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석 시민기자 특별기고]권력은 막말 대상 되는 국민에게서 나온 점 명심히라

“5·18 폭동이라고 했는데 10년, 20년 후에 그게 5.18 민주화운동으로 변질이 됐습니다.”(자유한국당 이종명 국회의원)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자유한국당 차명진 전 국회의원) “배 12척 갖고 이긴 이순신 장군보다 세월호 한 척 갖고 (박근혜 정권을) 이긴 문재인 대통령이 낫다.”(자유한국당 정미경 최고위원)
잊을만하면 정치인의 막말이 튀어나온다. 막말 대상이 상대 정파에 국한하지 않는다. 이미 돌아가신 분이나 사건의 피해자, 특정 집단 등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공적인 공간에서 쏟아낸다. 그런데 막말을 내뱉는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막말을 한 것인지 그리고 왜 문제가 되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표적으로 5.18 민주화 운동과 세월호 사건은 꾸준히 막말의 대상이 되고 있다. 2월 한 정당이 국회에서 5.18 공천회를 열어 참여한 국회의원들이 사건의 진실을 부정하고 희생자들을 폄훼했다. 또 세월호와 관련해 같은 당의 전직 국회의원이 유족을 돈을 탐하는 사람으로 몰아가고 세월호 침몰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조롱하는 다른 전직 의원도 있었다. 발언들을 한 사람들은 정치에 몸담고 있는 전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했다.
정치인의 막말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
“KBS 기자가 문빠’, ‘달창’ 이런 사람들에게 공격 당하는 것 아시나”(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무기계약직 되면 노동3권 보장돼요. 툭하면 파업 들어가고 어떻게 관리하겠어요?”(자유한국당 김태흠 국회의원) “솔직히 조리사라는 게 별 게 아니다. 그 아줌마들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다. 옛날 같으면 그냥 조금만 교육시켜서 시키면 되는 거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되어야 하는 거냐”(무소속 이언주 국회의원)

국회의원은 당선하면 국회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증진에 노력하겠다고 선서한다. 세월호 사건은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지 못했다. 국민의 안전은 당연한 공공복리다. 5.18 희생자들이 지키려 했던 것도 민주주의라는 헌법의 가치를 위해서였다. 헌법의 1조는 민주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은 노동에 있어서 인간의 존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들이 한 막말은 자신들이 한 선서를 부정하는 것이다.
막말을 하는 정치인들의 이유를 자신의 정치지지 세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정치인이 지지층에 반응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지지자가 믿는다고 해서 거짓을 정치인이 진실이라고 말해선 안 된다. 정치인은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타인들을 대변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타인을 대변하는 사람이 거짓을 말하면 사회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개인이 막말을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용인할 수도 있다. 이들의 발언은 타인에게 쉽게 전파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인이라는 공인이 한 발언은 매체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말이 전해진다. 그렇게 확산되는 발언은 발언자의 특징상 자연인의 사견을 넘어 대중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이들의 말은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전혀 가볍지 않은 말이다.
정치인은 부고를 제외하고 기사에 실리면 좋다는 말이 있다. 막말을 하는 정치인들이 기사에 나감으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인지도가 올라가 좋다고 볼 수 있을까. 19대 총선과 관련한 연구에서 김용민 후보의 막말이 지지를 철회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가 있다. 정치인은 타인의 지지를 바탕으로 활동할 수 있다. 막말을 통해 지지자가 줄어든다면 언론을 통해 노출된다고 해도 결국 선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 나향욱은 국민은 개, 돼지며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징계처분을 받았다. 헌법은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또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규정했다.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는 국민으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뱉은 막말의 대상이 자신들이 행사하는 권리의 원 주인이라는 점을 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잘못된 행위에 합당한 처리가 없기에 정치인이 쉽게 막말을 되풀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국회의원의 징계는 윤리특위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10년 동안 국회에서 윤리특위 징계안이 본회의까지 간 것은 2건이 전부다. 또한 개별 정당에서도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징계 논의를 할 뿐 집행을 미루거나 같은 사안에 사람마다 다른 결론을 내린다. 잘못이 있었음에도 징계처리를 분명히 하지 않기에 막말이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연민과 정의의 직물을 짜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버리면 곤란하다. 파커 J 파머는 ‘우리 가운데 가장 취약한 이들이 맨 먼저 고통을 받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것은 정치인이기에 정치 행위다. 이들이 정치 행위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연민과 정의와는 거리가 먼 말을 쏟아내면서 막말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보호받지 못했다. 정치인의 막말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일반인이 아닌 정치인인 이상 일반인보다 약자에 아픔에 민감하게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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