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숙 생애기록치유㉑] 몸은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30대부터 발에 이상 있었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지” 대수롭지 않게몸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통증과 저림에 팔·다리까지 불편아파도 버티고 움직이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증상 심해져 결국 목 수술까지몸은 갑자기 무너진 것이 아니라오래전부터 신호 보내고 있었다

[편집자 주] 물치유 전도사로 알려진 ㈜물들임 정연숙 대표의 생애를 따라가는 연재입니다. 한 사람의 경험과 선택, 상처와 회복을 기록하며 그것이 어떻게 오늘의 삶과 치유 활동으로 이어졌는지를 차근히 풀어봅니다.

처음에는 발이 보내는 신호

사람의 몸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보면 그전에 작은 신호들이 있었던 경우가 있다. 정연숙 대표가 자신의 몸을 돌아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도 발이었다. 30대부터 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젊었고 활동적이었으며, 웬만한 불편함은 참고 움직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일상생활을 완전히 멈춰야 할 정도가 아니었다. 그래서 몸에서 보내오는 신호보다 해야 할 일이 먼저였다. 몸이 조금 불편해도 움직였고, 통증이 있다고 해서 자신의 생활을 바꾸지는 않았다. 정 대표의 표현대로라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넘긴 셈이었다.

세월이 흐른 뒤 자신의 몸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그는 그때의 발을 떠올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몸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작은 불편함은 조금씩 몸 전체로

발에서 시작된 불편함은 한곳에만 머물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는 느낌이 나타났고 통증과 저림도 이어졌다. 목과 팔, 다리까지 불편해지면서 일상생활에서도 몸 상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신경과 관련된 증상은 단순한 피로와 달랐다. 팔과 손이 저리고 다리에도 이상이 나타났다. 몸의 한쪽에서 시작된 문제가 다른 부위의 불편함과 겹치면서 몸 전체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앞선 생애기록에서도 나타났듯 그는 무언가를 시작하면 끝까지 해보려는 성격이 강했다.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가만히 쉬기보다 어떻게든 움직이며 버티는 쪽에 가까웠다. 그러나 마음이 견딘다고 몸까지 계속 견뎌주는 것은 아니었다.

참는다고 사라지는 통증은 아니었다

통증과 저림이 계속되면서 정 대표는 결국 병원을 찾게 됐다. 검사와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목의 문제가 확인됐고, 증상이 심해지면서 병원에서 목 수술을 받게 됐다. 수술은 정 대표에게 몸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큰 사건이었다. 그전까지는 아파도 견디고, 움직이다 보면 어떻게든 지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몸의 문제는 의지만으로 넘어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됐다.

수술을 받았다고 모든 불편함이 한꺼번에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정 대표의 회고에 따르면, 이후에도 오른발의 감각 문제와 왼팔과 손의 저림 등이 이어졌다. 자신의 몸에서 나타나는 여러 증상이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당시에는 정확히 알기 어려웠지만, 적어도 몸이 이전과 같지 않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건강하다고 생각한 것과 건강한 것은 달라

정 대표가 당시 자신의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데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활동적으로 움직이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건강의 증거처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몸이 아파도 움직일 수 있었다. 움직일 수 있으니 아직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몸에서 나타나는 작은 이상보다 ‘나는 아직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앞세웠다. 하지만 몸의 신호는 사람이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발의 불편함에서 시작해 몸의 균형 문제와 통증, 저림으로 이어졌고 결국 수술까지 받게 됐다.

이 경험은 훗날 정 대표가 건강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는 중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가 됐다. 다른 사람에게 들은 건강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고 생활습관을 돌아보려 한 것도 그동안 몸으로 겪은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몸보다 의지가 앞서던 사람

정 대표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반복해서 등장하는 성격이 있다. 한번 마음먹으면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구를 좋아할 때도 그랬고, 하루 2만 보 걷기에 도전했을 때도 그랬으며, 밤늦게까지 필사를 이어갈 때도 그랬다.

그런데 몸이 아팠던 시절을 돌아보면 바로 그 장점이 때로는 자신의 몸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견디는 힘이 강하다 보니 쉬어야 할 때도 견뎠고, 멈춰서 몸을 살펴야 할 때도 계속 움직였다.

정 대표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한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성격이 언제나 같은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끈기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되지만, 몸의 한계를 무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면 오히려 자신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정 대표는 훗날 자신의 삶을 되짚으면서 그 시절의 몸이 보내던 신호를 다시 읽게 됐다.

몸은 말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내가 듣지 않았다

생애기록은 지나간 사건을 단순히 나열하는 작업이 아니다.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연결고리를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정 대표에게 30대의 발 문제와 이후의 통증, 저림, 목 수술은 각각 떨어져 있는 사건처럼 보였지만, 지금 돌아보면 자신의 몸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시간들이었다.

물론 당시의 여러 증상이 의학적으로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정 대표 자신의 삶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분명한 사실 하나가 있다. 몸의 이상을 처음 느꼈을 때부터 수술을 받기까지 그는 여러 차례 몸의 변화를 경험했고, 그때마다 좀 더 일찍 자신의 몸을 살폈더라면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 경험은 이후 건강을 공부하고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게 되는 밑바탕이 됐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아직 중요한 이야기가 하나 더 남아 있다.

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 대표는 운동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드민턴에 빠져 동호회 활동과 대회에 몰두했고, 짧은 기간에 급수가 올라갈 정도로 승부욕을 불태웠다. 그러나 그 몰입은 몸이 보내는 신호와 다시 충돌하게 된다.

그 신호는 지나고 나서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 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 신호를 제대로 듣지 않았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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