정도로 유별난 분이셨지! 자나 깨나 내 자식을 생각하는 모성애도 유별났고 가문의 세대주인 아버님을 끔찍이 사랑하는 내조도 유별났고 내 형제 내 핏줄을 보듬어 안는 종족애도 유별났고 내 친구, 내 고향, 내 민족, 내 나라를 대하는 포용력이나 생각의 스케일도 유별났다.

게다가 뭔 일을 실행함에 있어서 끈기도 유별났고 리더십이나 추진력도 남달랐다. 어머니는 키는 작아도 강자였다. 강자 중에서도 아주 못 말리는 초인간적인 ‘괴력’을 가진 강자였다. 그런 강자였기에 그 다사다난했던 세월을 주름잡아오면서 자신의 이루고저 했던 소망을 거의 다 이루어냈고 여한이 없는 삶을 사시다가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남남북녀'의 본보기였던 생전의 남영철 황정자 어르신.
'남남북녀'의 본보기였던 생전의 남영철 황정자 어르신.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그 빈자리를 메우느라 소싯적부터 진일마른일 가릴 겨를이 없이 황 씨 가문의 ‘소녀가장’으로 살아오신 어머님이, 유별나게 활동적이였던 아버지를 따라 동북산천을 넘나들면서 별의별 고생을 다 하셨던 어머님이, 그 뒤 광복을 맞아 국자가에 진출해서는 낭랑 18세 소녀로 새 정권 건설에 뛰어들었던 어머님이, 그 다사다난했던 세월의 문턱을 넘어오면서 하는 일마다에서 솔선수범이 되어 주변 사람들까지 잘 거느리여 늘 ‘왕’이 된 삶을 살아오시던 어머님이, ‘남쪽’에서 온 ‘키다리아저씨’를 만나 의령 남 씨 가문의 새댁이 되면서부터는 다소곳이 바느질에만 전념하는 한생을 살아오셨다.

‘남남북녀’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이루어진 그 양질의 DNA가 후세에 고스란이 전달이 되어서인가 남부럽잖은 ‘자식농사’까지 하셔서 국자가에서 한때 ‘대학생 가문’으로 소문이 났었다. 그 살벌했던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좌’익의 켠에 확고부동하게 서서 진리를 수호하는 부녀조직의 리더가 되어 맹활약을 보이기도 했다. 그 험난했던 역사의 년대를 용케 넘어와서는 또 운 좋게 돈도 폼나게 벌어보았고 늘 유족하다보니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고 그 속에서 ‘코기러기’로 살아오셨던 분이다.

어찌 보면 아주아주 평범한 듯 하나 실은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오신 어머님이시다. 그런 어머님이긴 하나 자식의 입장에서 ‘위대한 어머니’니 ‘영웅 어머니’하는 표현까지는 못하겠지만 어머니의 삶이 우리 수많은 조선족어머님들의 롤 모델이 되기에 손색이 없음은 분명하다는 생각이 갈마든다. 학교 문에도 가보지 못한 한 가정부녀가 세기를 주름잡아오면서 그 다사다난했던 역사의 풍운을 다 경험했고 그 속에서 의젓한 주인공으로 살아남아 유감없는 삶을 사시다가 음으로 양으로 유감없 생을 마감했으니 말이다.

그런 어머님이셨기에 갑자기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고 하니 그 엄연한 현실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나부다. 그 뒤 끝에는 어련히 자식으로 불효를 한건 아니지만도 효를 다 하지 못한 본능적인 ‘반성’이 뒷따를 수밖에 없는 일이다. 과연 우리 자식들은 자신을 낳아 키워 준 어머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살아왔을까? 또한 우리 아래 세대로 손군들이 저그만치 예일곱 명이나 되는데 그 애들은 할머니의 삶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는 어머님의 영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을 흘리면서 내내 이런 부질 없는 ‘반성’을 해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이 기회에 어머니의 삶에 대해 뭔가 ‘족적’을 남겨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두서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가도 아닌 내가, 그것도 전생에 사진기 샤타만 눌러대던 내가 그 어떤 충동에 겁 없이 펜을 들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적어도 우리 남 씨 가문의 자손들한테만은 이 기회에 어머님이 어떤 분이셨는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 것이다.

생전의 남영철 황정자 어르신과 삼형제. 막내 남용일이 태어나기 전이다.
생전의 남영철 황정자 어르신과 삼형제. 막내 남용일이 태어나기 전이다.

한 줄 두 줄 적어내려 가다보니 과연 어머님이 단순히 우리 남 씨 가문의 어머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적어도 ‘국자가 어머니’, 나아가서는 우리 ‘조선족 어머니’의 롤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삶을 글로 써낸다는 게 어찌 보면 우리 조선민족이 북만 땅에 뿌리 내려서 살아 온 근현대의 역사를 정리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자꾸 갈마들었다.

평생을 바느질 하나로 살아 온 분이지만 한 때는 민영복장점의 재단사 겸 점장으로, 또 한 때는 ‘코신부대’라는 국자가 여성조직의 ‘사령원’으로 활약하신 분이다. 특히 개혁개방 후에는 연길서시장 변천사에 ‘전설’로 또렷한 발자국을 남기신 분이다.

오늘날 우리 자식들이 심천에서, 청도에서 북경에서 사업 좀 한답시고 으스대지만 감히 어머님 앞에서만은 ‘졸병’에 불과하다. 어머니는 바느질 하나로 만원호를 선호했던 그 시기에 벌써 몇십만원 고정자산을 소유한 서민갑부로 거듭 났었다.

이제 마음을 진정하고 그 유별난 어머니의 드라마틱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련다. 그냥 거짓이나 허구가 아닌 진실 그대로의 어머니를 그려내여 세상에 고하고자 한다. 그 전설에 가까운 스토리가 단편이 될지? 장편이 될지? 아니면 대하드라마가 될지는 글을 쓰는 나도 모르는 일이다. 워낙에 유별난 분이셨으니 그 이야기도 조금은 유별나서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갖고 읽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남룡해(둘째아들)-청도코리아수정상무유한회사 동사장, 중국동방국제촬영예술촉진회 부주석

2020년 11월(초고) / 2021년 10월(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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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