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 시대' 인생 이모작을 위한 'Outplacement'

장시정 독일모델연구소 대표 12일 경총 경영아카데미 특강강연 주제는 '유럽연합의 리더, 독일에서 배운다'

엊그제(6월 12일) 경총 '경영아카데미' 수업 과정에 참가하는 은행 간부들을 대상으로 '유럽연합의 리더, 독일에서 배운다'를 주제로 특강하였다. "사회가 지금처럼 돌아가게 만든 모든 것이 시스템이다"라는 자크 아탈리Jacque Attali의 말대로 한 나라의 기본적인 사회 시스템이나 체제야말로 거시적인 성패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면 무엇이 성공하는 국가 시스템이고 국가 모델인가? 풍요의 나라 미국 모델도 아니고 세계 최고 사회복지의 나라 덴마크 모델도 아닌 독일 모델이 왜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더 나은 모델인가를 이번 특강에서 설명해 보았다. 물론 나의 논의는 자본주의/시장경제로 국한된다. 공산주의/사회주의는 나의 논의 대상이 아니다. 그쪽은 논의할 가치가 없을 만큼 이미 용도 폐기되지 않았나.

장시정 대표 특강 장면.
장시정 대표 특강 장면.

제이엠커리어에서 주관하는 이번 과정에 참가한 퇴직 예정자들의 성공적인 인생 이모작을 기원해 본다. 제이엠JM 커리어는 퇴직자, 전직자들에게 재취업 지원 컨설팅 등을 수행하는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 활동 기업이다.

나는 이번 특강의 본론에 들어가기 전 은퇴 생활에 대한 몇 가지를 이야기하였다. 은퇴에 관한 나의 생각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우선은 과거와 달리 이제는 퇴직 후에도 최소한 20년 이상 활동할 수 있는 '백세 시대'가 되었기에 퇴직 후의 시간이 결코 짧지 않으며, 그리고 퇴직을 전후한 2~3년간의 기간이 향후 20년 인생 이모작의 향배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 시기에 은퇴 후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가급적 구체적일수록 좋을 것이다. 은퇴 후 긴 시간 동안을 매일 등산 가고, 낚시하고, 당구 치고, 바둑 두고, 여행만 다니면서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는 뭔가 허전할 것이다. 인간이란 1차원적 욕구 충족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며 무언가 '가치value'를 추구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시라토리 하루히코가 주장한대로 "기꺼이 나로 살아갈 것"이란 생각을 다독거려 보자.

그러니 우리는 '삶의 가치'를 높이는, 그러면서도 자신이 즐겁게 잘 할 수 있는 아이템을 한가지 정도는 붙들어야 한다. 퇴직전 나는 "친구가 중요하고, 월요일~금요일까지 만날 수 있는 친구들 그룹이 최소한 5개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은퇴자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혼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일 것이다. 친구도 좋겠지만 모두 생각이 다르고 생활이 다르다. 사는 곳도 다르고 건강도, 수명도 같지 않다. 가끔은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회포도 푸는 게 좋겠지만 그 시간은 역시 짧다. 결국 대부분의 남은 시간을 혼자서 보내야 한다. 가족도 도와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그렇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돈과 관계된 선택이다. 비즈니스를 하느냐 안하느냐다. 나의 직업이 비즈니스와는 동떨어진 것이어서 퇴직 후 돈을 벌어볼까 하는 유혹도 잠시 있었지만 결국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생각은 포기했다.

자, 그렇다면 독서를 하고 산책을 하고 명상과 사색을 하면서 내가 마치 철학자가 된듯한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한다면 어떨까. 독서는 유한한 삶에서 간접 경험을 무한히 넓힐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독서와 사유를 연결해 새로운 생각을 얻고 그중 일부는 실제 삶의 지침이 된다. 나는 집 근처에 있는 샛강을 산책하면서 마치 내가 칸트나 프로이트가 된듯한 착각에 빠져 보았다. 여의도를 둘러싸고 흐르는 샛강을 따라 길게 나있는 산책로는 특히 숲이 짙어지는 여름철에 진가를 발휘한다.

칸트나 프로이트는 정해진 시간에 산책을 했던 위대한 사유가들이었다. 칸트는 오후 3시 반에 산책을 나갔는데 동네 사람들이 그를 보고 시간을 알았다는 일화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프로이트는 오후 4시 경이면 자신의 집인 빈Wien의 베르크가세Berggasse 19 번지 - 지금의 프로이트 박물관-를 나서서 30분 정도 걸리는 란트만Landtmann 카페에 들러 시간을 보냈다 한다. 세기말 벨 에포크 당시 빈의 유명한 카페들은 각각 유명한 단골손님들을 갖고 있었다. 프로이트가 카페 란트만의 단골이었듯이 카페 센트랄Central에는 빈 모더니즘의 작가 페터 알텐베르크Peter Altenberg가, 카페 뮤제움Museum에는 "장식은 죄악이다"를 부르짖은 아돌프 로스Adolf Loss가, 카페 슈페를Sperl에는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나 콜로만 모저Colomann Moser를 위시하여 빈 분리파를 주도한 7인 그룹이 있다.

사진출처 PicLuck
[사진출처 PicLuck]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퇴직 한 달 전까지 현업에 배치되어 퇴직을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마음속으로만 퇴직을 막연히 걱정했을 뿐인데, 그래도 한가지 도움이 되었던 것은 퇴직 전 책을 쓴 것이었다. 퇴직 3~4년 전부터 나의 외교관 생활을 결산하는 책 쓰기를 준비하면서 결과적으로 현직에서 지득한 지식과 경험을 정리하게 되었고 이것이 퇴직 후 매우 유익한 자산이 되었다. 전문직에 종사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 퇴직 후를 걱정한다면 우선 현직 생활을 결산하는 책을 써보라고. 그 분야가 어떤 것이든 쪽글이라도 써나가다 보면, 그리고 관련된 지식을 집적시켜 나가다 보면 많은 것들을 머리 속에 정리하고 또 새로운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

나는 두어 달 전부터 블로그 글쓰기와 페이스북 활동을 시작했다. 조만간 트위터도 해 보고 싶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직접 팔로우해 보고 싶다. 나는 사실 SNS 활동에 그다지 호감을 갖지 않았다. 사람들이 실제 삶과는 별 관련이 없는 가상적인 삶에 더 힘을 쏟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있었다. 이제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아직 SNS 활동이 일천하긴 하지만, 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40년 전 배우다 만 새로운 언어도 시작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건 역시 즐거운 일이다. 언어와 함께 그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덤으로 따라온다.

작년 여름 국회 도서관에서 일본의 여류작가 우치다테 마키코의 소설 '끝난 사람終わった 人'을 재미있게 읽었다. 아주 재밌게 단숨에 읽었다. 여기서 주인공 다시로 소스케는 이렇게 되뇌인다.

"낮 시간부터 한가하게 커피를 마시고 이시가와 다쿠보쿠를 읽고 있는 나의 처지를 생각했다. 이제 나의 인생에서 무엇이 남아 있는 것일까? 새로운 일이 일어날까?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 어떤 새로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확실하게 남아있는 것이 있다면 장례식뿐. 나는 이미 끝난 사람이다. 바람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오래 자력으로 걷고 싶다는 정도밖에 바랄 것이 없는 나이다."

"인생에 있어 살다가 '끝난다' 하는 상황은 그야말로 적당한 나이에 찾아온다. 정년퇴직이라고 하는 생전 장례식 후 불과 15년만 어찌어찌 지내면 진짜 장례식이 찾아온다. 남은 날이 많지 않다는 것은 밑바닥에 떨어진 인간을 얼마나 편하게 해 주는 사실인가. 얼마 남지도 않은 인생인데 하고 싶은 일이나 하며 살자. 싫어하는 사람과는 밥을 먹지 않고 가고 싶지 않은 곳에는 가지 않고, 인기를 얻으려고 애쓰지 않고,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어디서 부는 바람인가?' 하며 하고 싶은 대로 살면 그만이다. 주위에서 무슨 말을 하든지 길게 가지는 않는다. 다 멋대로 불어왔다가 사라지는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인생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의 특권이니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닌가"

"떨어지는 벚꽃도, 남아있는 벚꽃도 다 지는 벚꽃이다." 에도 후기의 선승 료칸이 임종 때 남긴 말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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