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의 책임은 조국에게 있다

[김갑수 선생 특별기고] ‘조국 사태’에 대한 몇 가지 기망(欺罔)에 대하여

김갑수 선생.
김갑수 선생.

먼저 ‘기망’이란 ‘허위의 사실을 말하거나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런데 지금 청와대와 민주당에서 벌이고 있는 ‘조국 비호’는 전형적인 기망입니다.

첫째, “청문회에서 해명하면 된다”는 ‘청문회 만능론’입니다. 이것은 청문회의 개념을 오도하는 기망입니다. 원래 청문회라는 것은 사전에 모든 것을 검증한 후에 그 검증된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예를 들기가 머쓱합니다만, 미국의 경우 공직자의 낙마는 대부분 청문회 이전 검증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청문회에서 해명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은 위기를 피해가려는 기망입니다.

둘째, “위법은 아니다”라는 비위법론입니다. 일단 이것은 ‘고위 공직자 검증’의 성격에 대한 오도가 개입된 기망입니다. 고위 공직자를 검증하는 일은 범법자를 가리는 일이 아닙니다. 위법 여부를 가리는 것은 실제적인 사법 행위이지 고위 공직자 검증과는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참고로 조선시대에 ‘혐의’나 ‘풍문’만으로도 모든 공직 행위를 중단시킨 우리의 역사를 환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위법은 아니다”라는 것 자체가 기망입니다. 조국 후보자는 당연히 딸의 친권자입니다. 그런데 당시 미성년이었던 딸이 엄마 겸 조국 후보자의 배우자, 교수와 작당해서 논문의 업적을 속였고. 논문 저자의 신분을 속였으며. 논문의 생산 주체를 속였습니다. 그러므로 조국 후보자는 위법 행위의 제1 책임자입니다.

다음으로 조국 후보자 동생의 채권 양도도 명백히 위법입니다. 또한 위장 이혼 역시(사실로 확인된다면) 사법처리 대상이고요. 그리고 조 후보자 부인이 전 제수에게 아파트와 빌라를 제공한 행위에는 증여세 포탈이라는 위법이 적용됩니다. 무엇보다 채권 소송에서 학원 측이 변론을 포기한 것은 배임에 해당하는 위법입니다. 이런 일이 두 번 있었는데, 한 번은 조국 후보자의 부친, 또 한 번은 조국 후보자의 모친이 학원 이사장일 때였지요. 조국 후보자는 첫 번째 소송 때 학원의 이사였습니다.

넷째, 조국 후보자와 부인 그리고 딸의 행위가 이른바 ‘있는 자들의 관행’처럼 인식되는 현상입니다. 이것은 자기 자식의 입시에 이익이 되는 줄을 알면서도 그런 치사한 일을 하지 않으며 살아온 다수 정상인을 모욕하는 기망입니다.

일례로 제 막내아이가 다니던 서울 강남 모 소아과 병원의 의사 분은 자기 딸이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돌아와 의전에 가겠다고 하면서 ‘나도 논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주선해 달라’는 말을 듣고 단호하게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저에게 한 적이 있습니다.

하나 더 (저의 경우를 말하기가 계면쩍습니다만) 오래 전 제 막내아이(조국 딸과 비슷한 나이)가 고교에 다닐 때 “동남아에 봉사활동 가고 싶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알아보니 그 프로그램이 입시 준비를 위한 스펙 쌓기와 일정 부분 관련이 있더군요.

그래서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봉사라는 것은 순수하고 진지해야 한다. 그런데 네가 참여하려고 하는 프로그램은 입시와 조금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 허락하지 않겠다”라고요. 제 아이는 이 말 뜻을 금방 알아챘습니다. (참고로 제 아이는 자력으로 미국에 가서 지금 대학원을 마치고 취직해서 돈 벌면서 박사과정을 준비 중입니다. 제 아이는 자기가 잘 모르고 그런 봉사활동에 참여하려 했을 때 그것의 부당함을 일깨워 준 부모에게 자긍심을 느낍니다.)

어제 저는 어떤 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의 글을 읽었는데, ‘조국 사태의 책임을 조국 당사자에게 묻지 않고 제도와 관행 탓’으로 치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제도와 관행이란 이른바 ‘상황 논리’입니다. 이것은 “상황이 그랬으니 그럴 수도 있다는 것”으로서 조국에게 면죄부를 주는 언명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친일파도 이런 논리에 따라 면죄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일제강점기의 상황은 지금보다 더 엄혹했지요. 이런 논리는 오류이자 궤변으로서 기망에 해당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논리는 일제 강점기 다수의 정상적인 비친일 인민과 엄혹한 상황에 저항한 독립운동가를 비정상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조국 사태의 책임은 조국에게 있다”는 것이 정상 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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