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랐다. 사방은 온통 푸른 산과 논 밭으로 둘러싸여져 있는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다.
그곳에서의 먹거리는 소박했다. 하루 세끼 직접 재배한 곡식과 채소들로 밥을 해먹고, 심심하면 집 앞 마당 앞에 파릇파릇 피어난 냉이를 캐고 놀았다. 소쿠리 한가득 캐서 할머니께 갖다 드리면 그날 저녁은 구수한 냉이 된장국을 끓여주셨다. 가을에는 노을빛 저녁처럼 잘 익은 홍시를 따다 먹고 겨울에는 옥수수와 감자 고구마를 삶아 간식으로 먹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소박함의 소중함을 몰랐다. 좀 더 자극적인 음식을 원했고 어쩌다 한번 햄 반찬이 나오면 밥그릇에 두세 개씩 가져다 놓고 언니와 경쟁하기 일쑤였다. 가끔은 시골에서 먹을 수 없는 피자, 치킨, 햄버거 등이 먹고 싶어 할머니께 조르곤 했었다. 할머니께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읍내에 장을 보러 나가실 때 치킨이나 피자를 사다 주시곤 하셨다. 양손 가득 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들고 버스에서 내리시는 할머니를 보며 어린 시절의 나는 마냥 기뻤었다.
그러나 시대가 흐른 지금 도시에서의 먹거리는 치킨이나 피자가 그저 흔할 뿐이다. 시대가 흐르면서 우리의 먹거리는 점점 간편화되고 있고, 찌개나 도시락 생선초밥 등 요리하기 복잡한 음식도 집 앞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점점 우리의 식탁은 인스턴트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날 우연히 ‘리틀 포레스트’란 영화를 보았다. 시골에서의 삶을 살다가 도시로 나온 주인공이 끼니를 때우기 위해 편의점 도시락을 한입 베어 무는 장면이 있었다. 그녀는 알 수 없는 역함을 느끼고 음식을 도로 내뱉는다. 그녀에게 일상이 되었던 편의점 도시락이 어느 순간 그녀의 몸을 망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장면이 나의 어린 시절과 오버랩 되면서 문득 한 기억이 떠올랐다. 유독 언니와는 다르게 몸이 연약하여 조금만 잘못 먹어도 체를 심하게 했었다. 어느 날은 먹은 것을 다 토해낼 정도로 아팠었고 겨우 몸을 추스르고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때 할머니께서 평소 내가 좋아하던 햄 반찬을 해주셨다.
식탁에는 할머니께서 손수 만드신 쑥 된장국도 올라와 있었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는 햄 한입을 먹다 역함을 느끼고 뱉고 말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햄을 입에 댈 때마다 역함이 느껴져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결국 혼자 탄식하며 쑥 된장국을 한입 힘없이 떠먹었는데 나는 쑥 본연의 맛이 그렇게 청량한 맛인 지 그때 처음 알았다.
거북했던 속에 쑥의 향긋함이 가득 퍼지면서 위 속이 점점 편안해졌다. 마치 오염된 것이 깨끗이 소독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아마 그때 자연의 소중한 맛을 처음 느꼈던 것 같다. 항상 접할 수 있었기에 소중함을 몰랐었고 귀함을 몰랐었다. 나는 건강한 맛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었고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지금, 내 기억 속의 쑥 된장국은 가끔 속이 안 좋아질 때나 문득 떠오를 뿐이다. 시대가 흐를수록 먹거리는 점점 간편해지고 자극적이게 변하고 있으며, 나는 그것에 길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 속에 한 끼 식사는 오로지 끼니를 때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어린 시절 그 소박했던 삶을 기억하고 가슴 한편에 새겨둘 것이다. 언젠가는 삭막한 이 도시를 떠나 자연을 먹고 마시며 더불어 살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나의 기억 속 시골에서의 삶처럼.




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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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화 2019.07.26 11:14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단식후나 아픈후에 느껴본적있어요. 가공식품이 정말 그렇구나 싶었어요.
이주연 2019.07.26 14:09
채소위주로 먹으면 몸이 가벼워 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